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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사월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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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문] 부활의 약속을 믿고 꼭 기억하겠습니다 / 양권석 4월 사건과신학 취지문 부활의 약속을 믿고 꼭 기억하겠습니다. - 양권석(성공회대학교) 사월은 역설이다. 찬란한 봄, 꽃들의 향연을 바라보면서도, 깊이 새겨진 슬픔을 지울 수 없는 사월입니다. 산자락에 꽃이 붉게 물드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맺혔던 한이 터져 나온다 하고, 속절없이 꽃이 지는 광경 앞에서 수없이 쓰러져간 젊은 죽음들을 떠올리는 우리의 사월입니다. 사월은 역설입니다. 더할 수 없이 찬란한 봄이지만, 아직 이르지 못한 봄입니다. 겨울과 여름, 어둠과 빛, 옛 것과 새 것, 죽음과 생명의 길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산천을 두고 겨루는 사월입니다. 어둡고 추웠던 과거가 봄을 두려워하며 그 잔인한 발톱을 드러내는가 하면, 무수한 죽음들이 상처입은 십자가로 서서 새 희망을 합창하는 계절입니다. 사월의 ..
레퀴엠을 뚫고 소망을 노래하라 / 성석환 레퀴엠을 뚫고 소망을 노래하라 - 성석환(장로회신학대학교) 시인 엘리엇에게 4월은 '잔인한 달(the Cruelest Month)'이다. 현대사를 돌이켜보건대, 다른 어떤 이들보다 한국인들에게 더 잔혹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민주화가 이뤄지고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성장을 자랑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잔인성(cruelty)’은 날이 갈수록 그 강도가 더해가는 듯하다. 허나, 잔인한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고 부활로 오시는 주님을 만나는 계절이기도 하니 그리스도인은 새 소망을 노래하지 않을 수 없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 죄 없이 생명을 빼앗긴 이들, 말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진 이들,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제자도를 실천했던 이들, 그리고 그에 겹쳐 자기만의 유익을 추구하는 이기심으로 생명을 배신하..
저항하는 그리스도인과 4월 혁명, 그리고 부활절 / 강성호 저항하는 그리스도인과 4월 혁명, 그리고 부활절 - 강성호('한국기독교 흑역사' 저자) 4월은 이상하리만치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을 이룬 사건들이 몰려 있는 달입니다. 분단체제를 반대하며 발생했던 제주4․3사건(1948)과 자유당 정권을 무너트리고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4월 혁명(1960),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4․16 세월호 참사(2014)까지. 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기간은 그야말로 한국 근현대사의 박람회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 4월은 가장 집약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역사 밖의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역사적 주체이다 보니 이 세 사건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제주4․3사건 때는 이북 지역에서 내려온 반공 청년들이 모여 만든 서북청년회가 무고한 민..
살아남은 자의 증거, 상처 / 한수현 살아남은 자의 증거, 상처 - 한수현(감리교신학대학교 강사) 상처란 말의 그리스어는 크게 세 개의 단어가 있다. 트라우마(τραῦμα), 몰로프스(μώλωψ), 그리고 플레게(πληγή)이다. 이 세 가지 단어의 의미가 잘 나타난 예를 들어본다면, 첫째는 사마리아인(눅 10:34)이 여리고에서 죽어가고 있던 이에게 다가가 기름과 포도주로 치료해준 상처(트라우마)이고, 두 번째는 고난 받는 초대교회 교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예수가 매를 맞아 상함(몰로프스)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나음을 얻었으며 이제 죄에는 죽고 의에는 살게 되었다는 본문(벧전 2:24)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옥에 갇힌 바울과 실라를 데리고 집으로 간 간수가 그들의 상처(플레게)를 씻겨 준 본문(행 16:33)에 나온다. 간수는 바울과 실라를..
부활, 또는 명랑이의 명랑한 하루에 부쳐 / 신익상 부활, 또는 명랑이의 명랑한 하루에 부쳐 - 신익상(성공회대학교) 우리 명랑이랑 둘이 광화문을 다 걸어 보네 살랑살랑 햇살이 겨울을 어루만져 잠재우고 이상하게 조용한 한낮 우리 명랑이가 은행에를 다 들르고 버스에 다 타 보네 저 인간이 맨날 어디 나가나 궁금했지? 뭐하고 다니나 궁금했지? 버스를 내려 비탈길을 걸어서 알지, 명랑아? 우리 집이지?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네 계단, 한 층, 두 층, 세 층, 네 층, 다 왔네! 상자에 담겨 나갔다가 단지에 담겨 돌아왔네 아, 우리 예쁜 명랑이 …… 황인숙, 「우리 명랑이랑 둘이」(《릿터》, 2017년 5월호) 이 시가 주는 반전은 평범한 일상생활 한가운데 언제든 훅 들어올 수 있는 죽음에 있다. 작가는 햇살을 느끼며 광화문을 걷고, 은행에도 들렸다..
수난의 4월, 침묵하는 신(神) / 정길화 수난의 4월, 침묵하는 신(神) - 정길화(MBC PD, CP 역임) 달력장에서 4월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괴롭다. 시작부터 끝까지 수난과 희생의 연속이다. 들머리에 위치한 역사적 사건은 제주4.3이다. 오랜 기간 제주4.3은 금기어였다. 제주4.3은 71년이 지났건만 아직 변변한 이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태', '항쟁', '학살', '사건', '반란'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면서 우리 사회의 길항과 대립이 드러났다. 지난 4월 3일 국방부는 71년 만에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실로 만시지탄이다. 4월 8일과 9일은 참담하다. 우선 1970년 4월 8일에 와우 아파트 붕괴 사건이 발생했다. ..
사월의 할렐루야 / 최영실 사월의 할렐루야 - 최영실(성공회대 명예교수) '할렐루야'를 부를 수 없는 사람들 사월, 개나리, 목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먼 산에 피는 진달래가 진홍빛으로 눈부시다. 시인 이영도 님은 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진달래’를 이승만 정권의 총칼에 의해 스러진 4. 19의 젊음 넋들로 노래하면서, ‘맺혔던 한이 터지듯 온 산하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고 피맺힌 울음을 울었다. 우리의 굴곡진 역사에서 억울하게 죽임당한 젊은 넋들이 어디 4.19의 ‘그들’만이었을까? 4.15 제암리 학살 사건, 제주 4.3 학살 사건, 4.9 인혁당 사법살인 사건, 그리고 바로 5년 전, 304명의 무고한 생명이 속절없이 죽임당한 4.16 세월호 참사!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픈 역사의 사월에 교회는 부활절을 맞는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