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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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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앞에 두고 기도하는 자들의 책임에 대하여 / 신익상 밥 한 끼 앞에 두고 기도하는 자들의 책임에 대하여 - 신익상(성공회대학교) 먹방의 시대, 그러나 나의 한 끼를 알리지 말라! 바야흐로 먹방의 시대다.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다 보면 거의 30% 정도는 먹는 것에 관한 프로그램들인 것 같다. 물론, 순전히 개인의 심리적인 체감에 따른 짐작이다. 어쨌든 20대에겐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를 묻는 것보다 핫한 짤방을 묻는 게 더 나은데, 십중팔구는 먹방 짤방이다. 어디에서 무슨 드라마를 하는지는 몰라도, 어떤 먹방이 재밌는지는 알고 있다. 왜 사람들은 갈수록 먹는 것에 열광할까? 이 땅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면, 지금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양과 종류에 있어서 풍족한 먹거리 속에 파묻혀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건 어쩌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몸부..
부활, 또는 명랑이의 명랑한 하루에 부쳐 / 신익상 부활, 또는 명랑이의 명랑한 하루에 부쳐 - 신익상(성공회대학교) 우리 명랑이랑 둘이 광화문을 다 걸어 보네 살랑살랑 햇살이 겨울을 어루만져 잠재우고 이상하게 조용한 한낮 우리 명랑이가 은행에를 다 들르고 버스에 다 타 보네 저 인간이 맨날 어디 나가나 궁금했지? 뭐하고 다니나 궁금했지? 버스를 내려 비탈길을 걸어서 알지, 명랑아? 우리 집이지?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네 계단, 한 층, 두 층, 세 층, 네 층, 다 왔네! 상자에 담겨 나갔다가 단지에 담겨 돌아왔네 아, 우리 예쁜 명랑이 …… 황인숙, 「우리 명랑이랑 둘이」(《릿터》, 2017년 5월호) 이 시가 주는 반전은 평범한 일상생활 한가운데 언제든 훅 들어올 수 있는 죽음에 있다. 작가는 햇살을 느끼며 광화문을 걷고, 은행에도 들렸다..
SKY 캐슬, 하늘의 움직이지 않는 피라미드 성 / 신익상 SKY 캐슬, 하늘의 움직이지 않는 피라미드 성- 신익상(성공회대학교)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 방송화면 캡쳐 1. 도처에 피라미드가 있다. 우리의 가장 큰 진짜 문제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안다는 데 있다. 드라마 〈SKY 캐슬〉이 마지막까지 보여준 것은 이것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안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 ‘파국민혁’의 거대한 피라미드가 연거푸 떠올리게 만드는, “인간 사회에 사는 한 피라미드 구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라는 “어떤 훌륭한 분”(‘찐찐진희’가 ‘파국민혁’을 가리키는 반신반의어)의 이 말은 ‘극복 불가능한’ 문제다. 그런데, 그래서 진리다. ‘찐찐진희’와 ‘허리양우’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집요한 질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