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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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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 외면당하는 낮은 목소리들’ 지난달 사건과 신학은 ‘코로나 시대, 외면당하는 낮은 목소리들’이라는 주제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안전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했다. 그 이유는 소위 “건강한 시민”이라는 위치에 편입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계한 안전조치로는 ‘우리가 왜 거리두기를 하고, 왜 방역을 하고 있는지’의 깊은 의미를 담보해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결국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고귀한 노력을 흐리게 할 뿐이라, 방역 사각지대에 머물러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가운데 20대 대통령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묻고 있다. “대선 정국 속에서 진영 논리에 의해, 또는 당선을 최종 목표로 하는..
지금 그 선배들은 어디 갔습니까? / 전 남 병 전 남 병 (목사, NCCK 정의평화위원)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마 많은 비판에 직면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사랑과 지지는 변함없습니다. 이 글은 제가 속한 여러 단체나 NCCK의 입장과는 전혀 상관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또한 선배-후배라는 다분히 위계적인 표현 선택도 딱히 다른 단어를 떠올리기 힘들어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최근 모 정당 대통령 후보(와 배우자)의 무속 관련 선언에 대한 연명 요청을 받았습니다. 1월 25일 ‘무속 정치·비선 정치를 염려하는 그리스도인’ 명의로 발표된 “Not again 비선 정치, Not again 무속 정치”라는 선언문입니다. 저는 여기에 연명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글 자체의 내용 문..
신천지, 주술, 그리고 에큐메니칼 / 고 성 휘 고 성 휘 (NCCK 교육위원) 오래전 일이다. 강원지역 세습무 연행을 연구하기 위해 강릉 단오제 굿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세습무의 굿 내용, 절차, 사용하는 장단, 선율, 세습무 가계도 등을 기록하는 중에 그들의 연행에 대한 지극한 정성을 보았다. 우리는 예배를 위해 이렇게 정성을 기울였던가 반성을 하게 된 대목이었다. 한참을 뛰면서 굿을 벌이는 중 꽃 하나가 방향이 잘못된 것을 본 그들은 연행을 멈췄다. 냉정했다. 사소한 꽃 하나 때문에. 그리고 다시 시작된 연행. 6시간이 넘게 번갈아 가며 굿을 행하던 그들이 서서히 지쳐갈 때쯤 뒤에서 허리 굽은 할머님이 나오셨다. 치마를 들쳐 올리고 그 안에 또 옷을 들쳐 올려 꼬깃꼬깃 만 원 한 장을 소중히 꺼내셨다. 헌금이다. 무당은 손가락 하나만큼 접혀있었던..
“나는, 우리는, 당신들의 토큰이 아닙니다.” “나는, 우리는, 당신들의 토큰이 아닙니다.” 2021년의 마지막 사건과 신학을 위해 여러 시간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결국 조동연 그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일들을 다루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는 이것이 조동연 그 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만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묻히고, 동시에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일어나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 정치의 한계이기도 하며 지독한 성차별의 문제이기도 한, 동시에 도덕주의로 치장한 우리 사회 뒷면의 관음증을 여실히 증명한 일이며 그것을 자양분 삼아 자라온 저속한 저널리즘의 문제이기도 한 이 문제를 한 개인에게 짊어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그렇게 지나가버려서는 안된다고..
깨어져 열릴 이들을 바라며 / 송진순 송진순 (NCCK 신학위, 이화여자대학교) 정치란 권력을 사용하여 삶에 질서를 함께 부여하는 행위로서, 심층적으로는 하나의 인간적인 기획이다. 마음이 부서져 흩어진 게(broken apart) 아니라 깨어져 열린(broken open) 사람들이 정치의 주축을 이룬다면, 보다 평등하고 정의롭고 자비로운 세계를 위해 차이를 창조적으로 끌어안고 힘을 용기있게 사용할 수 있다. - 파커 J. 파머 11월 30일, 조동연은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발표가 나가고 세시간 뒤 유튜브 동영상과 페이스북을 통해 그녀의 사생활 의혹이 불거졌고, 12월 2일, 삼 일만에 그녀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글이 나올 즈음이면, 한 달이 지난 사건은 신속하게 묻힌 채, 촌각을 다투는 대선 후보들의 흥미진진한..
상징적 폭력과 구경꾼의 이름으로 / 김민정 김민정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소) 무엇이 폭력인가? 대한민국 대선 정국에서 군인 출신의 대학 교수 한 사람이 선거대책위원회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가 사생활과 관련된 의혹으로 사퇴한 사건이 있었다. 위원장 위촉과 자진 사퇴, 그리고 사퇴에 대한 공식 수용이 이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일 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한,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사회적이고 상징적인 폭력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 사건은 어떤 면에서 폭력적이었을까? 각종 범죄에서 시작해서 테러, 폭동, 국제분쟁에 이르는 폭력은 가시적인 폭력으로서 우리가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언어’라는 상징을 통해 특정인을 규정하고 단죄하는 폭력은 비가시적인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이를 ‘상..
‘언론이라는 것들’의 ‘의도적 폭력’일 뿐 -‘조동연 보도’를 보며 / 민성식 민성식 (「종교와평화」 편집장) 조동연 논란…. 그런데 이것을 ‘논란’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개인의 사적인 삶을 놓고 무자비하게 가해진 이른바 ‘언론이라는 것들’의 폭력을? 조금 거창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냥 ‘사태’라고 하자. 그나마 객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주체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한 단어를 보태 ‘조동연 보도 사태’라고 하자. 조동연 보도 사태…. 이 사태를 일으킨 주체는 셋이다. 하나는 강용석 변호사가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라는 유튜브 채널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모든 언론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앞의 두 주체가 생산한 컨텐츠를 마구 퍼나르고 악성 댓글을 달기까지 한 누리꾼들, 말하자면 소비자들의 일부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