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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신학

플랫폼 자본주의와 불평등, 기본소득의 효과와 의의 / 금민

플랫폼 자본주의와 불평등, 기본소득의 효과와 의의

 

금민(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1. 신자유주의와 경제적 불평등 – 추세와 현황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1980년대 이후의 자본주의에서 일관되게 관찰되는 사실이다. 전 세계 100명의 경제학자가 참여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알바레도 외, 2018)는 글로벌 차원에서 불평등 추세를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이 보고서의 목표는 불평등 심화의 원인의 규명이라기보다 현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추세와 현황으로부터 원인은 충분히 유추될 수 있다. 보고서의 2부에서 다룬 소득불평등의 심화는 생산과 노동의 유연화, 노동의 양극화, 불안정노동의 증대, 일자리와 소득의 탈동조(decoupling) 등과 같은 신자유주의의 불안정 노동체제의 귀결로 볼 수 있으며, 3부에서 다룬 민간자본의 증가와 공공자본의 감소는 신자유주의의 대대적인 사영화 정책과 탈규제 정책의 결과물이다. 4부에서 다룬 자산불평등 추이는 공공자산의 민간이전뿐만 아니라 금융자본주의의 폐해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물론 보고서의 저자들도 이와 같은 불평등 현황이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전후 평등주의 체제”(post-war egalitarian regime)가 해체된 이후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일련의 변화의 결과물임을 언급하고 있다(65쪽).

 

2. 2008년 위기와 플랫폼 자본주의의 발흥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켜 나갔던 1980년 이후의 자본주의, 흔히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시대는 2008년에 이르러 총체적 위기에 다다른다. 위기는 새로운 적응방식을 요구했고, 각국 정부가 취한 정책은 신자유주의의 전면적 수정이 아니라 초저금리 정책과 긴축이었다. 미 연방준비기금(US federal funds)은 목표 이자율(target rate)을 2007년 8월 5.25%에서 2008년 12월 0~0.25%로 떨어뜨렸다. 잉글랜드은행은 기준금리를 2008년 9월 5%에서 2009년 3월 0.5%로 인하했다. 2008년 이후 이후 2016년까지 전 세계의 통화정책 결정권자들은 이자율을 637회에 걸쳐 인하했다. 이렇게 수립된 초저금리 환경이 금융을 수축시키자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소위 ‘양적 완화’를 단행한다. 즉 화폐 창조를 국채, 화사채, 모기지 등 다양한 자산을 사들이는데 활용했다. 2016년 초반에만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12.3조 달러 이상의 자산을 사들였다. 전체 과정은 국채의 수익률을 낮추고 신용을 완화하고 주식 가치를 부양하며 자산효과를 만들어 냈다. 신자유주의적 버블경제의 반복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초저금리 정책은 자본주의의 중요한 변화를 낳았다. 즉, 저금리 환경의 보편화로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급격히 줄어들고 이에 출구를 찾는 투자자들은 당시로는 수익성이 낮고 아직 채 증명되지 않은 기술회사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스타트업 캐피털 또는 벤처 캐피털의 형태로 유휴화폐자본이 디지털 기술회사들로 흘러들어갔다(Srnicek, 2017: 25-34). 이러한 과정이 진행된 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7년이 되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시가총액 5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와 같은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들뿐만 아니라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소위 ‘상업형 공유경제’ 플랫폼의 몸집도 공룡처럼 커졌다. 규제와 금지 앞에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기에 막대한 로비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수익성 문제에서 취약한 구조인 우버조차 2018년에는 기업가치가 약 1200억 달러(약 134조원)로 평가되었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제조사인 GM의 기업가치 453억 달러, 포드의 351억 달러, 피아트크라이슬러의 318억 달러와 비교할 때 이미 자동차제조업체의 기업가치를 승차공유 플랫폼 회사가 상회했음을 보여준다.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고가 리무진 대여업으로 시작한 조그만 회사가 자동차제조업체보다 더 큰 기업이 되어 버린 것이다. 2007년 10월, 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산업 디자인 학회의 연례 컨퍼런스를 맞이하여 에어베드(AirBed, 공기침대) 3개를 구입한 후 호텔을 예약하지 못한 디자이너들에게 자신들의 방을 빌려주고 아침을 제공함으로써 시작된 영세 비즈니스였던 에어비앤비도 2018년에 이르면 약 400억 달러(약 43조1280억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공룡이 되었다.

