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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1기/코로나19와 한국교회

“on-line 가정예배, 드려보시니 어땠나요?” / 양용식

 

양용식 (숭의여자중학교 교사,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서울복음교회 장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 간 접촉을 줄이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일상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기업에서는 가능한 재택 근무제를 도입하고 있고, 교육 당국은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고 개학을 세 차례나 연기하며 학교 안에서의 감염에 대처하고 있으며, 교회를 비롯한 종교 단체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종교 예식을 진행하고 있지요. 안타깝게도 종교 단체를 중심으로 한 집단 감염사례가 속출하며 방역 당국과 지자체의 오프라인 종교 모임 자제 권고에 따라 예배를 드리는 우리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개신교 목회자 단체 ‘CSI 브리지’가 지난 12일 발표한 설문조사(개신교 276개 교회 대상)에 따르면 현재 완전히 온라인 예배 체제로 운영되는 교회는 62%였고 22%는 온오프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다합니다. 일부 교회는 온라인 생중계를 통한 방송 운영의 어려움 및 “성도들의 자발적 출석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로 기존 방식의 오프라인 예배를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섬기고 있는 서울복음교회(담임목사 박선진)는 위에 언급된 사례들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예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NCCK 교단중 하나로 ‘소(少)하나 순(純)한 신앙’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소속인 우리 교회는 동대문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교회입니다. 200여명의 출석교인 연령 분포가 ‘역피라미드’ 형태라 온라인 영상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고, 영상 녹화 및 온라인 송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그렇기에 저희 교회에서는 가정 내 영성 회복 및 신앙의 대잇기를 통한 다음 세대 육성에 초점을 두고 가정예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드리는 예배라고 해도 적절한 틀이 필요하기에 매주 목요일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가정 예배 순서지를 배부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가정에서 주일예배를 드린 후 홈페이지에 인증샷을 올리는 식으로 진행 됩니다. 교회학교에서도 기존의 밴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연령에 맞는 별도의 가정 예배 순서 및 말씀, 연계 활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울복음교회 3월 15일 가정예배 순서지


주일 가정 예배를 드려본 저희 가족들은 이러한 잠깐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모두 주일이면 교회 학교며 예배부 봉사로 늘 바쁘게 지내와서인지 오히려 차분하게 말씀을 묵상하고 예배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빠르고 바쁘게, 저만의 논리로 굴러가는 세상에 빈틈 내고 주님의 말씀을 곱씹으며 그분의 나라가 임하는 세상을 꿈꾸는 일이 예배라면, 소하고 순한 이 예배도 귀히 여겨주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회가 마땅히 가져야하는 공동체적인 모습을 되새겨 볼작시면 이런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홀로 계신 노인분들, 고향을 떠나 자취 중인 청년들, 믿지 않는 가정에서 외롭게 믿음 생활을 해오던 분들은 썰렁한 주일을 어떻게 보내고 계실까요. 이를 생각해보면 소망교회 김경진 목사님이 삼일절 온라인 예배 설교에서 말하셨듯 이러한 예배의 형태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감염병 확산 방지라는 목적 아래 다급하게 바뀌었기에 우리가 맞닥뜨린 이러한 변화는 임시적이며 상황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이 상황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뜀틀을 넘기 위해서는 잠깐의 멈춤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달리기만 해서는 부딪혀 넘어지고 맙니다. 우리의 지혜로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이 멈춤의 시간은 예배와 신앙, 공동체의 본질을 다시금 찬찬히 곱씹어 보는 하나님의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입니다.

 

밴드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서울복음교회 교회학교 유년부 3월 15일 가정예배 순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