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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1기/코로나19와 한국교회

‘사회적 거리두기’와 온라인 가정예배 / 장건

 

장건(한국기독교장로회 주민교회 장로)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감염병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실제로는 물리적 거리두기-운동이 국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종교단체도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종교 집회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코로나 재난을 하루빨리 극복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애쓰고 있다.

 

내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주민교회(담임목사 이훈삼)는 ‘코로나19’의 지역확산을 막고 감염병 조기 종식을 위해 사순절 첫째 주일, 주민교회 창립 47주년이 되는 3월 1일 기념주일예배부터 온라인 영상 가정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하였다.

 

성남시 민주화운동의 산실인 주민교회는 매년 3월 1일 창립기념일 예배를 삼일절 행사와 같이 지역사회의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에도 교인들이 삼일절기념준비위원회를 꾸려서 1월부터 창립기념행사로 “찬양하라 주님을! 노래하라 시대를!” 주제로 열심히 준비하였는데, 뜻밖에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복병을 만나 행사 자체를 무기한 연기하는 사태를 맞아 아쉬움이 매우 컸다. 이런 사태는 종교단체 가운데 특히 ‘코로나19’의 집단 감염 숙주가 된 사이비 신천지에 대한 집회금지와 집회장소 강제폐쇄라는 긴급 행정명령에서 비롯되어, 그 불똥이 여러 종교단체의 집회-예배·미사·법회-에 영향을 끼쳐 급기야는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기독교는 전쟁 중에도 예배당에 모여 예배를 드렸으며, 한국 천주교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전면 중단함).

 

우리나라의 헌법은 제20조에서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하고, 제11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개인의 선택인 신앙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한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 외에도 종교적 행사, 종교적 집회·결사, 선교활동 등을 행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유뿐만 아니라 무신앙의 자유, 종교적 행사 및 집회·결사 또는 선교활동 등을 강제 받지 아니할 소극적 자유까지 포함한다.

 

그런데 종교의 자유에 대하여 제한을 가할 수 있느냐에 대하여는 개인의 믿음에 의해 선택한 신앙의 자유는 기본권으로서 침해할 수 없지만, 그러나 ‘종교적 행위’ 즉 예배와 같은 집회·결사, 선교 및 종교교육의 자유 등은 국가비상사태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는 제한이 가능 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순절 넷째 주일까지 교회에 가지 못하고 주일예배를 집에서 티비 유튜브로 온라인 영상예배를 드렸다. 다행히 주민교회는 매주 예배를 영상으로 찍어서 페이스북 라이브로 내보내고 있었기에, 교우들에게 미리 온라인 영상예배 드리는 방법을 교인단체 SNS에 공유하였다. 매 주일마다 예배순서를 맡은 진행자들만 최소인원으로 교회에 출석하여, 예배당 강대상을 중심으로 무신도 예배를 드렸다. 교우들은 각자의 처소에서 TV 또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통해 예배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함께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하며, 성경을 봉독하고 설교말씀을 경청하였다. 가정예배를 드린 인증샷과 예배 후기를 댓글로 SNS상에 올리도록 하여 비록 서로 대면하며 드리는 친숙한 예배가 아니지만, 낯설게 화상으로 드리는 일방향 예배가 아니라 말씀을 선포하는 목회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예배가 되도록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하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범국민적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시작된 온라인 영상 가정예배는 주일성수의 새로운 형태로 익숙해져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한편으로 영상을 통해 예배를 드리기 어려운 연로한 교우들에게는 문서로 된 예배문을 작성하여 같은 시간에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러다가 아예 모이는 예배는 사라지고 온라인 예배 문화가 대세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가 생겼다.

 

지금 우리나라와 세계는 ‘코로나19’의 재앙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수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신종바이러스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의 증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학교의 장기 휴교와 가난한 이웃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활고와 미자립교회들의 고통이 가중되어 그 후유증이 오래갈 것 같다. 특히 기독교가 받을 후유증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양한 종교 가운데 유독 교회에 쏠린 따가운 시선들을 느끼면서, 기독인들의 믿음 생활에 대한 하나님 앞에서의 진정한 회개와 뼈아픈 성찰이 요구된다.

 

주일날 ‘코로나19’를 이유로 굳이 교회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게으름 피우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종교행위의 자유를 경험한 기독교는 이제 스마트 한 온라인 시대에 따른 변화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