 

3. 플랫폼 자본주의의 이윤창출 메커니즘

 

플랫폼은 두 개 이상의 다양한 그룹을 상호 연결하는 디지털 인프라이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을 소유하며 유지, 관리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광고플랫폼은 광고영업자와 기업을 한편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적 유저를 플랫폼에 모이게 하며 상호 연결한다. 양면시장 우버는 운전자와 이용자를 플랫폼에 모으고 연결한다. 아마존과 지멘스는 기업들의 디지털 활동의 기반인 플랫폼 인프라를 만들고 대여한다. 플랫폼 사업은 서로 다른 이용자 집단을 끌어 모으고 이들 사이의 경제적 사회적 교류를 지원하고 그 대가를 수취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용자 집단이 크면 클수록 직접·간접 네트워크 효과도 커진다. 쉽게 말하자면, 더 많은 사용자를 모을수록 이윤이 커져 간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 플랫폼 자본의 이윤은 네트워크 외부성에 의존한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것은 데이터이다. 플랫폼은 방대한 데이터 추출과 통제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디지털 인프라이며 플랫폼 기업의 소유물이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창출 메커니즘은 물적자원이나 인적자원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초자원으로 한다. 더 많은 데이터의 집적은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 주며 네트워크 효과를 증대시킨다. 더 많은 데이터는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 수단이기도 하며 다른 종류의 비즈니스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되기도 한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플랫폼 자본의 입장에서 사태를 바라보면, 플랫폼은 데이터를 추출하고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일 뿐이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며 어떤 사람들을 연결하는가와 큰 상관성이 없다. 데이터 기반 가치창출은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구체적 형태와 무관하며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확장될 수 있다. 데이터의 추출과 이용이야말로 플랫폼의 고유 기능이며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나아가,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의 미래 전망과 관련해서도 핵심적 요소가 된다. 클라우트 컴퓨팅(cloud computing)의 등장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은 빅데이터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에서도 선두에 서 도록 했다. 플랫폼 자본은 디지털 인프라의 구축부터 서로 다른 그룹들을 연결시키는 전체 과정에서 모든 연결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추출하는 위치에 있다. 자본주의의 현재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경제적 정치적 힘은 이러한 지위로부터 나오며, 이러한 지위는 자본주의의 미래, 곧 인공지능 혁명에 대해서도 플랫폼 기업의 우위를 보장해 준다. 플랫폼 자본의 비중과 지위는 1990년대부터 진행되어 온 디지털 전환에서 데이터의 중심성(the centrality of data)을 정확하게 표현해 준다. 데이터를 가장 많이 집적하고 빅데이터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인공지능 개발에서도 선두에 서게 되었다.

 

4. 디지털 전환과 거대한 탈동조(Great Decoupling)

 

이제 디지털 전환의 전체 과정이 경제적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볼 차례이다. 디지털 전환은 경제적 패러독스를 드러낸다. 생산성은 늘어나지만, 고용, 임금과 가계 소득은 줄어든다. 즉 디지털 전환은 생산성, 임금, 가계소득의 거대한 탈동조화(Great Decoupling)를 낳는다. 하지만 자본주의 역사 전체에서 거대한 탈동조는 예외적 상황도 아니며 갑작스런 사건도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기술진보는 이윤동기에 의해 추동된다. 이윤의 증대를 위한 기술진보의 기능은 총노동시간 중에서 필요노동시간을 줄이고 잉여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기술진보는 적은 시간에 더 좋은 상품이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지만, 이와 함께 노동력 상품의 재생산 비용은 줄어들고 저임금으로도 노동자계급의 재생산이 가능해진다. 기술진보는 GDP에서 차지하는 노동소득 비중(labor share)을 줄이고 경제적 불평등을 증대시키지만 절대빈곤율(absolute poverty rate)도 줄인다. 나아가, 기술혁명은 노동소득분배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고용률도 떨어뜨린다. 맑스의 용어를 빌리자면,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과 상대적 과잉인구의 생산은 동전의 다른 면이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혁명은 자본주의의 이러한 패러독스를 역사상 가장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맥아피와 브린욜프슨(McAfee and Brynjolfsson, 2016)은 디지털 전환이 거대한 탈동조를 낳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탈동조는 그대로 두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브린욜프슨(Brynjolfsson and McAfee, 2012)은 “디지털 진보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말하는 어떠한 경제법칙도 없다.”고 말한다. 결국 거대한 탈동조를 해결하기 위한 개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들이 생각해 낸 개입 수단은 기술교육과 근로장려세제(EITC)이다. 과연 이러한 방식으로 탈동조 추세를 벗어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뒤에서 따져보자.

 

5. 지식자산생산의 GDP 비중이 증대와 경제적 불평등

 

노동소득분배율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이다. [각주:1] 미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71년 이후로 하락 추세이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OECD 주요국과 비교할 때 대략 10% 정도 낮지만 시계열로 보면 1996년 이전에는 상승 추세였고 1998년 이후에는 하락 추세이거나 정체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나타난 현상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이 가속화되었다는 것과 이에 비례하여 지식자산생산(Intellectual Property Products: IPP)의 GDP 비중이 늘었다는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의 추세적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불안정노동의 확산도 임금교섭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소득분배율을 하락시키는 원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노동시장 내부의 문제로만 돌릴 수는 없다. 미국의 노동소득의 GDP 점유율 추세를 살펴보면 전통적 자본에서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고용과 연관되지 않은 금융자산소득이나 지식자산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에 전체적인 노동소득분배율이 저하했음 드러난다.[각주:2] 특히 2008년 이후 미국의 경우 GDP 대비 지식자산생산의 비중 증가와 노동소득점유(Labor share)의 하락의 상관관계가 분명히 나타난다. 지식자산생산의 소득은 임금으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상관관계는 당연하다고도 말할 수 있다.

