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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3기/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환경 주일

그런 오염수는 없다. / 신익상

 

신익상 (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

 

1. 오염수를 먹었다고?

지난 2023년 6월 30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국민의 힘 소속 국회의원 두 명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른바 해수 마시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땅에서 바다로 가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바닷물을 마시려면 서해든 동해든 남해든 찾아가도 됐었다.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폼나게 마시면 기자들이 멋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줬을 텐데, 왜 이들은 서울 한복판 수산시장에서 바닷물을 연신 말하며 수조의 물을 마셨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닷물을 마시는 게 중요했던 게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들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이 얘기가 가장 절실한 바다생물 거래 상인들 앞에서 해야 선전효과가 클 거라는 계산도 섰을 거다. 그렇더라도 이들의 행동은 의외(를 넘어 기괴하)다. 아마 이 모습을 지켜보던 상인들도 당황했을 터다. 도대체 수조에 담긴 물과 후쿠시마 오염수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이들의 행동과 논리를 따라가 보도록 하자.

김영선 의원이 먼저 수조에 담긴 물을 손으로 퍼서 마셨다. 수조에는 횟감으로 잡힌 어류들이 가득하다. 이 기발한 도발을 먼저 시작한 김 의원은 법학을 공부하고 변호사로 일하다 국회에 발을 들였다. 김 의원의 줄기찬 권유로 경제관료 출신 류성걸 의원도 수조에 손을 담가 물을 퍼서 맛을 본다. 이들이 이렇게 물맛을 보며 강조한 것은 수조에 담긴 물이 ‘바닷물’이라는 점이다. 상인 대표에게 몇 번을 확인한다. 해수냐고 말이다. 이를 놓칠세라 상인 대표도 바닷물을 안전하게 정수한 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 의원은 이게 바닷물이면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 때 방류된 물이 우리나라 근해까지 온 그 물이라고 말한다. 김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그 물은 지금 일본이 방류하려는 오염수보다 훨씬 방사능 농도가 높을 것이다 ― 그런데 그 물조차 ‘안전하다.’ 통상적인 정수 과정만 거쳤을 뿐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걱정일랑 던져버리시라. 지금 일본이 방류하려는 오염수는 ‘훨씬 안전하다.’ 2011년 오염수보다 더 철저하게 방사능을 처리해서 희석했으니 말이다. 안전을 확인했으니 들어가서 안전한 회 한 사발 합시다! 아주 완벽한 안전이다. 바닷물도 안전하고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물도 안전하다니까.

어류가 가득 담긴 물을 그대로 마시는 퍼포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 물 자체가 안전하며, 따라서 그 물에 영향을 받는 다른 것들도 안전하다는 주장. 이러한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이 국회의원들이 슬쩍 내민 것은 ‘과학적’이라는 말이다. 아니, 법과 경제에 능통하신 분들이 느닷없이 과학을 들이밀다니, 정말 오늘날 과학은 모든 사실과 가치의 기준 역할을 하는가 보다.

 

2. 거기에 과학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과학적인’ 주장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노량진 수산시장 수조에 있는 물이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 때 방류된 물이라는 주장.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물이 그 물인지 아닌지를 측정할 마땅한 수단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마신 수조의 물이 안전하다는 사실이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태 때 방류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을까? 없다. (김영선 의원을 포함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모른다’이다. 당연하게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전을 보증하진 않는다.

둘째, 정수된 바닷물이 담긴 수조에서 건져낸 어류는 안전하다는 주장. 이 주장 또한 맞는 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학적인’ 검증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방문해서 회 한 접시 먹었다고 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이들이 보여준 것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파는 어류는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고 안전하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믿음이다. 이 믿음이 어떤 방법으로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치자. 그래도 이 사실이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어떤 바다생물도 건강이나 생명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이 벌인 일련의 퍼포먼스는 과학적 입증이 목적은 아님이 분명하다. ‘과학’이라는 말까지 동원하긴 했지만. 그렇기에 이들이 계획한 퍼포먼스는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기 위한 언행 이상도 이하도 아닌 보여주기라고 할 수 있다. 수산시장 상인들의 마음도 달래고 오염수 방류가 수산물 먹거리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것을 염려하는 여론도 잠재우고 말이다.

