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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3기/NCCK 100주년을 맞이하며

‘100인 합창단 프로젝트 – 비하인드 스토리’ / 최규희

 

최규희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간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하 교회협)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몇 년 전부터 2024년 9월을 기다려왔던 나로서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모습으로 이 시기를 보낼지 잘 그려지지 않았었다. ‘공교회의 100년 역사’라는 가늠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를 그 끝자락 한 부분을 살아가고 있는 한 목회자가, 또는 실무자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누구 말마따나 “글로 배웠어요”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으니 “잘 모르지만.. 열심히 배울게요”라고 말하며 그저 역사 앞에 겸손해질 뿐이다.

 

소위 어느 단체, 어느 공동체건 ‘~ 주년’을 기념하며 가장 좋은 점은 그간의 역사를 정리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공식적으로 가질 수 있다는 점 같다. 시대적 부름 앞에 응답하며 달리느라 미처 의미를 되새기지 못했던 부분, 잘 말해지지 않던 부분, 잘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과 인물들, 목소리들이 발굴되고, 재해석, 재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생긴다. 또한 아무런 연관 없어 보이는 일들이 역사 속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드러나고, 결국 그 공동체가 지향하던 가치, 계속 이어나가야 할 방향이 더 뚜렷이 보이게 된다.

 

하물며 교회협 100주년 기념이니 ‘무엇을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계승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각계 각층의 다양한 바람과 기대가 있었다. 일찌감치 ‘100주년기념사업특별위원회’가 조직되고, 2019년부터 ‘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 정리보존사업’이 시작되었다. 본인도 해당 사업 연구원으로서 처음 교회협과 인연을 맺고 일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100주년 준비에 애착이 컸다. 그 사이 여러 변동 상황이 생겼고, 교회협 언론홍보 담당으로서 2024년을 맞게 되었다.

 

에큐메니칼 원로부터 여성, 청년, 지역교회의 목소리를 모아 함께 대화의 장을 열었던 '202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에큐메니칼 정책협의회(2월)',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연합과 일치의 에큐메니칼 운동 사업을 기획,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주년 청년 프로젝트 하이(Hi, 2월~11월)’, 기독교사회운동/에큐메니칼 운동 관련 국내외 역사기록물 열람을 제공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아카이브’ 오픈(www.ncckarchive.org, 6월), ‘에큐메니칼’을 못 들어본 사람 없기를 바라며 제작, 유튜브업로드한 100주년 특별인터뷰 ‘사람들, 에큐메니칼을 말하다’ 시리즈(7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온라인 전시회 – 백년의 기억’(https://ncck100.or.kr/45, 9월~), 세계교회와 함께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향한 새로운 100년을 논의하며 연대를 다진 ‘NCCK100주년 국제 컨퍼런스’(9월), 일치와 연합으로 교회와 세상을 섬겨 온 100년을 감사하며 국내외 동역자들과 함께 다시 하나 됨을 다짐한 ‘NCCK100주년 에큐메니칼 감사예배’(9월 22일, 연동교회), CBS와 함께 제작한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다시 쓰는 백년’ 방영(9월 24,25일)... 정말 숨가쁘게 100주년을 기려 왔다. 아직 ‘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 시리즈 발간 출판기념회’(10월 22일, 광림교회)와 제73회기 총회 및 ‘NCCK 100주년 기념대회’(11월 18일,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도 남아 있지만, 9월 24일 창립기념일을 지나며 큰 봉우리 하나를 넘은 듯하다.

 

아마 교회협을 아끼시는 많은 분에게 기억에 남는 100주년의 순간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각자의 관심사와 참여 정도에 따라, 이해의 폭과 깊이에 따라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도 다를 것이다. 2024년 9월 ‘사건과 신학’ 글 청탁을 받았을 때, 물론 모든 순간이 소중했지만, 나로서는 ‘100인 합창단’과 ‘100주년 기념곡’이 떠올랐다. 그래서 개인적인 경험이 갖는 보편적인 울림을 기대하며 ‘100인 합창단 프로젝트 -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누고자 한다.