 

6. 플랫폼 노동의 확대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중간층 임금노동자의 축소와 고용양극화는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의 일관된 경향이었다. 그런데 1999년 이후 기술혁신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들은 고용양극화 가설조차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술혁신으로 중간숙련 직업이 줄어들고 대신에 고숙련 직업과 저숙련 직업이 증가한다는 가설, 즉 U자 모양의 그래프로 고용증감이 나타난다는 가설은 현실에 들어맞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에 전체 고용에서 저숙련 비중이 폭증하며 중간숙련과 고숙련 비중은 함께 줄어든다(Autor and Dorn, 2013). 기술혁신과 저숙련화 및 저임금화의 동조화 추세에서 기술교육은 소득보장의 정책이 될 수 없다. EITC는 저임금 일자리에 대한 일시적인 대책일 수는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한다. 저임금화를 일으키는 요인, 그리고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은 같으며, 그것은 바로 기술혁신이다. 이는 일자리와 무관한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이 대안적인 소득정책으로서 논의되는 배경이다.

 


일자리와 소득의 탈동조화는 근로빈곤층을 양산한다. 근로빈곤층은 현 시기의 자본주의에서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얼굴로 나타난다. 플랫폼 노동은 기술적 실업의 시대에 노동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될 것인가를 보여준다. 자동화는 이미 자본주의 경제의 심장부로 들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의 증대가 놀라울 정도가 아닌 이유는 플랫폼 노동의 확대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작업하는 크라우드 노동(crowdwork)과 거래는 온라인을 거치지만 서비스의 제공은 대면관계를 통해 이루어지는 주문형 앱노동(on-demand work via app)으로 나눌 수 있다. 우버나 에버비앤비와 같은 상업적 공유경제(commercial sharing economy)의 서비스 제공자들, 플랫폼에 의해 조직되고 매개되며 인공지능에 의해 관리되는 사람들도 주문형 앱노동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노동계약의 바깥에 존재하며 전통적인 맥락에서의 노동자 계급이 아니다. 노동의 자본 아래로의 포섭도 산업자본주의 시대와 달라진다. 플랫폼 노동에서 노동시간과 비노동시간의 구분은 깨어진다. 비록 어떠한 임노동계약도 맺고 있지 않음에도 플랫폼 노동자는 온라인 플랫폼과 인공지능의 관리기술에 의하여 삶의 모든 시간이 자본 아래로 실질적으로 포섭된다. 형식적 포섭이 없는 실질적 포섭의 전면화, 그런데 인공지능의 관리기법에 의한 실질적 포섭은 맑스가 기계제 대공업에 대하여 관찰하였던 실질적 포섭, 곧 탈숙련화를 훨씬 초과한다. 플랫폼 자본주의에 의한 실질적 포섭은 생산과 노동시간만이 아니라 재생산과 휴식의 시간까지 포괄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가 아니라 차라리 플랫폼 자본주의의 하인(servant) 계급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수도 있다. 고용의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명칭은 산업노동자 계급이나 안정적인 봉급생활자(Salariat)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명칭은 고용안정성이 무너지던 초기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하여 현실을 드러내는 개념일 수 있지만, 만약 플랫폼 노동이 더욱 확대되어 고용안정성이 더 이상 정상성이 아니게 된 상태에 대해서는 서술적 개념이 될 수 없다.

 

7. 자본주의 노동사회의 미래

 

기술혁신은 생산의 자동화를 낳고 이윤 원천인 노동투입을 줄인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19세 후반기 산업혁명과 기계제 대공업을 다룬 맑스(Das Kapital, 1권, 13장, 6)도 관찰하였다. 그는 필요노동시간을 줄이는 기술혁신이 잉여가치 생산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상대적 과잉인구를 낳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맑스는 기술혁신이 낡은 직업을 없애지만 새로운 직업을 만들 것이라는 보상이론(Compentation Theory)을 비판했고, 소위 기술적 실업을 상대적 잉여가치 생산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에서 기인하는 필연적 현상으로 보았다. 경제적 불평등의 관점에서 사태를 해석하자면, 자본주의적 기술혁신은 불평등을 증대시킨다. 자본주의의 전 시기를 고찰 대상으로 삼으면 생산성이 증대함과 동시에 고용이 늘고, 임금이 오르고, 소득이 늘어났던 시기는 오히려 예외적이었다. 그러한 시기는 대략 1950년대와 1960년대, 길게 잡아도 1970년대의 초반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짧은 황금기 이전이나 그 이후의 시기에서 생산성과 고용, 가계소득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맥아피와 브린욜프슨(McAfee and Brynjolfsson, 2016)이 디지털 전환의 결과로 보았던 ‘거대한 탈동조화’가 자본주의 역사 전체에 걸친 일반적 경향이었고, ‘전후 평등주의 체제’가 오히려 예외적 상황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분석대상은 195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자본주의에 한정되어 있을 뿐이기에 ‘거대한 탈동조’가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측면으로 부각되게 된다.


