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권석

(8)
“2021년 11월; 집단면역 그날이 오면” / 양권석 백신과 재난의 끝을 향한 기대 2021년 2월 26일 드디어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금년 11월에는 집단면역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방역당국의 발표는 재난의 끝을 곧 보게 되리라는 희망에 부풀게 한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환자 발생을 최초로 알린 것이 2019년 12월 31일이다. 그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2020년 1월 20일에 국내에서 최초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재난은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몇 주나 몇 달도 아니고 1년을 넘겨서, 세계적으로는 1억이 넘는 감염자와 250만이 넘는 사망자를, 국내적으로는 9만여명의 감염자와 1천6백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서야, 최소한 의학적으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 자체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지구를..
<취지문> 건물주가 조물주인 세상에 집은 없다. / 양권석 양권석 (성공회대학교) “부동산 정책이 아니고 주택정책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언론과 미디어와 시장은 주택정책을 부동산정책으로 자동번역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정책을 비웃듯이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있을 즈음에, 주택정책 전문가라는 사람이 나와서 했던 말이다. 내가 이 말을 지금도 기억하는 이유는 미디어와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내 자신 안에서도 그 자동번역기가 거침없이 작동하고 있음을 깊이 깨닫게 해 주었던 일침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생각하거나 의심할 틈도 없이, 주택이나 주거정책이 부동산 정책으로 자동 번역되고 있는 이 현실이야 말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공언하는 사회의 오만이 자리잡고 있는 바탕일 것이다. 부동산 문제와 별로 관계가 없을 것처럼 보였던 또 한 가지 기억이 ..
[취지문] 총회 :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과 판단의 과정 총회 :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과 판단의 과정 - 양권석(성공회대학교) 대부분의 기독교 교단들이 총회를 갖는 9월이 지나갔다. 교단 총회라는 것을 개별 교단 내의 일을 처리하는 실무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그 교단 밖의 사람들이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이렇게 저렇게 평가하거나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보았듯이 교회 안에서만 아니라 교회 밖의 언론이나 여론도 각 교단의 총회의 진행과정과 결의 사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세습, 동성애, 이단판결, 종교인 과세, 여성, 이주민과 난민, 타종교 등에 관한 각 교단 총회의 결정은, 그것들이 교회 안과 밖의 소위 말하는 타자들과의 관계나 사회적 관계에 관한 입장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교회밖의 언론과 여론..
[취지문] ‘바캉스’가 끝난 자리에서 비로소 ‘쉼’을 생각한다. ‘바캉스’가 끝난 자리에서 비로소 ‘쉼’을 생각한다. - 양권석(성공회대학교) 철지난 바캉스 이야기는 왜? 휴가철 다 지났는데 뒤 늦게 무슨 휴가 이야기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이 바로 그 때가 아닐까? 지치고 덥고 짜증나서, 이곳 저곳으로 달려가지만, 오히려 무더위와 매연과 사람들의 홍수에 더욱 지쳐서 돌아오는 경험이 더 많았던 바캉스 시즌이 끝난 지금이 오히려 휴식과 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때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으로 이번 은 다양한 종교적 전통에 속하면서,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가진 귀한 분들을 모시고, 쉼과 휴식에 대한 생각들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여름휴가라는 중대사를 치뤄내면서 지쳤던 몸을 추스려 다시 일상과 일터로 돌아가는 그 길에서 오히려 참다운..
[취지문] 더불어 사는 새 길은 없는가? / 양권석 더불어 사는 새 길은 없는가? - 양권석(성공회대학교) 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어떤 사람은 반지하방을 살아 본 과거의 경험을 떠 올리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박사장(이선균)이 언급한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뒤섞인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선을 넘는 냄새에 관심을 갖기도 했고, 박사장의 어린 아들 다송(정현준)에게 등장하는 유령과 기이한 행동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고, 또 아무리 살기가 어렵다고 그렇게까지 참혹한 짓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기택(송강호)내 가족의 행태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영화이기에 보는 사람마다 각자 나름대로 즐길 필요가 있다. 공감이어도 좋고, 반감이나 거부감이라도 얼마든지 좋다. 그리고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수많은 은유적 기호들 ..
[취지문] 기도회가 왜 문제인가 / 양권석 [6월의 사건과 신학 취지문] 국가 조찬 기도회: "기도회가 왜 문제인가?" - 양권석(성공회대학교) 청산의 대상이 된 기도와 식탁 기도회를 왜 문제 삼느냐고, 지나친 비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가조찬기도회"로 이름 붙여진 그 연례행사가 거룩한 기도와 식탁의 남용이고, 오용이고, 모욕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판단이 끝난 일이었다. 독재 정권하에서 수많은 신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가난하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눈물의 기도와 식탁을 나누고 있었다. 또 때로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서 많은 신자들과 목회자들이 심한 고문과 옥살이를 감당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때도 그들은 독재자를 찬양하며, 그 독재자와의 식탁을 나누기 위해서 달려갔던 사람들이다. 오월 광주의 시민들이 독재정권..
[취지문] 그 소녀의 목소리를 찾다 / 양권석 5월 사건과 신학 취지문 그 소녀의 목소리를 찾다. - 양권석(성공회대학교) 정말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녀는 간만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에 나갔다. 엄마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받아 든 소녀는 엄마 등 뒤에서 목이 졸렸다. 폭력과 강간에 노출된 소녀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알렸다. 발목에 묶인 끈을 풀고 자신의 몸을 힘껏 떠올렸다."(송진순의 『소녀 말을 건네다』 중에서). 그 소녀 앞에서 감히 어떻게, 가족을 말하고, 부모와 자식 관계를 말하고, 아니 사람사이의 관계라는 것을 논할 수 있을까? 말문이 막힌다. 이 소녀의 삶과 죽음을 생각할 때, 그리고 우리를 향해 다시 다가온 그 모습을 생각할 때, 우리의 입술을 달구던 그 무수한 달콤했던 말들은 얼마나 가련한 것이었던가? 진리와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