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문 (NCCK 신학위원회 부위원장, 해운대감리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창조 세계를 관상하며, 창조신앙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단지 진화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성부 하나님이 말씀으로 자연을 창조하셨다면, 성자 예수님은 그 하나님의 창조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한 분이셨다. 하나님의 언어는 자연을 생성하셨으며, 예수는 갈릴리 자연과 그 안의 들꽃과 새들을 관상하며 하나님 창조의 세심함을 읽어내셨다. 그가 순일한 시선으로 바라본 창조 세계는 하나님의 돌봄이 가득한 공간이었기에 제자들을 향해 들의 꽃과 공중의 새를 바라보라고 권하기도 하셨다(마 6:26-30). 하지만 현재 우리는 인간의 오만함이 하나님의 돌봄을 파괴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창조물인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동·식물들에 대한 폭력이며, 동시에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가하는 폭력이라 하겠다. 이 폭력의 근저에는 인간 중심적 가치관이 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보존되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인간이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좋아하신 자연이고,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자연이기 때문이다(창 1:1-25).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 방식이 사랑이듯,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 함께 살아있는 존재로서 우리의 존재 방식도 사랑이어야 하는 것이다. 혹 자연이 파괴되는 것이 인간에게 피해로 돌아오지 않을지라도 사랑하기에 보존하고 돌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조차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이번 6월 <사건과 신학>에서는 창조 세계로서의 생명 문제를 조명함에 있어, 창조의 요체는 인간이고 다른 피조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인간 중심적 해석’을 경계하고, ‘탈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의 생명’에 대해 성찰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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