그럼에도 디지털 전환이 유례없이 생산성과 노동자 소득을 탈동조화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반면에 기술혁신에 의한 노동투입의 축소되면서 이윤원천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탈자본주의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 예컨대 메이슨(Mason, 2015)이나 리프킨(Rifkin, 2014)의 주장은 플랫폼 노동의 확대라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지금 당장 타당한 전망은 아니다. 이윤창출 메카니즘이 데이터 기반 가치창출로 바뀌면서 자본주의는 임금노동을 급속히 해체하고 있지만 플랫폼으로 조직된 “엿 같은 직업”(David Graeber, 2018)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생산성, 일자리, 소득의 탈동조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만약 기술혁신이 재화의 탈희소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저임금 플랫폼 노동에 의한 생계유지도 가능해지면서 경제적 불평등은 역사상 최고조에 달한 상태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각주:3] 하지만 이러한 진화는 마찰 없이 일어날 수 없으며 그와 같은 자본주의의 실현가능성 역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플랫폼 노동의 확대에 의해 자본주의적 노동사회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 우선, 사람들은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가 가능해야 한다. 사실 이 문제는 자동화된 물적 생산의 풍요와 생계비의 하락에 의해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와 같은 풍요의 경제가 당장에 실현될 수 없는 반면에 기술적 실업은 플랫폼 노동의 증대보다 빠르거나 플랫폼 노동에 의존하여 생계의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사회재생산을 위하여 임금소득 이외의 독립적인 소득원천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일자리 없는 사회 또는 플랫폼 노동사회의 재생산은 무조건적 기본소득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모든 노동이 플랫폼 노동형태로 바뀐다고 가정하더라도 자본주의의 유지를 위해서는 또 다른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즉 노동시간과 비노동시간의 구분이 파괴된 후에도 자본주의를 유지하려면 노동시간 이외의 새로운 이윤원천과 이러한 비시간적 자원을 시간화(temporalisation)하고 가치화(valorisation)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실현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추구한다. 물론 플랫폼 노동이 플랫폼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아니며 본령도 아니다. 더군다나 노동중개 플랫폼의 미래는 확고부동하지 않다. 그럼에도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그 이전에는 상품화되지 않았던 다양한 활동이 플랫폼을 거쳐 플랫폼 자본 아래로 포섭되며, 사회적 삶 전체가 이윤원천이 되며, 양적으로 측정되며 잉여가치 창출 과정에 통합된다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마주하고 있으며 앞으로 점점 더 분명하게 목도하게 될 현실은 탈자본주의가 아니라 역사상 최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이윤원천이 더 이상 임금노동이 아니라 데이터에서 창출된 가치(data driven value)인 자본주의이다. 이러한 단계에 이르면 플랫폼은 공장이자 시장이며 사회인프라 그 자체이다. 중요한 점은 플랫폼 자본이 이와 같은 사회인프라를 독점적으로 소유한다는 것이며, 여기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역사상 최고점에 도달한다.

 

8. 플랫폼 자본주의의 기생성과 생산성

 

플랫폼 자본의 수익은 네트워크 효과로부터 발생하며 수익원천은 데이터이다. 이는 플랫폼 지본주의를 이미 생산된 어떤 것을 수탈하는 기생경제로 보도록 이끈다. 기생경제의 증대는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플랫폼 자본주의는 단순한 기생경제가 아니며 자본주의적 의미에서 생산적이라는 사실이다. 지멘스나 GE와 같은 산업 플랫폼(industrial platform)은 물질적 생산과정에서 가동중단을 줄이고 불필요한 과잉설비를 줄인다(Srnicek, 2016).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광고 플랫폼은 상품과 서비스의 유통기간의 단축에 기여하며, 승차공유 플랫폼 우버와 같은 린 플랫폼(lean platform)도 자원절감에 기여한다. 데이터의 변화와 함께 알고리즘을 항상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 플랫폼 자본은 장기간의 갱신주기를 가지는 전통적인 산업자본과 비교할 때 재투자 지체가 훨씬 적다(Daum, 2017; 226-227) 플랫폼 자본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만 하는 디지털 경제 전체를 “영구적 혁신경제”라고 부를 만하다(Morris-Suzuki, 1986). 모든 유형에 걸쳐 공통적으로 플랫폼 자본은 자본의 회전주기를 줄여 잉여가치 생산에 기여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플랫폼 자본의 성장은 2008년 금융위기와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었으며, 자본운동의 논리로 볼 때, 플랫폼 자본은 자본의 회전속도를 올린다는 점에서 물질적 재화의 확대생산이 한계에 도달한 저성장 시대에 대한 자본주의의 대응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플랫폼 자본의 생산성은 데이터 경제로부터 나온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구이며,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데이터의 형태로 울타리 짓는다. 이윤의 원천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플랫폼 자본주의는 데이터 기반 잉여가치 생산이다. 하지만 교류형식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플랫폼은 데이터가 집적되고 인공지능이 개발되는 매개이기 때문에, 현 단계의 자본주의는 그 경제적 형태규정성에 비추어볼 때 플랫폼 자본주의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 데이터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이윤원천이라면, 인공지능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생산물이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역사적 역할은 플랫폼을 통해 빅 데이터를 집적하고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인공지능을 무기로 플랫폼 자본은 다른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한다.


