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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1기/한국교회 총회

감리회는 양성평등한가?

앞섰던 여성안수 그리고 “성별 세대별 15% 할당제 의무화”까지 - 감리회는 양성평등한가? -

- 윤정미(감리교전국여교역자회 총무)

1931년 미국 여선교사 안수, 1955년 한국 여성 안수를 실시한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는 한국 개신교에서 여성리더십을 비교적 빨리 세웠다. 그러나 교단의 조직이나 정책 수립에서는 양성평등을 올바로 성숙시켜 왔다고 볼 수 없다.

감리회 총회의 감독회장이나 연회의 감독에는 이제껏 단 한 명의 여성도 없었으며, 지방회의 감리사 역시 여성은 극히 적은 상황이다. 또한 감리회 본부 각국 위원 남녀비율을 보면(2016년 기독교타임즈) 184/5명으로 성인지 관점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감리회는 11개 연회와 210개 지방회로 조직되어 있으며, 감리사의 임기는 2년인데, 지금까지 여교역자회 자체 조사에 의하면 감리사를 지낸 이는 30명이 채 안 된다.

감리회는 여성안수가 타교단에 비해 비교적 앞섰지만, 여성지도력이 성장할 수 있는 상황들을 살펴보면 제한적이고 배제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1972년 기혼여성목회자에 대한 안수차별 조항(결혼한 여성은 개체교회를 담임할 수 없다)으로 여성목회자를 배출하는 데 큰 걸림돌을 만들었고(당시 감리회에서 여성이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 개체교회 담임이었기 때문, 1989년 폐지), 2005년에는 부부목회자의 한 교회 목회 금지조항을 신설하여 지금까지 시행중에 있다. 또한 부부목사가 은급비 200%를 납입하고, 은퇴 후에는 110%만을 지급받게 됨으로 이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감리회는 2016년 1월, 제31회 임시입법의회에서 “성별, 세대별 15% 할당제 의무화”(이하 15% 할당제 의무화)가 극적으로 통과되었다. 과거에 “가급적 30% 여성대표”를 선출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으나 현실적으로는 “가급적” 여성을 선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제31회 입법의회에서 통과된 “15% 할당제 의무화”에 따라 31회 입법의회에서 1명이던 여성목회자 대표는 이후 70명 이상의 행정총회 총대와 30명 이상의 입법의회원을 배출하게 되었다(물론 여성 평신도 총대가 좀 더 많다). 여교역자회가 연대하는 “여성연대”와 선교국 산하 양성평등위원회는 이를 계기로 양성평등 장정개정안을 연구하여 장정개정위원회(이하 장개위)에 제출하였고, 장개위에서 기각되는 것은 “현장발의”를 통해 총회에 상정시키려는 노력들을 하여왔다. 또한 여성총대나 입법의회원들을 위해 총회 전 워크숍과 정책(총회), 장정개정안(입법의회) 발의를 준비해왔다. 이와 관련된 활동들을 아래에 소개하고자 한다.

“15% 할당제 의무화” 이후 개최된 첫 여교역자수련회에서는 워크숍을 통해 7개의 여성정책을 수립하였다. [각주:1] 그 후 2017년 감리회 여성 및 청년 단체로 구성된 “여성연대”를 통해 제32회 입법의회 장개위에 4개의 장정개정안을 제출하였으나 제대로 논의조차 없이 기각되어, 현장발의를 통해 총회에 상정하였다. 그러나 서명자의 이중서명, 또는 무자격 서명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기각되었고 둘째 날 이를 보충하여 제출하였으나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6년 10월 제32회 총회에서 어렵사리 “모성보호정책”이 통과되었으나, 그 이후 감리회에서 모성보호정책에 대한 어떤 실천도, 연구도 없었다. 여성진급자 중에 임신과 관련하여 시험장에 가지 못하게 되어도 배려는 없었고, 오래 전이지만 진급과정 중인 임신부에게 엑스레이(x-ray) 사진을 찍어 제출하도록 하는 등의 일들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총회와 연회, 그리고 지방회 행사와 모임에서 많은 여성 평신도들이 봉사를 담당하게 되지만, 그녀들과 동행하는 어린 아이들에 대한 배려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31회 입법의회 이후 여교역자회에서는 매년 개최하는 수련회에 “유급 탁아 담당자”를 모시고 “탁아방”을 운영해 온 것이 전부라고 볼 수 있겠다.

2018년 제33회 행정총회에서는 여러 건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던 연회 감독의 취임을 저지하기 위해 여교역자회와 여선교회, 그리고 감리회 안의 여성단체들, 감리회를 바르게 세우려는 단체들이 연대하여 활동을 하였다. 급기야 각 연회 감독들(이임・취임)이 이취임식을 하지 않기로 결의하였고, 총회 이후 여성단체와 개혁 단체들이 “성폭력 가해 감독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였다. 그 이후 감리회 재판위원회와 특별재판위원회에 3건의 고소를 진행하였으며, 2019년 상반기에 “성폭력 가해 감독”은 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는 건강한 감리회를 위해 끊임없이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들을 방지하기 위한 일들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2018년 4월, 감리회의 11개 연회 중 8개 연회가 진급과정 목회자에게 “성폭력예방교육”을 의무화하도록 결의하였으나, 이미 목사 안수를 받은 사람과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욱 강화된 제도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그리하여 “감리회성폭력상담센터”를 열고, 감리회 홈페이지에서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배너를 설치했다. 아직은 이에 따른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무보수 자원봉사자의 상담에 의존하고 있으나, 장정이 개정되고 사람과 예산이 지원된다면, 교회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9년 10월 29일-30일까지 개최되는 제33회 입법의회에 장개위를 통해 올라가는 여성안건은 첫째, 본부 특별위원회로 성폭력대책위원회 신설과 둘째, 과정법(장로 교육, 준회원 교육, 정회원 연수교육)에 양성평등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 의무화 등이다. 이러한 결실은 31회 행정총회 이후 감리회 조직에도 “15% 의무화”를 실행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청해 온 결과, 장개위에 들어간 여성 평신도 대표(여선교회전국연합회 회장)와 여성단위의 활발한 연대활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2005년 이후 감리회는 여성과 젊은 세대가 대거 교회를 떠났다. 그들을 돌아오게 하는 노력들... 아니 더 이상 여성과 젊은 세대가 감리회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전도가 안 되고 부흥이 더 이상 안 된다고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감리회가 과연 건강한 모습인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목회자와 평신도, 남자와 여자, 그리고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올바른 논의 및 의사결정 과정과 구조를 지향하고 있는 감리회인지를 말이다.


이제 곧 다가오는 제33회 입법의회에 여성들은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여성리더십을 세웠던 감리회가 그 이후 계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는 느린 행보와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이제 “15% 할당제 의무화”를 통해 그동안 주춤했던 여성리더십을 세우는 일과 양성평등을 이루는 건강한 교단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여성들의 언로와 소통이 원활한 감리회, 깨끗하고 정직한 선거법으로 거듭나는 감리회, 15%의 여성과 세대들이 소리를 낼 수 있고,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끼게 하는 감리회, 이런 감리회를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는 입법의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드린다.


  1. 2016년 제44차 연차대회, 임시총회 및 수련회에서 결의한 7가지 여성정책은 1. 모성보호 정책 연구 및 수립 2. 양성평등교육시행 3. 본부 여성국 및 총회 양성평등위원회 설치 4. 성인지 예산 시행 5. 본부 및 연회 각국 위원 15% 할당 6. 성폭력 문제 전담기구 설치 7. 공동목회와 부부목사 제한 법에 관한 것 등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