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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1기/1216 부동산대책

당신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 생각을 달리하면. / 쌔미



쌔미(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건물주 A는 강남, 종로에 확인된 토지 5필지, 건물 10채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토지와 건물들을 보유하기 위해 그는 꽤 많은 대출을 받았다. 어떤 건물은 48억 3천을 주고 사는 과정에서 45억 6천을 대출받았다. 약 94%의 금액을 대출을 받은 것. 다른 토지나 건물 역시 평균 7~80%의 금액을 대출받아 매입했다. 자신이 보유한 다른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아 다른 건물과 토지를 사는 일종의 ‘갭 투기’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부동산 자산을 증식하였다. 그가 매입한 건물 중 1필지 토지와 1개 건물을 제외하고는 전부 공실 또는 이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토지이다. 현재 공실인 건물 중 하나의 경우는 공실 이전에 세입자와 지난한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터무니없는 차임 인상과 허술한 상가법으로 인해 벌어진 이 갈등은 세입자의 왼손가락 부분절단 사고까지 만들어내기도 했고, 급기야는 세입자가 망치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런 종류의 갈등은 결국 ‘부동산 문제’로 귀결된다. 부동산을 ‘재산 가치’로 인식하는 사람들과 ‘이용 가치’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재산으로 인식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 상, 자신이 산 부동산의 재산권 행사 차원에서 세입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이용 가치로 인식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실질적 이용자의 권리보다 소유권자의 권리가 우선되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다보니 많은 이들이 이러한 갈등을 피하려는 방법으로 ‘건물주가 되는 길’을 꿈꾸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을 사기 위한 비용은 만만치 않고, 이를 위해 끌어올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하여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곤 한다.

 

이런 와중에 정부에서 한 정책을 발표한다. 주택 담보인정 비율(LTV) 조정이나, 종부세 인상, 양도소득세 인상,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등으로 요약되는 1216 부동산 정책이다. 역대 정부 정책 중 어떤 정책은 재산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의 편의를 좀 더 봐주기도 했고, 어떤 정책은 이용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의 권리를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다수 보유자들로 하여금 ‘부동산이 재산 가치로써 좋은 게 아니다’는 인식을 심게 하여 다수 소유자들이 자연스레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게끔 만들고자 하는 듯하다. 1216 정책은 이러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물이었다. 어떻게 보면 건물주가 되고자 준비를 하는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뭔가 기회가 주어질 것만 같아 보이고, 건물을 매입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울상이라고 벌써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 쯤 되면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좀 더 악착같이 부동산 투자에 목매야하나 고민도 들지 모른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역대 정부들도 다 잡지 못한 이 첨예한 부동산 투자 경쟁이, 과연 한국의 부동산 전부를 두고 한국인들 전부가 경쟁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한 방송에서 강사로 나온 한 교수가 이런 지적을 했다. 대한민국의 소득 상위 1%가 보유한 부동산은 한국 전체의 55% 가량 되고. 상위 10%로 확장하게 되면 97.6%가 된다고. 결국 90%의 사람들이 2.4%의 부동산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구도라는 것이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방영분 중 갈무리

 

잠시 눈을 돌려, 이 교수가 언급한 97.6%의 부동산을 보유한 상위 10%에 주목해보자. 이 10%의 사람들 중에는 유령법인회사를 만들어 세금 감면을 받아 건물 매입과정에서 손해를 전혀 보지 않은 사람도 있고, 2019년 기준 19채의 임대주택을 보유한 인천 남동구의 10세 임대사업자도 있다. 앞서 소개한 갭 투자는 이미 옛날 방식이지만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이들이 이 10% 인구 중 다수 존재한다. 이런 기상천외한 방식을 사용하는 이들이 대한민국 부동산의 97.6%를 쥐고 있다. 어떻게 보면 경쟁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불공정한 구도다.


그러다 문득, 이런 불공정한 구도에서 건물주가 될 수 있는 발칙한(?) 상상을 해보았다. 일찍이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카 교인들에게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령한 바 있다.(살후 3:10)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 제 121조 1항은 농지에 대한 ‘경자유전의 원칙’, 다시 말해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달성해야 한다고 명시해두고 있다. 이 둘을 종합하면, ‘자신의 온전한 경제활동을 통해 먹고 살고 자산을 증식하라.’는 말이 된다. 그것을 상위 10%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보자는 것이다.

 

밤잠 줄여가며 일해서 번 소득을 저축하는 사람들의 돈을 은행 대출받아서 부동산 사지 못하게 예금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차명으로 건물매입해서 조세포탈 하지 못하게 세금 제도를 정비하고, 상위 10%의 사람들도 정당한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건물을 사라는 말이다. 다른 90%가 하고 있는 것처럼. 이런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정부 차원에서 만든다면, 누구 말마따나 ‘공산주의 경제폭망’ 이런 소리 안 듣고도 부동산이 소유 자산의 개념만이 아닌, 이용 가치로서도 활용되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된다면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 시세도 안정화되고, 그렇게 당신도 실질적인 건물의 주(主)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당신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 생각을 달리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