 

100인 합창단의 시작

 

100주년을 더욱 뜻깊게 맞이할 방법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김종생 총무님이 올해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 4,160명의 합창을 기억해내셨다. 나도 당시 기억식에 참여 중이었는데, 기억식의 마지막 순서, 기억합창을 앞두고 4시 16분, 안산시 단원구청 일대에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기 위한 추모 사이렌이 1분간 울릴 것이라는 아나운서의 안내가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이신 4,160명의 합창 <세월의 울림> 첫 곡인 “가만히 있으라” 도중에 그 사이렌이 울렸다. 확성기로 악의적인 말을 쏟아내는 차량이 그 날도 어김없이 주변을 돌고 있었다. 쨍쨍한 확성기 소리와 추모 사이렌, ‘가만 가만 가만히 여기 있으라’는 노래소리... 어울리지 않는 소리들이 만들어내는 풍경 속에 기억식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해졌던 기억이 있다.

 

‘10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분들을 모셔서 100인 합창단을 구성해보자, 기존의 곡이 아니라 100주년 기념곡을 작사, 작곡하여 그 곡을 부르면 더 뜻깊겠다’는 생각들이 더해졌다. 너무 좋은 의견인데, 이미 준비하고 있던 사업과 행사들이 많아서 다들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한 계기로 100주년 홍보의 일환으로 내가 실무를 맡게 되었다. 몇 개월 남지 않았는데, 합창곡 의뢰부터 합창단 모집과 연습까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염려가 컸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류형선 감독님과의 만남

 

새로운 곡을 작사, 작곡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시급한 것은 합창곡 의뢰였다. 다급한 마음에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사역을 하고 계시는 선배 목사님께 100인 합창단을 맡게 되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놀랍게도 바로 그 자리에서 ‘희년의 노래’, ‘부르신 뜻을 사는 우리’, ‘모두 다 꽃이야’ 등등, 곡으로만 접했던 존경하는 류형선 감독님(광양시립창작국악단 예술감독)과 연결이 되었다.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팬심을 가득 담아 전화를 드렸는데... 류 감독님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흔쾌히 100주년 기념곡 작사, 작곡을 맡아 주셨다. 한국기독교회관 7층 복도에서 전화를 드렸었는데, 뛸 듯이 기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바로 그 순간에 100인 합창단 프로젝트는 이미 절반이 이뤄졌다는 용기가 생겼다. 주님의 은총이었다.

 

류 감독님을 직접 만나 ‘100인 합창단’의 취지와 교회협 100주년의 주제, 에큐메니칼 감사예배 컨셉 등을 나누었다. 일정을 확인해보니 에큐메니칼 감사예배 당일인 9월 22일에는 직접 참석하기 어려우신 상황이었는데, 감사하게도 평화의나무 합창단 지휘자셨던 김준범 지휘자님(어떤노래당)을 손수 소개해주셨다. 100주년 기념곡이 잘 만들어지면 한 번 불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교회들과 여러 신앙의 공동체에서 불려야 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밴드(CCM) 버전과 합창곡 버전으로 준비해서 공유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제는 온전히 창작자의 시간이었다. 100인 합창단 모집을 동시에 진행하며 곡을 기다렸다.

 

100주년 기념곡과의 만남

 

7월 말, 기다리던 곡이 세상에 나왔다. 제목은 <모든 아픔이 나의 통증이 되어 - (부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00주년을 감사하며> 였다. 멜로디와 가사가 들으면 들을수록 울림이 있었다. 어서 빨리 이 곡을 한국교회에 선물로 내어놓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합창곡 편곡(조혜영 작곡가)이 나오기까지 가이드 음원 격으로 밴드버전 녹음(많은물소리 합창단)과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었다. 빨리 알리고픈 마음에 과천으로 두어 차례 가서 직접 촬영을 했었는데 전문적인 음원에 비해 촬영본이 아쉬웠다. 결국 CBS 전문촬영팀과 편집팀의 도움을 받아 밴드버전 뮤직비디오(https://youtu.be/8Fhfo3ngYz8?si=m_UjAdmetQZ-LxYN)가 탄생했다.