심층 학습은 인공지능을 데이터 추출기구이자 저장소인 플랫폼과 뗄 수 없게 만들다. 경제적 기능으로 보아도, 인공지능은 플랫폼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인공지능은 개별적 생산기계들, 개별적 활동들, 나아가 사회의 잉여시간 전체를 양적으로 측정하고 매개하며 가치화의 방식으로 통합한다. 물론 인공지능이나 플랫폼에는 통합의 기능만이 들어 있지 않는다. 가장 큰 분리는 플랫폼 회사와 플랫폼 이용자 간에 발생한다. 플랫폼 회사들은 아무런 개별기계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플랫폼을 소유하며, 인공지능을 소유하며, 빅 데이터를 무상으로 사용한다. 플랫폼 자본은 사회인프라 전체를 소유한다. 소유의 집중은 플랫폼 자본주의와 함께 가장 역설적인 방식으로 극대화된다.

 

9. 플랫폼 자본주의의 위기 구조와 대안들

 

플랫폼 자본주의는 포스트 2008년의 진행 중인 과정이다. 이 과정은 사회적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다. 위기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더 이상 소득원천이 되지 못하게 만드는 ‘거대한 탈동조’와 이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2) 사적 자본이 디지털 사회인프라를 독점적으로 소유함으로써 일어나는 민주주의의 침식, 3)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고 삶의 모든 시간의 전면적인 상품화이다.


첫째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근로장려세제(EITC), 국가에 의한 일자리 보장(job guarantee), 그리고 무조건적 기본소득(UBI)이다. 근로장려세제는 노동수요 측면에서 적어도 질 나쁜 일자리라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가정 안에서만 유효한 정책이며, 그러한 한계 안에서도 근로장려금의 상당 부분은 임금삭감으로 이어져서 노동자가 아닌 기업주에게 돌아간다는 난점이 있다. [각주:4] 일자리 보장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일자리 보장정책은 마치 공공부문이나 국가가 만드는 일자리는 자동화의 예외 지역인 것처럼 가정하고 국가가 완전고용에 근접하도록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무조건적 기본소득을 나누어주는 것이 나을 것이다.


노동공급, 노동수요, 임금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기본소득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1) 최소소비수준 이하 액수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사회 전체적인 노동공급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2) 기본소득은 한계소비성향이 작은 고소득층/고자산층에서 한계소비성향이 큰 저소득층/저자산층으로 소득을 이전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수요를 늘리고 이로 인해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승수효과를 낳는다. 3) 기본소득은 승수효과, 신체적•정신적 건강 증진 효과, 범죄와 의료비 감소 효과, 협동의식 증진 및 사회적 경제 조직 활성화 효과, 교육 투자로 인한 노동생산성 증가 효과, 지대추구 행위 축소 및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 사회적 안정 및 사회통합 효과 등 전 사회에 걸쳐 다양한 공동체효과를 낳는다(강남훈, 2019: 56-58). 4) 기본소득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내재적 동기를 부여하는 성격의 일(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 예컨대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 일하는 것 등)에서는 노동공급을 늘려 임금을 낮출 수도 있지만, 화폐적 보상에 입각한 외재적 동기만을 주로 부여하는 성격의 일에서는 노동공급을 줄여 임금을 높이게 되는데(Pech, 2010),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동과 노동과정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술진보를 추동하는가 아니면 억제하는가의 문제를 놓고 비교해볼 때에도 기본소득의 효과는 탁월하다. EITC를 비롯한 임금보조금은 저임금의, 저생산성의, 낮은 질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일자리를 존속시킨다. 이는 자본에 대한 노동의 상대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저생산성과 저부가가치의 저진로경제(low-road)를 유지시키며 노동과 노동과정을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기술진보를 억제한다. EITC와 같은 “세액공제는 기술진보를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노동비용을 값싸게 함으로써 사용자가 생산성을 향상하는 혁신을 하게 강제하는 압력을 약화시킨다. 세액공제는 사회정의와 자유 원칙에 도움이 되지 못하며, 노동시장과 경제효과를 왜곡한다.”(Standing, 2017: 208) 이와는 달리, 유의미한 액수의 기본소득은 노동자가 저임금의, 저생산성의, 낮은 질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일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UBI는 실제로 구직자들의 협상지위를 강화하며, UBI 액수가 커질수록 더욱 그러하다”(Kasy, 2018). 저임금의, 저생산성의, 낮은 질의, 열악한 노동조건의 일자리에 대해서, 자본가는 임금을 높이고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거나 노동을 기계로 대체하게끔 강제된다.

