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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사랑과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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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문] 그 소녀의 목소리를 찾다 / 양권석 5월 사건과 신학 취지문 그 소녀의 목소리를 찾다. - 양권석(성공회대학교) 정말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녀는 간만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나갔다. 엄마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받아 든 소녀는 엄마 등 뒤에서 목이 졸렸다. 폭력과 강간에 노출된 소녀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알렸다. 발목에 묶인 끈을 풀고 자신의 몸을 힘껏 떠올렸다."(송진순의 『소녀 말을 건네다』 중에서). 그 소녀 앞에서 감히 어떻게, 가족을 말하고, 부모와 자식 관계를 말하고, 아니 사람사이의 관계라는 것을 논할 수 있을까? 말문이 막힌다. 이 소녀의 삶과 죽음을 생각할 때, 그리고 우리를 향해 다시 다가온 그 모습을 생각할 때, 우리의 입술을 달구던 그 무수한 달콤했던 말들은 얼마나 가련한 것이었던가? 진리와 선..
가정에 모범이 따로 있는 건가요? / 이범성 가정에 모범이 따로 있는 건가요? - 이범성(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우리 교회에 영어예배를 인도하던 미국인 선교사가 계셨다. 한국에서 지내신지 삼십년이 훨씬 더 넘었지만 한국말을 구사하지 못하는 것이 내게는 무척 이상해 보였다. 그럼에도 이 여자분은 언젠가 나를 심하게 나무라셨다. 내 가족상황을 들어보시더니 어떻게 안정된 가정생활을 하면서 입양아를 하나도 안 두고 살 수 있냐는 것이었다. 하긴 내가 선교동역하던 나라의 동료목회자들은 둘에 하나 가정에 자기 자녀의 수만큼 입양아를 함께 키우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녀교육이 경제문제와 직결된다. 사교육이 일반화되어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 보내기 위해 맞벌이부부가 되어야 한다. 행여 엄마가 적은 돈이라도 벌어오지 못하면 아빠가 ..
성, 가족 그리고 사이버 세계 / 김한나 성, 가족 그리고 사이버 세계 - 김한나(성공회대학교)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여라"(마태오 22:39)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가장 큰 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다. 이 두 계명은 성경의 모든 계명의 중심이 되며 근원이 된다.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계명은 인간을 향한 그분의 사랑을 담고 있으며,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분의 명령을 지킨다. 사도 요한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의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는 이 계명을 우리는 그리스도에게서 받았습니다"라고 말한다(요한I서 4:21). 따라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분의 명령에 따라 이웃을 사랑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이 이웃의 범주는 우리에게 잘해주는 친근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를 박해하고 미워하는 원수까지도 포함한다..
가족,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 한주희 가족,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 한주희(대한성공회 여성선교센터/동대문교회) 이런 가족 필요 없어!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지난 해 5월 실시한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캠페인 문구다. '가정'과 '폭력'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로 된 이 '범죄'는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담장 밖에서 공론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보면 10년 전만 해도 텔레비전 드라마 속에서 남편에게 맞아 멍든 눈가를 달걀로 문지르며 마을 아낙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낯설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문제를 범죄로 인식하고 공적 영역에서 대응하고 있는데도 가정폭력 발생률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해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사랑으로'를 다시 부르며 / 박흥순 '사랑으로'를 다시 부르며 - 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시대정신을 반영한다는 것 배고픔과 가난을 견뎌내지 못한 어린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모는 일하러 집을 비웠고, 집안에는 먹을거리가 없었다. 생활고를 비관하며 좌절한 네 자매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세 살 막내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30년 전 올림픽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서울 주변부에 처절하게 살았던 어린 네 자매에게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전국각지에서 성금을 보내며 응원했지만 곧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접했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응답한 사람이 가수 해바라기 이주호씨다. 가슴 아픈 기사를 읽은 즉시 ‘사랑으로’라는 노랫말을 써내려갔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사..
오월의 봄, 어머니의 집으로! / 이미경 오월의 봄, 어머니의 집으로! - 이미경(감리교신학대학교) 계절의 여왕이자 가정의 달인 5월, 나는 이 계절이 참 좋다. 만물이 소생하고 생명들이 만개하기를 꿈꾸는 봄날은 언제 보아도 사랑스럽고 매혹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이 아름다운 봄 날, 우리의 역사는 참 많이도 아프고 시렸다. 사월의 봄엔 제주 양민학살(4.3)과 세월호 침몰의 비극(4.16)의 소리가 들리고, 오월의 봄엔 광주민주화 항쟁(5.18)의 뼈저린 외침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오월의 울부짖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깝게는 불과 3년 전인 2016년 5.17 강남역 살인사건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범죄와 생명부재 의식의 심각성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했다. 작년에는 미투 운동까지 시작되었으니, 이쯤 되면 성차별 및 성폭력이 줄어..
소녀, 말을 건네다 / 송진순 소녀, 말을 건네다. - 송진순(이화여자대학교) 2019년 4월 27일, 전남 무안군 초등학교 근처 농로에서 여중생이 살해당했다. 다음날 아이는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고, 발목에 벽돌이 가득한 마대자루에 묶인 채 광주의 한 저수지에서 떠올랐다. 새아버지는 세 번이나 저수지에 다녀갔다.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경찰서를 찾았다. “동생이 죽기 전 엄마 아빠가 열흘 이상 집에 안 들어왔어요. 그런데 새벽에 엄마한테 전화가 온 거에요.” 의붓 언니가 말했다. “엄마가 엄청 힘들다고 했어요. 그 사람은 맨 정신으로 엄마를 때리고 동생을 때리고 그러니까... 애를 어떻게 해버리면 .... 동생한테 메시지를 보냈어요. 저 사람이 너한테 해코지할 수도 있고 위험하니까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해라. 그래서 신변보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