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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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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 정혜선 정혜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제 말을 믿어줄까요?”, “응? 왜? 왜 니 말을 안 믿어줄 것 같아?”, “음.. 누가 ○○(가족 구성원)이 어린 저를 성폭행했다고 생각이나 하겠어요?” “아닌데, 변호사님은 많이 봤는데. 수영(가명)이 같은 친구들 많이 있어. 많이 만났어” ‘많이 봤다’는 내 얘기에 처음으로 수영이는 푹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맞춰주었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센터에서 요청이 왔다. 중학생인데, 초등학교 때 가족으로부터 꽤 오랫동안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가해자로부터 분리되어 피해는 멈췄지만, 그 후 자살 시도를 몇 차례 했고, 학교 상담도중 상담교사가 알게 되어 신고한 사안인데, 피해자나 피해자의 보호자는 사건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
1년의 추적, 이제 시작이다 / 추적단 불꽃 추적단 불꽃 한창 잠입 취재를 시작했을 당시, 일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성 착취 영상을 눈으로 보며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범죄를 어떻게 저질렀는지 파악해야 했기에 봐야만 했습니다. 대화에 참여하던 가해자들의 대화 내용을 채증하는 것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경찰에 신고하고 수사관에게 채증한 자료를 보내면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처벌은 개뿔, 수사도 안 하는데’라며 빈정대는 가해자들의 대화는 무력함을 안길뿐이었습니다. 디지털 성 착취 피해자가 지금 내 핸드폰에 갇혀있는데, 모른 척 내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디지털 성범죄를 심층 취재하려 불법 촬영물의 유통경로를 쫓았습니다.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던 사이트들을 전전하다..
비단 n번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 김민영 김민영(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 텔레그램은 러시아 태생의 두로프 형제가 2013년에 출시한 비영리 메신저다. 당초 텔레그램이 표방한 강력한 보안 정책은 반푸틴 세력을 감시하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나, 성착취물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이득을 벌어들이고자 목적하는 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안전한 플랫폼으로 기능하였다. 아르바이트 구인글을 거짓으로 올리거나 일탈 계정을 운영하는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확보한 여성들의 개인 정보를 탈취한 뒤, 이를 토대로 협박하면서 점점 수위가 높은 촬영물을 요구하거나 성폭행을 일삼은 이들의 집단적 범죄행각은 주요 운영진과 26만명의 공모자들에 의해서 견고해졌다. 여성 대학생 2명이 잠입하여 n번방 속 잔인한 성착취 면면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