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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3기/더 글로리와 학교폭력

‘더 글로리’를 찾아서 / 김한나

 

김한나 교수 (성공회대)

 


 


근데 엄마,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드라마 더 글로리 의 작가는 자신의 고등학생 딸이 건넨 이 한마디 말에서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는 가끔 TV나 영화에서 종종 맞고 들어올 거면 차라리 때리고 와라. 라는 부모의 대사에 공감할 때가 많다.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 속에서 익숙하게 살다 보니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것을 개인과 가문의 수치로 여기는 풍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 자체에 대한 윤리적 판단보다는 폭력이라는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조차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세상이다. 하지만,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까지도 영혼의 깊은 상처와 삶의 파괴를 경험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병폐다. 또한, 주인공 문동은의 선택처럼 또 다른 복수를 부르는 폭력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적 가치,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유하고 있는 더 글로리 (the glory)를 외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영예는 우리의 자격으로 얻은 것이 아닌, 존재 자체에 내재된 하느님 형상의 일부로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소유한 본질적 가치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어느덧 눈에 보이는 외적 요소에 의해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 변질된 물질(만능)주의와 과학(만능)주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물질적 요소를 정신적 요소와 분리하는 이원론적 사고 자체도 해롭지만, 더 나아가 물질을 정신과 영혼의 우위에 두는 사고 또한 치명적이다. 더불어, 모든 대상의 실체와 가치를 눈에 보이는 요소와 증명 가능한 데이터에 의존하는 태도는 인간의 내적 존엄성의 비가시적 실재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처럼, 외적으로 쉽게 증명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경우, 사람들은 이를 얻기 위한 과열된 경쟁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줄 돈, 명예, 학벌, 스팩, 특정 직업 등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줄 것만 같은 신기루에 중독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추앙하는 특정 지위나 경제적 부를 얻게 된 사람은 자연히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극 중, 박연진은 자신의 부모가 소유한 이러한 권력을 영악하게도 자신의 것으로 향유하며 이를 갖지 못한 문동은에게 잔인한 폭력을 행사한다. 박연진에게 있어서 폭력이란 자신이 얻게 된 권력의 당연한 산물이기에 이는 윤리적 가치판단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학교폭력에 대한 그 어떠한 양심의 가책이나 반성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문동은이 자신의 실질적 위협이 되었을 때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니 인생이 나 때문에 지옥이라고? 니 인생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지옥이었잖아.”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2022년 학교폭력 피해응답자는 5.4만 명으로 21년에 비해 0.6% 상승했으며 이는 코로나 이전 19년보다도 0.1% 상승한 수치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은 20년 1.8%에서 22년 3.8%로 급격한 증가를 보였고, 중학교 0.9%, 고등학교 0.3%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또한, 언어폭력이 전체 학교폭력의 41.8%를 차지함으로써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사이버폭력 또한 9.6%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이 감소하면서 학교폭력 피해도 잠시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대면 수업의 활성화로 인해 그 피해가 다시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학교폭력의 대상이 점차 저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과 같은 비물리적 폭력의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각주:1]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심리적 요인과 환경에서 오는 외적 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내적 요인으로는 정체성 혼란과 낮은 자존감, 모방 심리와 시기심, 배타성, 분노와 저항성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사춘기의 육체적·정서적 변화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은 심리적 불안과 두려움을 발생시켜 이를 표출하기 위한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려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는 자칫 자신과 다른 모습과 성향을 보이는 타인에 대한 편견과 배타성을 심화시켜 집단 따돌림과 같은 학교폭력을 양산할 수 있다.

학교폭력의 외적 요인으로는 가정환경이나 학업 스트레스, 친구들의 압력, 사회적 관계, 미디어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쟁 위주의 입시제도는 청소년기에 받아야 할 인성교육과 다양한 신체적·정서적 활동을 제한하고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발생시켜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가정에서 경험한 부모의 폭력이나 학대는 청소년기의 공격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더 글로리 의 최혜정과 손명오와 같이 또래 집단의 강압이나 집단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학교폭력에 가담하는 경우도 있다. [각주:2]

무엇보다, 현시대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폭력과 자살에 대한 미화는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둔화시키고 이를 모방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22년 학교폭력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언어폭력 은 신체폭력(14.6%)의 약 3배의 비율인 41.8%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성경은 언어의 중요성과 부정적 언어의 위해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혀는 불과 같습니다. 혀는 우리 몸의 한 부분이지만 온몸을 더럽히고 세상살이의 수레바퀴에 불을 질러 망쳐버리는 악의 덩어리입니다. 그리고 혀 자체도 결국 지옥 불에 타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사람의 혀를 길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혀는 휘어잡기 어려울 만큼 악한 것이며 거기에는 사람을 죽이는 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각주:3]