 

후에 100주년 특별인터뷰 ‘사람들 에큐메니칼을 말하다’ - 류형선 감독님 편(https://youtu.be/pwp0q_eMbbk?si=oCQD-jjT-S_6WGNQ)에서 감독님은 창작의 고통을 언급하셨다. 교회협을 위해서 쓰려니까 곡이 잘 안 써졌는데, 교회협과 함께 살아왔던 삶을 반추하면서 자기 고백적으로 쓰니까 노랫말이 만들어졌다 하셨다. 100주년기념곡의 의미를 류 감독님이 직접 작품자의 덧말로 써주셨다.

 

작품자의 덧말


이 작품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지나온 100년을 진솔하게 되돌아 보고, 다시 시작할 백년을 ‘이미 도착해 있는 선물’ 같은 희망의 전언(傳言)이고 싶은 열망으로 2024년 8월에 작사·작곡하였다. 이 작품을 뮤직비디오로 제작하기 위해, 그리고 100인 합창단으로 첫선을 보이기 위해 많은 연주자, 지휘자, 편곡자, 가수, 합창단, 엔지니어, CBS 및 NCCK 기획·제작자들의 노고가 덧입혀졌다. 그 낱낱의 정성들이 이 작품 속에 깃들어 있다.


나는 제법 오랫동안 작사·작곡가로 살면서, 작품으로 NCCK 활동을 해 왔다. 나의 노래가 ‘에큐메니컬 운동의 감수성’이길 바라며 애써 작품을 썼다. 에큐메니컬 정신을 품고 사는 것은 거듭 또 거듭 외로운 선택을 감당하는 일이었다. 일테면 나는 조금 덜 외롭기 위해 작품을 쓴 것이다. 그렇게 빚은 작품들을 먹고 마시면서 에큐메니컬 운동의 고단한 여정을 기꺼이 살아내는 많은 이들이 조금 덜 외롭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노래 <모든 아픔이 나의 통증이 되어> 역시 같은 마음으로 썼다.


타인의 아픔이 내게 통증으로 와 닿는 것, 그 통증 때문에 노래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 그 노래가 나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나의 예술관이다. 에큐메니컬 정신을 품고 살아온 내가 악착같이 품은 삶의 명제이다. 나만의 것이 아니라 에큐메니컬 노정에 더불어 깍지 손 끼우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좌표이다. 지나온 백년이 그것을 증명하고, 앞으로 백년을 통해 더욱 견실하게 증거될 것이 틀림없다.


새로운 백년은 무엇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들이닥칠지 알 수 없다. 다만 온전히 느낄 수는 있다. 우리는 더욱 아름답게, 더욱 눈부시게, 더욱 거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낼 것이다. 그렇게 사랑은 지치는 법이 없고, 구원의 약속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류형선
NCCK100주년기념곡
<모든 아픔이 나의 통증이 되어> 작사/작곡가

 

100인 합창단과의 만남

 

처음에는 조금 수월하게 에큐메니칼에 관심이 있는 회원교회들을 몇 교회 섭외해서 100인 합창단을 꾸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라는 제안이 있었다. 그런데 사무처 직원회의에서 그저 100명을 모으기보다는 어렵더라도 지난 교회협의 역사에 관련 있는 분들을 일부라도 모시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마침 4.16 합창단 박미리 지휘자님과도 연결이 되어 여러모로합창단 등 함께 연대할 수 있는 합창단도 섭외해보기로 하였다. 이미 호흡을 잘 맞춰온 합창단 절반, 교회협의 역사와 관련된 분들과 꼭 그렇지 않더라도 100주년을 함께 축하해주시는 분들 절반으로 목표를 잡았다.

