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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뉴노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

[머리글] 뉴노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에서

 

Covid19로 인한 재난 상황을 반년 넘게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상황이 호전되기 보다는 제2 제3의 확산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아무도 정확한 예측을 내 놓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정치와 언론은 연말이나 내년쯤이면 백신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다시 과거의 자연스러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전파합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의 삶은 결코 코로나 이전의 삶과 같은 것이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이, 아니 코로나 이전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다 솔직한 전망입니다.

 

언제든 원하면 서로 만나 대화하고, 따뜻하게 서로를 느끼고, 냄새 맡으며, 서로의 호흡을 섞어 가며 살던 삶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모든 상황에서 변함없이 허락되는 삶의 형식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 졌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다는 말 그리고 정상적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아니 깊이 오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자연스러움과 정상성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의 입장 그리고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재난의 상황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현상이고 과정일 수 있는 것입니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에서 그리고 문명과 야만 사이의 선택의 기로에 인류가 서 있다는 것이 양심 있는 지성의 현재에 대한 정직한 진단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재난의 상황에서도 과거에 추구했던 삶의 가치와 형식은 근본적은 바뀔 수 없다고 믿으면서, 오히려 재난 이후를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대면이 안되면 비대면으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마지막 세계가 운명을 다할 때까지 지금까지 이어 온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신념으로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뉴노멀은 변함없이 이어질 이익추구와 착취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일 뿐입니다. 환경과 조건이 더욱 어려워진 만큼, 당연히 이들이 말하는 뉴노멀은 이미 그 안에 전례 없는 무자비함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보다 변혁적으로 뉴노멀을 함께 세워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가치와 목표에 대해서, 그리고 삶의 관계형식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성과 변화를 추구하는 뉴노멀이 필요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들을 보다 깊이 존중하고 보살피는 삶, 함께 살아가는 생태환경의 일부로서 그 무수한 생명들 중의 하나로서, 다른 생명들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자기 자신을 깊이 인식하는 삶을 향해 뉴노멀을 적극적으로 사유하고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재난의 와중에 유례가 없는 긴 장마를 겪기도 했고, 또 그렇게 연속되는 재난의 와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부동산과 주식의 열풍을 보았습니다. 시장은 영원할 것이라는 넘쳐나는 신념이 재난의 경고를 애써 무시하고 오히려 무색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의 전개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와 우리의 이웃들에게 뉴노멀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 것입니까?


많은 분들이 다양한 생각들이 모이면, 간절한 마음들이 보이고, 또한 뉴노멀의 길이 보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건과 신학>은 9월과 10월 두 달에 걸쳐서, 우리가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 만들어가야 할 뉴노멀의 소망을 모아 보려고 합니다. 뉴노멀의 길을 찾는 이 자리가 함께 새로운 삶의 길을 찾는 소중한 여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울러 10월달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가 만들어 온 <사건과 신학> 제1기 편집팀이 임기를 다합니다. 이후에는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다가 가리라고 예상합니다. 가장 긴급한 응답을 요하는 사건들에 대해서 신앙적 신학적 생각들을 모아 간다는 기본 취지에는 큰 변화는 없을 지라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보다 알찬 편집으로 에큐메니칼 운동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사건과 신학>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건과 신학> 편집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