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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3기/재난과 교회

[12월의 주제 소개 글] “우리 서로 안녕하십니까?” / 김한나

 

김한나 (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

 

뉴스에서 빈번히 보도되는 ‘참사’는 우리 사회의 비참하고 아픈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연재해 혹은 인재로 인해 발생하는 참담하고 끔찍한 사건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공포와 무력감, 불안과 우울감으로 오랜 몸살을 앓고 있다. 또한 이러한 참사가 나와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사회를 향한 불신으로 인해, 어느덧 개인과 가족 중심의 각자도생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 태세는 사회와 낯선 이웃을 향한 경계와 불신을 조장하며 우리 사회의 공동체 정신과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참사 후유증’에 대한 인식과 성찰보다는 책임 회피와 비판, 내 것 지키기를 위한 경쟁에 몰두하여 또 다른 사회적 참사를 경험하고 있다. 반면 낯선 이의 상처를 치료하고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었던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우리의 편협한 이웃의 경계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 한 개인의 고통은 공동체 전체에 상흔을 남기며, 이러한 공동의 상처는 각 개인의 삶과 유리될 수 없다. 하지만, 공동체 정신의 부재는 나와 타인의 경계를 강화하여 ‘타인의 것은 타인의 것’, ‘타인의 슬픔도 타인의 것’이라는 분명한 단절을 유도할 수 있다.

바울 사도는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고 우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울어주십시오”(롬 12:15)라고 권고한다. 교회는 이웃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기쁨을 내 일처럼 기뻐하고, 그들의 슬픔도 나의 슬픔으로 공감해야 한다. 이러한 인격적 공감과 연대는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진정한 이웃사랑의 실천이며, 그 대상은 나의 지인을 넘어선 낯선 이웃, 심지어 나를 핍박하는 사람까지 포함한다(롬 12:14). 그리스도의 사랑에 빚진 자로서 우리는 그 누구에게나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참사와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이웃을 향한 사랑과 연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상흔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치유하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