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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2기/대선정국, 외면당하는 낮은 목소리들

‘대선정국, 외면당하는 낮은 목소리들’

 

지난달 사건과 신학은 ‘코로나 시대, 외면당하는 낮은 목소리들’이라는 주제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했다. 그 이유는 소위 “건강한 시민”이라는 위치에 편입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계한 안전조치로는 ‘우리가 왜 거리두기를 하고, 왜 방역을 하고 있는지’의 깊은 의미를 담보해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결국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고귀한 노력을 흐리게 할 뿐이라, 방역 사각지대에 머물러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가운데 20대 대통령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묻고 있다. “대선 정국 속에서 진영 논리에 의해, 또는 당선을 최종 목표로 하는 선거라는 특수상황 가운데 차별받고 배제되는 낮은 목소리”는 없을까? 우리는 대선과정에서 정말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는 것일까? 거듭거듭 목청껏 외치고 소리치는 사람들 목소리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인가? 어떤 사람은 일단 대통령을 뽑아놓고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고 할 수도 있겠다. 반민주, 비민주 세력에게 정권을 넘길 수는 없으니 우선 급한 대로 우리 편을 대통령으로 뽑아놓고 다시 이야기하자는 논리일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한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특별히 목청껏 소리치고 외쳐도 그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 배제된 사람들 의견을 반영한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정책이 실종된 대선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역대급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 후보들의 탓일까? 정당들의 탓일까? 많은 이유가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도, 유권자인 우리도 그 상황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한 사회의 정치 수준은 결국은 유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NCCK 신학위원회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지난 2월 22일 “20대 대선을 맞아 - 교회와 정치에 대하여 묻고 답하다”라는 주제로 대선정국에서 기독교 신앙이, 그 신앙인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았다. 이번 2월 사건과 신학은 그 고민을 중심으로 편집했다. 여성의 목소리도, 청년의 목소리도 들어보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겠다. 그저 이러한 고민이 이번 대선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의 정치 수준이 이주민, 장애인, 노숙인, 가난한 사람들, 소수자와 소외자로 불리는 모든 사람들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때까지 이러한 고민과 대화를 계속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사건과 신학이 그 작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사건과 신학>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