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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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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無知)를 두려움으로 가열하면 / 박흥순 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를 다닐 때 사용했던 크레파스에 ‘살색’이 있었다. ‘살색’이라니! 피부색을 색칠할 수 있도록 다른 색과 구분해 놓았다.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은 어김없이 ‘살색’을 선택해서 사람 얼굴이나 손과 발을 색칠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당시에도 피부색을 빨간색이나 검정색으로 색칠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누군가가 구분해 놓은 ‘살색’을 주저 없이 사용했고 사용해 왔다. 그렇게 단일민족신화에 갇혀 낯선 사람이나 다른 사람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살색’이 하나만 있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럼에도 ‘살색’이 누군가를 차별할 수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결국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살색’이라는 명칭이 인종과 피부색에 ..
성(性), 몸의 언어에 대한 예의 / 송진순 송진순(이화여자대학교) 지인인 여성학 교수님이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을 마치면서 퀴즈를 냈다고 한다. “이별에도 OO이 필요하다. 빈칸에 들어갈 말이 무엇일까요?” 대부분 중년 남성이었던 경찰들은 “눈물, 정산(현금), 낭만, 예의” 등 많은 답변을 내놨지만, 정답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반면, 여대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바로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정답은 안전이다. “안전 이별하세요!” 한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인사다. 다양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도 막상 남녀 관계에서 안전을 생각지 못했던 남성과 행복하고 즐거운 연애를 앞두고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여성의 현실 인식, 이같은 극명한 인식 차이는 우리 사회 깊숙이 스며있는 젠더 의식을 반영한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
n개의 성착취, 가·피해자 조명을 넘어 우리의 시선이 가야 할 곳 / 이명화 이명화(한국YMCA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 청소년 인권과 섹슈얼리티 의제에 관련하여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입니다. 언젠가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저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구가 존재했습니다. 물론 혼자 기록하고 sns상에서 담론을 주고 받는 나날 역시 저에게 있어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욕구를 속에 품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이 연설대전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세상이 조금은 변화를 따라 걷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청소년 당사자가 작지 않은 힘이 있는 자리에서 성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한 편으로는 울컥했습니다. 동시에 ‘이제서야 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또 하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