 

10. 플랫폼 회사에 대한 공유지분권

 

소득분배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대한 소유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어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 역시 무조건적, 보편적, 개별적 이전소득이라는 소득분배의 한 형태이지만, 근로장려세제나 일자리 보장과는 달리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플랫폼의 소유권 문제에 대한 대안과 결합 가능하다. 예컨대,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조세형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공동소유권에 입각하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유지분권을 획득하고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도 설계할 수 있다. 공유지분권 모델은 기본소득 논의의 역사에서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천연자원에 입각한 알래스카 영구기금도 이미 존재하며 사회적 총자본의 일정 비율을 공유주식자본(Commons Capital Stock)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이미 콜(Cole, 1935; 1944)과 미드(1935 [1988]; 1937)가 펼친 바 있다. 미드(Meade, 1993[1964]: 63-4)는 이 비율을 50:50로 정했지만, 최근에 비슷한 주장을 펼친 바루파키스(2016: 2)는 이 비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대신에 정치적 결정의 문제로 남겨둔다. 물론 미드는 50:50이라는 비율의 근거나 공유지분권 모델의 정당성 근거를 굳이 다루지 않는다. 미드의 공유지분권 구상은 정당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와 ‘효율성’의 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1993[1964]: 95), 그의 목표는 자산소유가 가져다주는 ‘안전’ 및 ‘독립성’과 ‘공정한 분배’를 통합적으로 실현하는 경제모델을 제시하려는 것이다(Meade, 1993[1964]: 63). 전체적으로 미드의 논의는 공유지분권 부여의 정당성이 아니라 공유지분권 모델의 경제적 효율성에 맞춰져 있다. 이에 반하여 바루파키스는 정당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부는 언제나 집합적으로 생산되며 기업은 과학기술이나 주식회사제도를 통해 대가 없는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설명을 넘어서지 않는다. 바루파키스의 논의의 핵심인 부의 형성에서 사회의 기여이다.


이 점에서 볼 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유지분권 설정은 좀 더 명확한 근거를 가질 수 있다. 즉 플랫폼 자본의 수익은 네트워크 효과에 의한 것이며 모두가 기여한 것이지 어떤 누군가가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각자에게 노동한 만큼 분배하는 것이 정의로운 분배이듯이 모두의 것은 모두에게 분배할 때 정의가 실현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유지분권 주장의 정당성을 세밀하게 뜯어본다면, 네트워크 효과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빅데이터이며, 만약 빅데이터가 사회구성원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이 네트워크 효과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의 일부는 모두에게 되돌려져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빅데이터에 대한 공동소유권 논의를 근거로 하여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유지분권 논의로 이어가는 논증 구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유지분권 모델의 장점은 분배차원, 소유권 차원, 민주주의의 차원이 빅데이터 공동소유권 속에서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점에 있다. 빅데이터 공유기금은 프라이버시 문제나 플랫폼 노동의 노동통제 방식에 대해 감시 자본주의적 폐해를 없애기 위한 개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고, 스마트시티의 사회인프라에 대해서도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11. 플랫폼 자본에 대한 규제 및 과세 문제의 난점과 공유지분권을 통한 해결

 

