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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2기/청년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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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불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40대 후반의 남자이다. ‘청년들의 불안’이란 주제를 가진 글들을 여는 글의 필자가 40대 후반이라는 것. 문제라면 문제다. 그리고 ‘불안’이라고 하면, 나도 남 부럽지 않게 불안하다. 40대 후반의 ‘불안’이라면 나도 할 말이 있다. 그런데 뚜렷한 대안은 없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또한 청년들의 ‘불안’에 대해 더욱 궁금해진다. 이번 호는 최대한 청년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이야기들을 담고자 하였다. 부족하나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앞으로도 은 청년들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려 한다. 왜냐하면 결국 청년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은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할 일중의 하나는 기성세대의 인식적 한계가 청년들에게 주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갑자기 히브리 ..
청년의 우울은 개인의 감정문제가 아니다. / 장재열 장재열(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 대표) 며칠 전, 오랜 벗인 수녀님께 메시지가 왔습니다. “재열군, 내 고민 좀 들어 줄래요? 청년들이 찾아와서 나한테 고민을 말하는데 무어라 해줘야 할지 예전보다 나날이 어렵네요. 내가 나이가 들어서일까?” 올해만 벌써 여섯 번째입니다. 뭐가 여섯 번째냐고요? 이런 질문을 수녀님, 신부님, 목사님, 스님까지 다양한 종교 지도자분들께 받은 게 말입니다. 이럴 때, 저는 뭐라고 답할까요? “맞아요. 나이드셔서 그래요. 세대차이죠. 뭐. 하하하” 이렇게 답할까요? 아닙니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수녀님, 저도 그렇더라고요. 예전이랑은 뭔가 확실히 다르죠?” 청년들의 마음 건강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기에, ‘뭔가 다르다’고 한 걸까요? 실제로 처음 우리 단체가 설립되어 ..
랩소디 in ‘N포 세대’ / 이지성 랩소디 in ‘N포 세대’ 이지성 (루터대학교 디아코니아 교양대학 교수, NCCK 언론위원회 위원) 인류 역사상 역병이나 재난 앞에서 공동체는 잠재적으로 앓고 있던 약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코로나 19와 함께 시작된 지난 2년. 우리 사회는 두려움과 혐오에 사로잡혀 각자 도생을 위한 몸부림을 보였다. 특히 한국 사회 내에서 조금씩 발화했던 세대 간 혹은 특정 세대를 향한 혐오의 불씨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 19 시절 속에서 청년들은 ‘이태원 발 코로나’ ‘할로윈 발 코로나’ ‘클럽 발 코로나’ ‘팬션 발 코로나’ 때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거리두기’ 실종의 주범으로 ‘젊으니까 괜찮은’ 청년들이 너무한다는 여론이 쏟아졌고 생각 없는 젊은 사람들의 객기가 K-방역을 무너트린다고 탄식했다. 그런데..
“죽음으로 삶의 비참함을 증명하게 하는 사회에서 청년은 안녕할 수 없습니다.” / 조은주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 조은주 전 생애 걸쳐 특정 시기마다 ‘통과의례’처럼 주어지는 생애 과업은 이행기 청년에게 가장 혹독하게 주어진다. 청년은 더 이상 아동도 청소년도 아니기 때문에 ‘경제활동이 가능한 자’로 분류되어, 그동안 사회정책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어왔다. 원가족이나 교육제도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는 청년은 취업, 독립 등 중요한 생애 과업을 반드시 청년의 시기에 성취해야 한다는 무언의 사회적 압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생애 과업 수행에 대한 압박 속에서 청년들이 마주한 사회·경제적 환경은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청년 실업문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두되기 시작하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고착되는 가운데,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비정형 노동의 확산..
‘혼자’에 길들여진 청년의 불안 / 김한나 김한나(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학교)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고 개인의 공적인 생활과 사적인 생활이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개인주의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랜 시간 공동체를 통해 이어져 온 주요 가치와 윤리적 덕목들은 사회적 관계와 함께 점차 소멸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삶의 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개인주의는 소리 없이 강하게 개인 간의 연대를 약화시키며 인류의 공동체성을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최신 온라인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은 개인의 익명성을 토대로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확장시키고 ‘인스턴트 공동체 문화’(개인의 목적을 위해 쉽게 가입하고 쉽게 해지하는)를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주의로 인한 공동체 이탈과 이로 인한 소속감의 결여..
나는 불안하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이준봉 이준봉(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일단 코로나19 이야기부터 해보자. 작년 초까지만 해도 나는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젠가는 감쪽같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부와 언론은 K-방역을 외치며 항상 ‘어느 시점’을 제시하곤 했다. 낙관적인 목소리로 ‘~~때가 되면 해결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미래를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의 긴 터널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는 발언이 무색하게도 연일 코로나 확진 환자의 수는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이제 더는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변화되는 상황을 담담히 목도할 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실 속에서 괜한 예측은 하고 싶지 않다. 희망고문과 다를 바가 없을 테니까.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만이 우리에게 걱정거리를 던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20대 중반..
청년의 불안, 주된 고민에서 찾기 / 김기헌 김기헌 선임연구위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요즘 청년들은 불안해한다. 무엇이 청년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 청년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사회조사에서는 20대 초반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있다. 가장 오래된 결과는 2002년에 나온 결과로 19세에서 24세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당시 가장 큰 20대 초반의 고민거리는 외모와 건강으로 31.9%였고 이어서 공부가 30.8%로 두 번째로 나타났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흐른 2020년 20세에서 24세 청년들의 고민거리는 크게 바뀌었다. 1순위가 직업으로 2002년 당시 8.6%였으나 2020년 40.3%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외모만큼 사회초년생의 관심사인 이성교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