이들의 퍼포먼스 이면에는 적어도 두 가지 상황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적극 지지하는 상황과 오염수 방류는 인접국인 대한민국에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국민적 여론 상황. 바닷물 마시기 퍼포먼스는 이 둘 사이에 놓여 있다. 국정 운영과 안전의 불일치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최선은 국정 운영이 국민의 안전과 일치하는 경우다. 이들의 퍼포먼스는 이 둘의 간격을 좁히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더 필요한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과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사태 파악,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의 노력일 터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과학을 강조하는 가장 첨예한 지점에서 모든 문제가 정치적 대립의 문제로 전환한다. 우리의 안전에 과학은 없고, 그래서 안전을 위한 정치도 실종한다.

 

3. 과학만 없는 게 아니다.

사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과학적 사실이 아주 명쾌한 것도 아니다. 과학자들 간에도 의견의 불일치가 존재한다. 그만큼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쟁점은 일본이 오염수를 정화하기 위해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 오염수 처리 장치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의 신뢰도 문제다.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사능 핵종을 제거한다는 이 장치가 정말로 100% 믿을 만한지를 두고 과학자 사이에서 의견이 나뉜다.

세슘이나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과 같이 무거운 방사능 입자들이 한반도 근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도 쟁점이다. 표층수의 경우 태평양을 크게 한 바퀴 돌아오기에 한반도 인근에 이르기까지 길게는 6년이 걸린다. 이와 달리 심해수는 대만과 중국 쪽으로 짧게 돌아서 수개월이면 한반도 근해에 도달한다. 무거운 방사능 입자들은 바로 이 심해수의 흐름을 따르기 쉽기에 한반도 인근 해역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무수히 많은 대형 선박이 사용하는 평형수가 일본 근해의 오염수를 한국의 앞바다로 옮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방사능이 생명에 끼치는 위험에 대한 평가는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만 한다. 인간에 국한해서 생각할 때, 우선 방사능이 신체에 끼치는 영향의 정도가 신체 부위에 따라 다르다. 또한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중성자선 등과 같은 방사능의 종류에 따라 그 위험도나 신체 내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도 달라진다. 방사능물질마다 신체에 체류하는 시간이 또한 다른데, 체류 시간 또한 방사능이 신체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가와 관련된다. 방사능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몸을 구성하고 있는 입자들에 불필요하고 해로운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암세포 등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과학적 쟁점이나 방사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여러 고려 요소에 관한 얘기는 이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서로 견해가 다른 과학자들끼리도 이견 없이 동의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오염수가 드넓은 태평양으로 방류되면 이 오염수가 얼마나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는지와 상관없이 충분히 희석되어 한반도에 도달할 때쯤이면 어떤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실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전에 방사능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이 부분은 전적으로 일본만의 문제일 수 있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한국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래서 오염수 방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과학자들의 논쟁에서 쟁점은 오염수 방류 자체에 있지 않다. 오염수 방류를 위한 과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변수들이 얼마나 있느냐에 대한 견해차가 있을 뿐이다.

아니, 그렇다면 ‘오염수 괴담’은 정말 괴담이란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핀 것은 오염수 자체뿐이다. 오염수 방류는 인위적 활동의 결과를 생태계의 과정에 내맡기는 행위다. 그런데 생태계를 이루는 것끼리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오염수가 일단 생태계의 자연 과정에 내맡겨지면 그 오염수는 이제 생태계의 복잡한 관계를 따라서 생태계에 퍼져나가게 된다. 다시 말해, 오염수를 태평양에 내보내면 오염수는 단지 바다에서 희석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만일 ALPS의 방사능 제거 기능이 우려대로 완벽하지 않다면, 일정량의 방사능 핵종들이 바다에 방류될 것이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바다로 퍼져나가며 희석될 것이다. 하지만 100% 그렇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경우에는 희석된 농도보다 더 높은 농도로 일본 근해의 바다생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던 방사능 핵종은 일본의 시나리오와는 다른 경로로 생태계에 퍼져나갈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바다에 발을 들인 방사능이 생태계에 퍼져나가는 의외의 경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시 말해, ‘오염수 괴담’은 괴담이 아닐 확률이 제로가 아니다!