플랫폼 자본에 대한 공유지분권 모델의 장점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세 문제가 벽에 부딪쳐 있다는 사실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OECD는 ‘과세기반 침식과 이윤 이전 프로젝트’(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Project; BEPS)에서 다룬 과세 쟁점은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 회피라는 문제를 거론한다. 물리적 사업장을 두지 않는 플랫폼 기업에게 법인세와 같은 직접세를 과세할 방법이 없다. 그밖에도 이익할당의 문제나 국가 간 조세협약을 이용해 원천징수세를 회피하는 등 수 많은 난점이 존재한다. OECD는 과세 연계점(new nexus)의 도입 및 가상 고정사업장(Virtual PE) 등을 통해 해결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대다수 국가들은 실효성, 예외대상선정의 난점, 이중과세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연합(EU)도 OECD의 제안과 비슷하게 ‘디지털 사업장’(significant digital presence) 개념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지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과 문제에서 확정적 국제규범의 도입은 요원한 상태이다. 유럽연합에서 한시적 해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디지털 거래에 대해 매출액의 3%를 과세하는 ‘디지털 서비스세’(digital service tax)이지만 PE가 없는 외국법인과 PE가 있는 내국법인에 대해 모두 과세할 때 내국법인은 법인세와 ‘디지털 서비스세’를 이중부담하게 된다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또한 외국법인만으로 한정할 경우 무차별(non-discrimination) 조항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세’의 논의 종료 기간인 2020년을 1년 남겨둔 현 시점까지 도입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렇다고 플랫폼 기업을 전통적인 반독점법으로 규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반독점법에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 개념이 자리 잡으면서 가입자에게 교차 보조금(cross-subsidization) 정책을 택하는 플랫폼 기업에 반독점법을 적용하기 어려워졌다. 플랫폼 기업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양면시장은 러너 조건(Lerner Condition)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러너 지수는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 여부와 그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되어 왔다. 경쟁당국이 플랫폼 기업을 단면시장으로 획정(market definition)한다면 한계비용보다 낮은 가격책정을 독점행위로 규정할 수 있지만, 양면시장으로 획정할 경우에는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을 이용한 정당한 가격 책정으로 볼 수박에 없다. 이처럼 반독점법이나 과세와 같은 전통적인 규율체계는 플랫폼 기업 앞에 무력하다. 이는 곧 새로운 해법이 필요할 것임을 암시한다. 새로운 해법이란 규제 대신에 공유지분권 설정, 과세 대신에 공유지분권에 입각한 사회배당이 될 수 있다.

 

12. 기본소득의 불평등 완화 효과

 

기본소득은 탈빈곤과 불평등 완화를 위한 가장 유력한 정책이다. 우선 t% 평률소득세-기본소득 모형의 불평등 개선 효과의 특성에 대해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면세구간이 전혀 없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는 t% 평률소득세-기본소득 모형은 특정 소득분포에 관계없이 지니계수를 정확히 t% 개선한다”(이건민, 2017; 2018a: 3; Miller, 2017). 둘째, “면세구간이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회 구성원의 세전소득이 면세점 이상일 경우,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는 t% 평률소득세-기본소득 모형은 특정 소득분포와 관계없이 정책 이전 단계와 비교했을 때 지니계수를 정확히 t% 개선한다. 다만 명제 1의 경우에서 2단계인 과세 단계에서 3단계인 최종 단계로 넘어갈 때 발생했던 소득재분배 효과의 일부분이 여기서는 1단계인 정책 이전 단계에서 2단계인 과세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동일한 크기만큼 과세효과로 이전될 뿐이다”(이건민, 2018b: 3-5). 셋째, “동일한 소득분포 하에서, 면세구간이 전혀 없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는 t% 평률소득세-기본소득 모형에서 t값을 상승시킬 경우 순수혜규모는 t값에 비례하여 증가하지만, 순수혜비율은 일정하다”(이건민, 2018a: 5). 넷째, “면세구간이 전혀 없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되는 t% 평률소득세-기본소득 모형 하에서, 정적편향 단봉분포에서는 순수혜비율이 순부담비율보다 높으며, 부적편향 단봉분포에 서는 순부담비율이 순수혜비율보다 높다. 좌우대칭 단봉분포에서는 순수혜비율과 순부담비율이 50%로 일치한다. 부적편향 단봉분포에서 중위소득과 평균소득 사이에 위치하는 사람의 비율을 α%라고 한다면, 순부담집단의 비율은 (50+α)%가 된다. 반면 정적편향 단봉분포에서 중위소득과 평균소득 사이에 위치하는 사람의 비율을 β%라고 한다면, 순수혜집단의 비율은 (50+β)%가 된다”(이건민, 2018b: 5-6). 다섯째, “사회 구성원 중 단 한 명이라도 세전소득이 면세점 미만일 경우에는 t% 평률소득세-기본소득 모형에서 지니계수의 개선은 t% 미만이 된다. ‘정책 이전 단계’와 ‘최종 단계’를 비교해보았을 때, 면세점이 높아질수록 5분위배율, 10분위배율, 지니계수의 개선효과는 (선형적으로는 아니지만) 점점 작아진다”(이건민, 2018a: 10). 만약 우리가 유의미하게 높은 세율 t값을 가진 t% 평률소득세-기본소득 정책을 도입할 경우, 직접효과만을 고려할 때 지니계수는 t% 감소하고 5분위배율은 t%보다 더 큰 비율로 감소하며 10분위배율은 5분위배율 감소비율보다도 더 큰 비율로 감소하게 된다(이건민, 2018a). 기본소득의 빈곤 개선 효과를 살펴보면, “한 사람의 생계 영위에 충분한 수준으로 지급되는 ‘생계수준 기본소득’ 또는 ‘완전기본소득’은 정의상 적어도 절대적 빈곤은 완전히 없앨 것”이며, “지급수준이 이보다 낮은 ‘부분기본소득’이라 할지라도 그 지급수준에 따라 빈곤을 유의미하게 경감시킬 것이다”(이건민, 2018b).


