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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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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 박흥순 박흥순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 ‘마을’이나 ‘동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회상한다며 낭만적이라고 핀잔을 듣는다. 거의 무너져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의미를 붙들고 목이 쉬도록 외친들 되돌릴 수 없다. 기후 위기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외쳐도 꼼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마을’, ‘동네’, ‘공동체’, ‘공유’라는 단어에 반응하리라 기대함이 어리석다. 놀라운 것은 자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에는 호의적이고 관대하다가도 이해관계로 얽히면 얼굴색이 바뀌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부실 공사로 거짓 위용을 자랑하던 삼풍백화점이 1995년 6월에 붕괴하고 502명 희생자가 있었던 그 자리에 고급 주상 복상 아파트 아크로비스타가 당당하게 자리 잡았..
소유가 아닌 존재의 의미 / 김한나 김한나 (성공회대학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던 대학 신입생 시절, 나는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거나 그저 상투적인 질문이라 여겼던 나는 어느 순간 어디에 사느냐가 나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역적 편차가 크지 않았던 지방에서는 어디에 사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남과 강북이라는 기준이 명료한 서울에서는 강을 기준으로 나누어진 신분의 체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단순히 강을 기준으로 나누어지던 사회적 계급은 이제 아파트냐 빌라냐, 혹은 어느 브랜드의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인간의 가치가 그가 소유한 물질에 의해 평가받는 세상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