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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1기/종교, 혐오 그리고 정치 -코로나19 사건이 던지는 질문-

바이러스에게 묻고 싶습니다. / 이진형

 

이진형 (목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을 받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 너도나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는 중이라 무척 조심스럽지만, 사실 우리는 바이러스에 돌을 던질 수만은 없습니다.


메르스와 코로나를 경험한 우리에게 바이러스는 고통과 죽음을 불러일으키는 공포의 존재일지라도 지구의 역사 속에서 바이러스는 생명을 탄생시키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해온 아주 중요한 존재입니다. 지구의 가장 깊은 심해부터 혹독한 추위와 더위가 계속되는 곳이라 할지라도 생명의 세포가 존재하는 어느 곳이든 바이러스는 존재해왔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의 몸만 해도 약 1만 종, 100조 개 가량의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태계에는 약 160만 종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 인간은 이들 바이러스 중 단 1%만을 겨우 발견했을 뿐입니다. 만일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구는 탄소와 산소의 순환 시스템이 없는 무수한 우주의 별들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풍성한 생명의 지구는 실상 바이러스의 존재에 기인한 것입니다. 우리는 때로는 ‘새롭게 출현한’(Newly) 바이러스와 생명을 건 싸움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유익한(Friendly) 바이러스와 함께 협력하며 생명을 풍성케 하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것마저도 바이러스 보다는 우리들의 문제가 큽니다. UN식량농업기구(FAO)는 바이러스의 새로운 출현의 원인이 인간 집단의 팽창, 자연 서식지 침범, 인간과 야생동물의 이동과 뒤섞임, 자연 서식지와 생태계 교란, 산림 파괴, 농업 생산 증대, 가축과 야생동물의 동시 사육, 야생동물 종 또는 야생병원체의 지역 간 이동, 지구적 기후변화,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에 따른 저항성 증가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헨드라 바이러스’ 사건입니다. 1994년 호주의 브리즈번 인근에 있는 ‘헨드라’라는 마을에서는 13마리의 말과 1명의 사람이 급성 호흡기 질환과 발열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헨드라는 브리즈번의 경마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말들을 키우고 조련하는 마구간들이 있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호주의 과일박쥐의 몸에서 살아가는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말과 사람에게 감염이 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호주의 대도시 브리즈번 인근은 과도한 산림개발로 숲에서 살아가는 과일박쥐의 먹이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먹이를 찾아 헨드라 마을 주변의 과일나무까지 찾아온 과일박쥐가 먹고 남긴 과일을 마구간의 말들이 먹었고, 그 말들을 돌본 사람들도 과일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헨드라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얻었고 헨드라 바이러스를 통해 호주 사회는 무분별한 산림개간이 생태계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호주 정부는 대규모 산림개간이 과일박쥐 서식지 파괴에 미치는 영향을 막기 위해 2018년에 법을 개정하여 산림을 보호하기로 결정을 내립니다. 결국 남의 집을 무단 침입했던 인간이 바이러스에게 머리를 숙인 것이지요.


헨드라 바이러스가 과일박쥐와 말을 통해서, 니파 바이러스가 돼지를 통해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가금류를 통해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낙타를 통해서, 그리고 아직 정확하지는 않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와 천산갑을 통해서 사람에게 전파된 것은 바이러스가 의도한 일들이 아닙니다. 우리 인간이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서식지를 침범해 그동안 인간과 접촉이 없었던 야생동물과의 접촉기회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오랜 시간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통해 서로에게 적응하면서 공생의 방법을 모색하는 자연이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진 우리의 현대사회는 이제 바이러스에게 던지려던 돌을 내려놓고 상호의존의 방식으로 존재하도록 창조된 우리의 세계에서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 우한의 야생동물 시장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현지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우한 사람들, 중국 사람들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일부 중국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신선한 식품이라고 생각하여서 박쥐, 천산갑, 뱀 등의 야생동물을 시장에서 거래하였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중국 우한 사람들의 행동이 야만스럽기 짝이 없다고 질타를 하고 있습니다. 식탁만 빼놓고 다리가 달린 것은 뭐든지 먹는다는 일부 중국 사람들의 식습관을 옹호하거나 변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야생동물의 거래가 단지 중국 사람들만의 일일까요?


야생동물 거래는 마약, 무기, 인신매매 다음으로 고수익이 보장된 글로벌 산업입니다. UN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해마다 불법적인 야생 동식물 거래 규모가 수백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코끼리의 상아나 코뿔소의 뿔의 불법거래에만 연간 약 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조 118억 원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10만 마리의 아프리카 코끼리가 아생동물 거래로 희생되었고, 불법 코뿔소 사냥은 5년 사이에 무려 7,700%가 늘었습니다. 야생의 호랑이는 지난 100년 사이에 97%가 사라져 전 세계에 3,000마리 정도가 살아있을 뿐입니다. 대신 호랑이는 전 세계 도시의 유명 동물원에서 평생을 갇혀 살다가 자연사 박물관의 박제 장식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400건 안팎의 야생동물 밀렵 행위가 단속되고 있고 4,000여 마리의 야생동물 불법 거래가 적발되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지금 야생동물 거래는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 건의 야생동물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활동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야생동물카페와 체험동물원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불법은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만나기 힘든 야생동물들을 체험이란 이름으로 전시하면서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과연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야생동물들은 모든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검증받은 걸까요? 우리나라는 검역 과정에서 5일 간의 임상증상 관찰 여부만으로 적합, 부적합 판정을 받습니다. 다행이 아직 야생동물카페와 체험동물원을 통한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감염 사례는 보고된 바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운이 좋아 착한 바이러스만을 만날 수 있을까요? 그보다 야생동물을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니면 어떤 야생동물이든 거래를 하고, 소유를 할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이 과연 생태적으로 정의로운 것일까요? 우리의 현실이 단지 먹지만 않을 뿐,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바이러스에게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