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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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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세상, 푸릉이라는 판타지 / 송진순 송진순 (NCCK 신학위원) “여기 서울 아니라 제주. 옆집에 빤쓰 쪼가리가 몇 장인지, 숟가락, 젓가락이 몇 짝인지도 아는!” 부스스한 단발머리, 청바지에 목장갑을 끼고 거침없이 생선 대가리를 쳐내는 은희(이정은)의 말이다. 는 제주의 푸릉 마을에서 살아가는 억척스럽고 짠내나는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후텁지근한 폭염 한가운데서 6월 은 쏟아지는 사건들을 잠시 밀어내고 기꺼이 드라마를 선택했다. 매체마다 경쟁하듯 토악질해내는 보도 기사들의 가벼움을 견디기 어려운 탓도 있지만, 이 세상이 인간의 ‘–다움’을 주저없이 포기하는 것을 대면하기 힘든 탓이 더 크리라 싶다. 배영미 선생님의 글처럼 우리는 지금 혼돈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정치든 경제든 끝없는 추락의 늪에서 피폐해진 정신을 되잡고 숨 고르..
샬롬, ‘회복적 정의’ / 한세리 한세리(비폭력평화물결) 학교폭력이 일어나다. 경찰서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학교폭력 신고가 들어왔으니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미 ‘봉사명령처분’이라는 처벌이 정해진 상황이지만 두 당사자를 위해 회복적 대화모임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입김이 제법 나던 이른 아침, 경찰서 한켠에 마련된 아담하고 따뜻한 방에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먼저 만났다. 가해자인데 제법 당당한 걸음으로 들어오는 여학생을 환대했다. “사실, 나쁜 일이라는 것. 알고 했어요. 그런데 저도 아이들과 어울리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그랬어요. 그런데 아저씨도 한번 털렸으면 문을 잠그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자기 물건 관리 못한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저 그래서 봉사명령 받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