이처럼, 야고보서는 인간의 혀를 작은 불씨로도 거대한 파괴성을 지니는 불의 성질에 비유하며, 사람의 인격을 파괴할 수 있는 악으로 묘사한다. 즉, 부정적인 언어는 마치 독과 같아서 듣는 사람에게 전인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의 삶을 치명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상대를 모욕하고 비방하는 언어폭력은 신체폭력에 비해 가벼워 보이나, 실제 많은 사람이 이로 인한 우울감과 좌절감을 호소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거나 극단적 선택의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 극 중에서 문동은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지속적인 비방과 조소, 심지어는 몸짓언어로 인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언어가 잠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파괴적 독성은 결국 인간의 악한 본성과 마음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언어는 표현의 도구로서 각 사람의 생각, 감정, 의지, 태도 등 인간의 내적 요소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즉, 인간의 혀(언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그 혀 를 사용하는 인간의 부패한 심성에서 악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야고보서 저자는 우리의 입을 샘 구멍 으로 비유하였는데(3:11), 이는 언어가 결국 마음의 샘물을 밖으로 흘려보내는 출구임을 함축한다. 그리고, 그는 각 나무의 종류에 따라 그에 적합한 열매를 맺는 창조의 섭리에 빗대어 인간의 본성에 따라 그에 합당한 말이 표출됨을 강조한다(3:12).

하느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셨으며 말씀인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신다. 언어는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더없이 귀한 선물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속성을 본받아 언어를 통해 의사와 감정 그리고 다양한 의미를 소통한다. 따라서 언어는 힘과 영향력이 있으며 그분의 목적에 따라 진리와 사랑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각주:4]

우리는 마음을 성령으로 새롭게 하여 창조 시 언어의 본래 목적과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이러한 회복은 현실뿐만 아니라 현시대 학교폭력의 또 다른 장이 되고 있는 사이버 세계에서도 절실히 필요하다. 청소년 사이에서 온라인을 통해 반복 혹은 지속적으로 타인을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불링은 위축과 사회적 배제, 낮은 자존감과 학업 성취, 우울증, 자살 충동과 자살 시도를 초래하는 등 피해자에게 매우 심각한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문제이다.[각주:5]


비물리적 공간인 사이버 세계에서 언어는 주요 소통의 매개이자 공격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상대를 향한 욕설과 비방, 성적 수치심이 들게 만드는 언어는 물리적 폭력 이상으로 개인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원주민으로 태어나 사이버 공간이 개인의 사회적 활동의 중심이 되는 청소년 세대에게 사이버 불링의 영향력은 더욱 심각하다. 사이버 불링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이버 학교폭력은 전통적인 학교폭력과 유사한 형태로 발생하는데, 예를 들면, 채팅방에 피해자를 초대해 단체로 비방을 하거나 피해자만을 남겨두고 모두가 채팅방을 나가는 집단 따돌림의 형태로 발생한다. 또한, 성적 수치심이 들게 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상에 유포하거나 기존의 빵 셔틀 (빵 심부름)을 모방해 게임상에서 아이템을 상납하도록 강요하는 아이템 셔틀 등의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성인의 약 두 배로 조사되었다. 또한, 청소년들은 사이버 명예훼손(63.1%)을 가장 두려운 사이버폭력의 유형으로 꼽았고 신상정보 유출(53.4%)과 사이버 언어폭력(43.5%)이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사이버폭력 경험 후 피해자들의 심리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복수하고 싶다는 응답이 34.1%, 우울하고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이 31.7%, 자해/자살을 하고 싶다는 응답이 12.5%를 차지하였다.[각주:6]

하지만, 이러한 심각한 실태와는 다르게 우리 사회는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이를 경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물리적 폭력에 비해 비물리적인 형태의 폭력을 가볍게 여기거나 사이버 세계를 현실과 유리된 비현실적 세계로 치부하는 사고에서 비롯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버폭력은 불특정한 다수 혹은 익명 때문에 발생하여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기에, 피해자는 누구든 가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에 대인기피증과 불안감에 시달릴 수 있다. 또한, 한번 유출된 글이나 사진, 영상을 영구히 삭제하는 것이 어려워 피해자는 평생을 두려움과 고통 속에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사이버폭력은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2012년 여고생 자살 사건, 2018년 제천 여고생 자살 사건, 2018년 인천 여중생 자살 사건과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현실적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사이버 세계는 현실과 깊은 상호작용을 통해 연결된 사회적이고 공동체적인 공간으로서 그곳에서의 폭력은 결코 개인과 사회의 현실과 괴리될 수 없다.


내 몸은 이미 망가뜨렸고 내 영혼은 이미 부서뜨렸고 니가 뭘 더 할 수 있는데.”


