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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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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 푸릉이라는 판타지 / 송진순 송진순 (NCCK 신학위원) “여기 서울 아니라 제주. 옆집에 빤쓰 쪼가리가 몇 장인지, 숟가락, 젓가락이 몇 짝인지도 아는!” 부스스한 단발머리, 청바지에 목장갑을 끼고 거침없이 생선 대가리를 쳐내는 은희(이정은)의 말이다. 는 제주의 푸릉 마을에서 살아가는 억척스럽고 짠내나는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후텁지근한 폭염 한가운데서 6월 은 쏟아지는 사건들을 잠시 밀어내고 기꺼이 드라마를 선택했다. 매체마다 경쟁하듯 토악질해내는 보도 기사들의 가벼움을 견디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이 세상이 인간의 ‘–다움’을 주저없이 포기하는 것을 대면하기 힘든 탓이 더 크리라 싶다. 배영미 선생님의 글처럼 우리는 지금 혼돈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정치든 경제든 끝없는 추락의 늪에서 피폐해진 정신을 되잡고 숨 고르..
우리들의 블루스 – 이 서러운 세상의 따뜻한 해방구 / 배영미 배영미 (기독여민회 홍보출판위원장) 혼돈의 카오스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임신 중단과 관련한 판결을 뒤집는 바람에 미국 여성들의 임신 중단에 대한 결정권이 사실상 박탈된 날, 상원에서는 총기규제 최종안이 가결되었다. 허술한 의료보장 때문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죽어가는 나라에서, 숱한 총기 난사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삶이 갑자기 중단되는 나라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의 결정권을 제한하다니 참으로 혼란스러운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불의한 전쟁과 강대국의 탐욕으로 세계 경제는 바닥 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고, 일본의 전시 성노예제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 독일 미테(Mitte) 구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는 없었다”며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극우 단체 인사들..
왜 그 드라마 속 여성들은 불쌍하거나 불행할까? / 오수경 오수경 (청어람ARMC 대표 · 저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tvN)에서 은희의 친구이자 마을에서 함께 자란 미란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란은 세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서울에서 홀로 마사지 샵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유럽에서 살고 있는 첫 번째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과 약속한 여행이 좌절되자 제주행을 택한다. 유난히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그가 오자 그의 동창부터 마을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그를 반겼다. 하지만 그를 반기는 이들의 진심은 어쩐지 텁텁하기만 하다. 남자 동창들은 그를 환영하며 추앙하는 듯 굴지만 사실은 잠깐 즐기려 할 뿐이지 그를 깊이 대하지 않는다. ‘결혼을 세 번 한 방탕한 여자’라는 평판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후려칠 뿐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