 

우선 교회협의 역사를 연표로 정리해서 분야별로 나누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합창단에 참여 하실 수 있을 만한 분들을 1차로 추천받아 연락을 드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사가 100년이니 관련된 분들이 대부분 고령이셔서,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에 합창연습을 하시자고 여쭙는게 참 어려웠다. 너무 멀리 계셔도 모시기 어려웠고, 일정이 안 맞는 분들도 계셨다. 그러던 중 마침 7월 4일에 목요기도회 50주년 기념식이 있어서 교회협의 역사와 관련된 분들을 한 자리에서 여러 분 만나 뵐 수 있었는데, 동일방직 해고노동자셨던 최연봉 선생님과 광화문횃불밴드의 고성휘 박사님은 그 날 바로 달려가 요청드렸던 분들이다.

 

한 분 한 분 그렇게 100인 합창단의 의미를 설명하고, 연습계획과 합창일을 말씀드리며 섭외를 시작했다. 가히 7-8월은 섭외의 달이었다. 노근리 사건을 위해 평생을 노력해오신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님은 첫 전화에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는데 합창 끝나고 알고보니 당일이 칠순 생신이셨다.[각주:1] 광주NCC 총무님의 도움을 받아 전라도 광주에서 오월어머니집[각주:2]의 김형미 관장님과 박세향 권사님(광주NCC)도 함께 해주시기로 했다. 전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로 지금은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소속이신 김계월 전 지부장님도 함께 하시고, 70,80년대 노동자들에게 거룩한 성지로 불리며 어머니 품 같은 역할을 해오고 있는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도 실무자 세 분이나 함께 해주셨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오신 나핵집 목사님과 한국기독교사회봉사회 사무총장이셨던 이승열 목사님도 함께 하셨고,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에서도 최경아 권사님과 최정주 PD님이 연대의 마음으로 참여하셨다.

 

교회협은 교회들의 협의체이니 회원교회들의 참여도 중요했다. 구세군한국군국에서는 성악을 전공하신 최관현, 최수현 부부 사관님(구세군마포교회)을 대표로 보내주셨다. 류 감독님과 김준범 지휘자님과 인연이 있는 분들로 ‘합창모임 새하늘새땅’ 활동을 하셨던 이성환 목사님과 이미정 사모님(하늘품교회), 정구은 장로님(잠실희년교회)도 함께 하셨고, 가장 고령으로 기꺼이 동참해주신 강석공 원로목사님(광야교회)과 예지교회, 시냇가에심은나무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지역교회에서 축하하는 마음으로 신청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에큐메니칼 감사예배 장소를 제공해주신 연동교회에서도 찬양대 대표로 각 파트별 네 분의 성도님이 함께 해주셔서 더욱 뜻깊었다. 교회협의 유관기관인 한국기독학생회총연합(KSCF) 류순권 총무대행님과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 이영미 총무님도 참여로 의미를 더해주셨다. 해외에서 오신 분들의 참여도 있었는데,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UCCP)에서 세 분의 목사님이 함께 해주셨고 독일 기독교선교연대(EMS) 청년 인턴 Jidelene Plum도 함께 했다.

