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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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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내전의 도덕적 등가물 / 정경일 정경일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원 연구교수) 대선 며칠 후, 내가 조사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연구 단체에서 대선 평가 토론을 제안해 왔다. 몸과 맘이 피폐해 있던 때라 내키지 않았지만, 무기력의 늪에 빠져 있지 않으려는 기획자의 열정과 회복탄력성이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참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토론 제목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대선관전평’... 물론 스포츠 경기나 정치적 선거 후에 관전평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후보 간, 정당 간, 국민 간 정치적, 심리적 대립과 갈등이 너무 격렬해서, 나를 비롯한 토론자들의 이야기는 ‘관전평’이 아니라 ‘참전담’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당락을 가른 결과도 0.73%p 초박빙이어서, 승전담도 패전담도 내상 없이 꺼내기 어려웠다..
혐오의 계곡을 탈출하기 / 김민희 김민희 (서울사는 소상공인) 대선으로 초토화된 나의 정서적 쇼크를 말하기 위해 내가 초등학교때 읽었던 한 우화로 시작하겠다. 오랜 전투 중에 보급품이 다 떨어지고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다 못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서 지휘관이 물었다. “지금 가장 시급한 보급품이 무엇인가?” 병사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지금 속옷을 한 달 동안 못 갈아입었습니다. 속옷을 갈아입고 싶습니다.” 지휘관이 모든 병사들을 모이게 한 다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당장 앞의 사람과 속옷을 갈아입도록!” 내 심정이 어떠냐고? 앞의 사람과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그 병사의 마음이다. ‘우리’라고 여겼던 ‘우리’안의 더러움도 견디기 힘든 판에 타인의 더러움까지 뒤집어 써야 하는 혐오의 계곡에서 희로애락애오욕을 담당하는 오감..
코로나19 시대에 코이노니아를 생각하며 : 정신장애인 교우 A와의 인터뷰 / 강세희 강세희 (한국기독교장로회 한백교회, 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석사과정) 코로나19, 3년차로 접어들며…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겨울, 나는 사건과 신학의 지면을 통해 코로나19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주일 성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에클레시아의 지향성을 성찰해야한다는 논지의 글을 2차례 기고했었다. 방역지침이 종교시설과 대면예배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이래로, 예배당 중심의 ‘주일 성수’의 과정과 규모는 간소화되었다. 대신에 ‘삶의 자리’와 ‘가정’에서 드려지는 예배를 강조하고, 온라인/미디어 예배를 활성화하는 목회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한 듯하다. ‘새로운 목회 비전’으로서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예배의 확장성을 도모하는 교회가 있는 한편, 예배와 모임을 유..
아파트를 넘어서는 신앙 / 황푸하 황푸하 (새민족교회, 옥바라지선교센터) “이 나라는 아파트에 미친 나라야.” 서대문 형무소 앞 옥바라지 골목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때 마지막 남은 구본장 여관 이길자 사장님의 외침이다. 정말로 대한민국은 아파트에 미친 나라가 되었다. 대학 강단에서 은퇴한 어느 교수님에게 그림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쉬는 시간에 그 교수님과 아파트 베란다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경치라고 할 것도 없이 다른 아파트 동들을 보고 있었다. “자네, 저기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겠나?” 내가 말했다. “아니요. 회색 아파트들뿐인걸요.”, “아닐세. 저 회색 아파트에도 햇빛이 반사되어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주님께서 주시는 빛으로 모든 것 안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네.” 그 말을 듣고 침묵 ..
미얀마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 호소문 미얀마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 호소문 “너희는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며 성문에서 정의를 세울지어다.” (아모스 5장 15a절) 우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국민들의 거룩한 분노를 담은 처절하고 평화적인 시민불복종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는 상황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며 기도해 왔습니다. 우리는 비무장 비폭력 시민행동을 무차별 폭행과 총격으로, 방화와 구금으로 탄압하는 군부의 잔학행위와 악랄한 인권유린에 대하여 세계시민들과 함께 분노하고 있습니다. 세계교회협의회 (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 (CCA)는, 지난 60년간 민의를 짓밟고 학정을 이어 온 군부에 맞서 결연한 의지로 일어선 미얀마 국민들의 항거에 연대하면서, 목회서신과 연대 성명을 발표하였습..
‘고립’이냐 ‘연대’냐 길목에서 선택하기 / 박흥순 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 코로나19가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가져 온 도전과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에 직면하면서 혼선과 시행착오가 계속 있었다. 이제는 이전에 정상이라고 여겼던 생활 습관이나 사고방식을 교정하거나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모든 영역에 가득 찼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던지는 도전과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거나 분석하지 못한 채 이전에 습관처럼 진행했던 일들을 고집하며, 도전과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post-corona) 시대를 진단하기 이전에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대한 분석이 더 절실한 시기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와 교회는 어떤 모습을 상상해야 하는가?..
코로나 시대: 마리아의 노래 / 서광선 서광선(이화여대 명예교수) 1. 예수가 나타나기 전, 세례 요한이 요단강 근처에 나타났다. 세례 요한은 보통사람들과는 달리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는 가죽 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광야의 자연 속에서 살았다.(마태 3:4) 세례 요한의 설교는 파격적이었다. 한 마디: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그리고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나오는 사람들에게 야단 쳤다. “이 독사의 자식들아, 닥쳐올 징벌을 피하려고 누가 일러 주더냐?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 보여라.”고.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요단강으로 모여든 군중들이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요한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속옷 두 벌을 가진 사람은 한 벌을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이 있는 사람도 이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