공유부 기금에 기초한 기본소득 지급, 즉 공유자산 배당은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을 개선시키는 핵심적인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알바레도, 샹셀, 피케티, 사에즈, 주크먼, 2018)은 1980년 이후 신자유주의 시기에서 지역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공부문 자산의 비중이 줄어들고 민간부문 자산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명확하게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평등 문제에서 민간자본과 공공자본 소유 구조 변화도 매우 중요하지만, 또한 공공자본의 투명한 관리․운영, 사회 구성원의 평등한 복지 향상을 위한 효율적․효과적 사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서 공유부 기금(즉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유지분권 수익, 천연자원 수익, 사회공통자본 수익 등)과 기본소득의 결합은 불평등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공유부기금에 의한 기본소득은 조세만을 배타적인 재원으로 간주하고 ‘예산제약선 고정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기본소득과 공공인프라 확충 간 대체관계 내지 교환관계(trade-off)를 기정사실화하는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반론을 제공해 주며, 나아가 공공자본의 매각을 통한 민간자본의 증가 경향을 제어하거나 심지어 반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불평등뿐만 아니라 자산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이 빈곤과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는 단지 소득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소득 이외의 다양한 차원에서의 다차원적 빈곤·박탈 또는 사회적 배제 문제에 효율적·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에도 기본소득이 우수하다는 사실은 이미 1970년대 캐나다 마니토바주에서의 민컴(Mincome) 실험, 체로키 인디언 카지노 배당, 인도와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실험, 2009년 노숙자 13명을 대상으로 런던에서 실시된 현금지급 실험, 그리고 기본소득과 가장 닮은 현존 정책인 알래스카 영구기금 배당 등의 사례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입증되어왔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현금지급은 주거, 의료, 교육 등 기본재로부터의 박탈을 줄이고, (특히 빈곤층의) 금융비용을 낮추고 금융접근성을 높이며, 경제활동을 증가시키고, 사회적·정치적 참여를 활성화하는 데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다”(이건민, 2018b).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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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민 (2017a).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효과”. <<녹색전환연구소 전환소식>> 2017년 5월호. [게시일: 5월 8일] http://igt.or.kr/index.php?mid=column&page=2&document_srl=56704 (2019년 5월 24일 최종접속)
이건민 (2018a). “기본소득의 소득재분배 효과”. 2018년 기본소득 연합학술대회 “기본소득, 한국사회의 미래를 비추다”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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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 Labour Share in G20 Economies”, Report prepared for the G20 Employment Working Group, 26-27 February 2015. [본문으로]
  2. Dongya Koh/Raul Santaeulalia-Llopis/Yu Zheng, “Labor Share Decline and Intellectual Property Products Capital”, No 927, Working Papers from Barcelona Graduate School of Economics, 2015. [본문으로]
  3. 현재와 같은 플랫폼 노동이 자본주의의 통상적인 노동형태가 되려면 두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초단시간 노동만으로도 생계가 가능할 만큼 재화의 생산에서 탈 희소성의 경제가 실현되어야 한다. 둘째, 완전 자동화된 풍요의 경제에서도 지본주의의 이윤생산이 가능하여야 한다. 자동화는 노동에서 시간의 경제를 촉진한다. 즉 자동화는 노동시간을 줄인다. 이는 필요노동시간뿐만 아니라 잉여노동시간도 줄어든다는 말이다. 이제 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기술은 노동시간 중에서 노동자의 생계의 유지를 위한 필요노동시간을 줄이고 잉여노동시간을 늘리는 전통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이 아닌 시간을 포함하여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 있는 자연적 시간인 24시간을 통째로 잉여가치의 원천으로 변환시키는 새로운 기술이다. 이제 고도의 자동화 단계에서 자본주의는 잉여시간을 잉여노동시간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즉 삶의 모든 시간은 비록 노동계약에 의하여 자본 아래로 형식적으로 포섭되지 않더라도, 디지털 기술에 의하여 자본 아래로 실질적으로 포섭되어야 한다. [본문으로]
  4. Rothstein(2010)은 extensive margin의 노동공급 탄력도 0.75, intensive margin 노동공급 탄력도 0, 노동수요 탄력도 –0.3인 상황에서 EITC가 수급자들과 비수급자들의 임금과 수입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 고찰함으로써 임금 보조금 효과를 측정했다. 그는 EITC 1달러 지출에 대해 고용주가 0.36달러를 가져간다는 것을 발견한다. EITC의 36%가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는 임금 보조금이 된다는 것이다. 수급자들의 증가된 노동공급과 비수급자들의 임금 삭감 및 감소된 노동공급 효과를 종합하면, 수급자들의 세후 수입은 EITC 1달러 지급당 1.07달러가 되지만 비수급자들의 세후 수입은 임금 삭감을 통해 0.18달러를 잃고 노동공급 감소로 0.16달러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Nichols & Rothstein, 201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