 

항상 변수가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며 살지만, 변수를 만나면 매번 놀라는 게 인생이다. 공동연습을 참여하셨지만 독감으로 아쉽게 함께 하지 못하신 최영실 교수님과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님 외에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마지막에 합창을 못 하게 되신 분들이 몇 분 있었다. 원래 교회협에서는 30년 이상 근무를 해온 김현주 부장님과 전 직원이셨던 전영수 선생님, 이홍정 전 총무님과 김종생 총무님의 사모님이 함께 해주셨는데, 연습을 줄곧 해왔던 나도 겸사겸사 이름을 올렸다. 다행히 김준범 지휘자님이 활동하시는 ‘어떤노래당’에서도 빈자리를 메워주셨고, 추가로 급히 가까운 분들께 긴급 요청을 드려서 100주년예배자료집 명단에는 없지만, 현장에서 함께 참여해주신 분들이 계셨다. 이렇게 모인 100인 합창단 한 분 한 분께 감사한 마음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100인합창단이라 쓰고 은인이라 부른다. (지면상 일일이 이름을 다 언급하지 못해 죄송하다.)

 

모든 아픔이 나의 통증이 되어

 

드디어 2024년 9월 22일이 되었다. 각자 합창곡 연습 음원으로 개별연습을 하다가 두 번의 공동연습이 있었다. 사실 100주년에 100명이 함께 100주년기념곡을 노래한다는 것만으로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합창지휘 경험이 많으셨던 김준범 지휘자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만질 줄 아는 분이셨다. 지휘자님의 인도 아래 소리가 다듬어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니 모두 노래에까지 진심이 생겼다. 감사의 찬미 순서,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지휘자님의 손가락 끝에 집중하며 노래부르기 시작했다.

 

‘가장 낮은 곳으로 눈길을 두고 살아야 세상 모든 것들을 모두 볼 수 있어서
사랑은 멈추지 않아 지치지 않아 사랑으로 가는 길을 또다시 시작하네
더욱 아름답게 더욱 눈부시게 더욱 거룩하게 손잡고 가는 우리

세상의 모든 아픔이 나의 통증이 되어 품어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우리
우리는 멈추지 않아 지치지 않아 약속을 굳게 믿으며 새로운 길을 가네
더욱 아름답게 더욱 눈부시게 더욱 거룩하게 손잡고 가는 우리’

 

마지막 조바꿈을 지나 클라이막스인 ‘더욱 아름답게 더욱 눈부시게 더욱 거룩하게’에서 지휘에 따라 100명이 머금던 소리를 일순간에 멈췄을 때.. 잠시 찾아온 그 고요함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아마 현장에 계셨던 분들에게도 그 떨림이 전해졌으리라. 따로 떨어져 존재했던, 각자의 시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던 우리가 만나 다시 새로운 길, 사랑으로 가는 길을 나서겠다는 거룩한 다짐을 하는 순간이었다. 연대의 외침이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고 아름답지도 눈부시지도 않지만, 결국 100년을 맞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과 방법이 우리의 예배를 통해 노래를 통해 확인된 것이 아닐까. 가장 낮은 곳으로, 세상의 모든 아픔이 있는 곳으로.. 그 모든 걸음을 더욱 아름답게 더욱 눈부시게 더욱 거룩하게, 지치지 않는 사랑으로... 우리 함께...!!!

 

* 100인 합창단 합창 실황 영상 
https://youtu.be/bDHA2IHRAmc?si=ioyBYVL0PhbdGsr-

 

* 100주년기념곡 ‘모든 아픔이 나의 통증이 되어’ 악보 (단선/합창)  
http://www.kncc.or.kr/newsView/knc202409110001

 

[악보] NCCK100주년 기념곡 '모든 아픔이 나의 통증이 되어'

 

www.kncc.or.kr

 

  1. 1997년 노근리 사건의 진상규명 활동이 난관에 부딪혀 진전이 없을 때, 교회협을 찾아와 고 김동완 총무님께 도움을 청하셨다고 한다. 당시 교회협이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며 진상조사도 하고,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협조를 받아 미 국방부에 진정서 내는 일, 직접 국방부를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갖도록 도왔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오월어머니집은 5.18 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에 의해 자식을 잃거나 남편을 잃거나, 본인이 다치거나, 형제자매가 죽거나 다친 어머니들,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로 국가폭력에 의해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이 모여서 서로를 위로하며, 치유하는 곳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