극 중 문동은의 고백처럼 어떤 형태의 학교폭력이든 이는 피해자에게 전인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들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삶 또한 파괴할 수 있다. 자아에 대한 의식을 활발하게 형성해나가는 청소년기에 또래 집단이나 친구로부터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경우, 이는 자아존중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해 낮은 자아존중감이 형성된 피해자들은 불안과 우울감을 경험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의 가해자가 되거나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갈 수 있다.[각주:7]

더불어, 청소년기에 경험한 학교폭력은 청소년기의 영적 성장과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이유는 또래집단과의 애착 관계와 신뢰감 형성이 개인의 신앙 성숙과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할 때까지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교회와 또래 집단들과의 상호적 관계는 영적발달에 있어서 매우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이 이러한 미시체계 내에서 맺는 사회적 맥락들과의 관계의 질에 따라서 영적인 성장이 긍정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각주:8]


이처럼, 청소년의 영적·신체적 발달과 전인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학교폭력에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고 학교는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과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사회와 교회 차원의 공조와 협력이 절실하다. 청소년기는 가치관이 성립되고 삶의 가치와 기준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때 그들은 종교적 가르침이나 타인의 견해에 관심을 갖고 이에 의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이를 통해 자기 삶의 중심축이 되는 이상 체계, 즉 이데올로기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을 하게 된다.[각주:9]

이러한 유의미한 시기에 교회는 청소년이 기독교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하느님의 사랑에 근거한 타인과의 인격적 관계를 지향하도록 도울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인간 본연의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견고히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교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통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가장 존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로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성육신하시고 십자가에서 고난을 당하셨다. 우리는 우리의 죄성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했으며 고귀한 자녀로서 하느님 나라에 동참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기독교 복음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은혜의 진수로서 이를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참된 이웃 사랑과 인간 존중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하느님의 무한하고 영원한 사랑을 깨닫고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분의 형상을 소유한 타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성서를 기반으로 이러한 복음의 메시지를 청소년들에게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선교적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교회 내 청소년들과 교회 밖 청소년들에게 각각 적합한 방식으로 개발·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청소년의 상황을 고려하여 온라인을 통한 선교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청소년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와 소통방식으로 복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청소년기에 유해한 자살과 폭력 미화 컨텐츠를 제재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온라인 컨텐츠를 개발하여 이를 지역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단 간 협력을 증진하여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고 공동 작업을 도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교회는 현시대 청소년 학교폭력의 실태와 피해를 지속해서 살피고 청소년 상담을 위한 인력을 발굴·훈련하여 교회 내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실질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는 교단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데, 청소년 상담사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는 방법, 교단에서 훈련한 전문 상담사를 지역교회에 파견하거나 온라인 상담서비스를 지원하는 형식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가족 구성원과 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교육을 활성화하여, 청소년기와 그들의 문화를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학교폭력의 징후와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 등을 교육·훈련해야 한다.

극 중에서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문동은은 지역사회와 학교 심지어 부모에게조차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다. 자신을 보호해주어야 할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면서, 이때 교회가 그녀의 도움 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었다. 더 글로리 의 작가는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사례를 보면서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통해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깨달음을 기반으로 극의 제목을 더 글로리 로 지었다고 자신의 소회를 밝히며 피해자들이 그들의 영예를 회복하기를 응원했다.

결국, 인간의 영예를 회복한다는 것은 잃어버린 존엄성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절대 잃어버릴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 어떠한 형태의 폭력과 학대, 비방과 모욕을 통해서도 인간 본연의 존엄은 상실되지 않는다. 이는 빛을 어둠으로 견고히 덮으려 해도 결국 어둠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원리와 같다. 가해자의 학교폭력으로 지금도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교회는 그들이 결코 잃어버릴 수 없는 그 영예에 대해 그리고 그 사랑에 관해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진정한 도움 이 되어야 한다.

 

 

  1.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교육부, 2022.9.5., [교육부 공식 홈페이지] [본문으로]
  2. 레스 패로트 3세, 『청소년이 고민하는 30가지 상담가이드』, 요단, 2008. 홍종관, '학교폭력의 실태, 원인 그리고 대처에 관한 연구', 초등상담연구, 11권 2호, 2012, 237-259쪽. [본문으로]
  3. 공동번역 성서 개정판, 대한성서공회, 2001. (야고보서 3:6,8) [본문으로]
  4. 김한나, '마음에 짙은 어둠을 남기는 사이버 불링', 구세공보, 제1211호, 2021.3, 8쪽. [본문으로]
  5. 추병완, 도덕과교육을 통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예방 방안 , 교육과정평가연구, 2014, 17권 1호, 98쪽. [본문으로]
  6. 2021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 방송통신위원회, [ https://www.kcc.go.kr/download.do?fileSeq=53647] [본문으로]
  7. 김태량, 김경화, 청소년의 스트레스와 자아존중감이 비행에 미치는 영향 , 한국콘텐츠학회 논문지, 17권 12호, 2017, 628-643쪽. [본문으로]
  8. 함영주, 기독교 청소년의 교육생태계와 영적발달의 상관성연구 , 개혁논총, 28권, 2013, 285쪽. [본문으로]
  9. 딘 보그먼, 마상욱, 『이야기 청소년신학』, 샘솟는 기쁨, 2019. 173-174쪽. 레스 패로트 3세, 29쪽.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