혹자는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더 확실한 것을 선택하지 말라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다루고 있는 주제는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다. 주식 투자를 위해 기업의 미래를 전망하거나 여행을 계획하며 날씨를 예측하는 문제가 아니다.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건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선택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경우다. 이것이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를 대하는 국가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대한민국에 지금 없는 것은 과학뿐만 아니다. 국가가 마땅히 책임을 다해야 할 정치도 없다. 정치인은 참 많은데도 말이다.

 

4. 그래서, 그런 오염수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정치적 입장이 둘로 나뉘며 연일 비방과 성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당들은 당론을 정하고 그에 따라 움직인다. 마땅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생명에 관한 문제, 안전에 관한 문제 앞에서는 정치공학은 좀 내려놓고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면 안 될까? 생명 앞에서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생명 하나만 보고 행동을 결정하면 안 되는 걸까?

오염수 방류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상대방이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방한다. 둘 다 절반만 맞다. 둘 다 과학적이지 않으니까. 지구생태계와 관련된 과학은 100% 확실한 무언가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불완전한 예측 속에서 가장 그럴듯한 전망을 몇 가지 시나리오 형식으로 제시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방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한국 정부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제시한 정보에 오염수 방류가 가져오는 원치 않는 결과에 대한 전망이 빠져 있다면, 그건 과학적으로 볼 때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한국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고, 충분히 협의하며 일을 진행하고 있지도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앞서 말한 얘기들로 미루어 보건대 100% 과학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100%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에도 모름의 영역이 있어서 그것을 늘 고려해야 한다. 그러니, 국민의 힘이 말하는 오염수가 확실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오염수는 괴담인가? 그렇지 않다. 그런 오염수는 없다.

 

5. 진심 어린 생태 감수성이 아쉽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오염수라는 말을 떠올리며 함께 연상해온 ‘안전’과 ‘생명’이라는 말은 누구의 안전과 생명을 말하는 걸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인가? 그 사람 중에서도 어류 애호가들의 생명과 안전인가?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들? 아니,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지금 대한민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대하는 방식과 논리를 되돌아볼 때, 정작 후쿠시마 오염수에 가장 취약하면서도 가장 무시되고 있는 생명과 안전은 따로 있다. 후쿠시마 연안 바다에 살고 있는 무수한 비인간 생명들 말이다.

우리가 앞서 살핀 쟁점들 속에서 이들은 주로 먹거리 상품일 경우에만 등장한다. 만일 이들이 방사능에 노출될 게 문제가 된다면, 그건 인간이 섭취해서 피해를 볼 가능성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회를 먹으러 다니며 안심하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기후의 급격한 변화를 비롯한 생태 위기의 시대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인간중심이다. 아니, 더불어민주당은 생태계 파괴 우려를 말하고 있는 걸 모르냐고? 글쎄, 생태계 파괴 문제를 정치적 세력 확장을 위해 사용하려는 건지, 아니면 정말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긴 하는 건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지난 대선을 돌아보건대 RE100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으면서도 한편으론 경남권 메가시티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였다.

마태복음에서 예수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 어떤 임금이 했다는 말. “여기 내 형제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마 25:40) 고린도전서 속 바울의 목소리도 떠오른다. “하나님께서는 세상에서 비천한 것과 멸시받는 것을 택하셨으니, 곧 잘났다고 하는 것들을 없애시려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택하셨습니다.” (고전 1:28)

만일 우리가 오늘날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이자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생태계의 비인간 존재들을 꼽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래서 이들을 우리는 환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모든 결정에서 숙고될 수 있다면? 그래서 이들의 희생이 단지 상품과 먹거리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새롭게 바꾸어내는 잠재력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수 있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IAEA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를 미리 예감했던 국민의 힘에서는 보고서 발표 전에 다음과 같은 말들이 나왔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수산물이 밥상에 올라가는 일은 결코 없도록 정부, 여당이 더욱 꼼꼼하게 챙길 것”이다. “국민의 안전은 기본적인 것이고, 국민 안심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국제 안전기준, 밥상, 국민의 안전, 이런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생태 감수성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