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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2기/미얀마, 광주, 5월 그리고 민주주의;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

광주시민과 미얀마 시민, 함께 저항하며 연대하며 / 박흥순

 

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미얀마 군부 쿠데타 소식에 5·18기념재단은 2021년 2월 1일 당일 즉각적 규탄 성명을 발표한다. 5·18기념재단이 미얀마 시민과 연대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함께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5·18기념재단은 민주적 헌정질서를 쿠데타로 중단시킨 군부를 규탄하며 향후 미얀마의 상황을 주시, 미얀마 국민들과의 연대를 통해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함께할 것을 선언한다.”

 

5·18민중항쟁 당시를 회상하는 광주시민은 누구나 미얀마 시민이 직면한 엄혹한 현실을 즉각 공감할 수 있다. 5·18민중항쟁 정신을 계승하는 5·18기념재단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 소식에 규탄 성명을 곧바로 발표한 것 또한 저항하며 투쟁하는 미얀마 시민과 연대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41년 전 광주는 철저히 외부와 단절되고 고립되었었다. 그래서 광주 시민사회는 4개월 넘도록 저항하고 투쟁하는 미얀마 시민에게 특별한 연대감을 느끼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를 위한 광주연대’가 4월 14일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미얀마 시민이 염원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민들은 미얀마가 광주와 같은 아픔에 처하지 않도록 연대할 것이다. 우리는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에게 특별한 연대감을 느끼며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반대하고 민주항쟁을 지지하기 위해 모두 하나가 되어 나섰다.

 

‘광주와 같은 아픔에 처하지 않도록 연대’라는 표현에서 41년 전 광주와 광주시민이 얼마나 외롭게 투쟁하고 저항했는지를 읽을 수 있다.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미얀마 시민 저항은 이제 4개월이 넘었고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얀마 시민과 연대하고 지지한다는 광주 시민사회 성명은 의미가 있다. 광주와 광주시민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대를 표현했다. 5·18민중항쟁 41주년을 기억하며 “미얀마를 위한 오월행동”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얀마 민주화단체를 초청한 활동이며 연대였다. 5월 23일에 광주에 모인 미얀마 민주화단체 대표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재한 미얀마단체와 미얀마 광주연대 공동 선언”을 발표한다.

 

우리도 광주정신을 모범 삼아 미얀마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나갈 것입니다. 동시에 광주정신과 민주주의 역사를 재한 미얀마 국민뿐만 아니라 미얀마 국내에 있는 국민한테까지 전달하고 기억하겠습니다.

 

민주화를 열망하는 미얀마 민주화단체 대표가 광주에 모인 까닭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시민보다 먼저 미얀마 쿠데타를 규탄하고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가 5·18민중항쟁 40주년에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에서 광주시민과 나눈 강의에서 광주정신을 이렇게 정의했다. “광주정신은 ‘다른 사람이 당하는 고통에 응답하는 자발성’이라고 말하며, ‘5·18의 세계화’는 5·18 속에 세계가 열리는 것이며, 그 누구에게도 닫혀 있지 않은 세계”라고 말이다. 광주정신이 미얀마 현장에서 열리고, 미얀마 시민에게 닫히지 않은 열린 세계임을 표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미얀마 시민과 연대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진행됐다. 어떤 사람은 성명서를 작성했고, 어떤 사람은 미얀마 시민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에 참여했으며, 어떤 사람은 미얀마 민주화단체와 함께 광장에서 규탄 시위에 함께했고, 어떤 사람은 사회연결망을 통해서 미얀마 상황을 알리며 국제 연대를 요청했다.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는 엄정애 인형작가 제안으로 “미얀마 시민과 연대하며 함께 ‘평화 손’ 만들기 워크숍”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도록 협력했다. 4월 20일부터 5월 21일까지 청소년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광주시민이 하루 2시간씩 이틀을 꼬박 앉아서 ‘세 손가락 경례’(three fingers salute) 모양 ‘평화 손’ 손가락 인형을 만들며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서 열정과 마음을 모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평화 손’ 손가락 인형은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미얀마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5·18민주광장에서 사용했다.

 

신약성서 누가복음에 나오는 ‘강도 만난 사람’이 거의 죽게 되었을 때 그 길을 걸었던 제사장도, 레위 사람도 ‘강도 만난 사람’을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멈춰 서서 곁을 지키고, 연민하는 마음으로 치유하고 돌보았다. 사마리아 사람이 강도 만난 사람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까닭을 생각하며 동병상련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그러나 어떤 사마리아 사람은 길을 가다가, 그 사람이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가까이 가서, 그 상처에 올리브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에, 자기 짐승에 태워서,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누가복음 10:33-34)

 

철저하게 고립되어 외롭게 저항하고 투쟁했던 광주시민 희생으로 민주주의가 지닌 가치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 광주를 비롯한 한국은 이제 고립되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과 지속해서 연대해야 할 것이다. ‘평화 손’ 손가락 인형을 만들며 미얀마 시민을 기억하고, 미얀마 민주주의를 염원하고 기도하며 연대하는 광주시민처럼 지치지 않고 그 여정을 함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불의와 억압과 폭력에 굴복하지 않고 끝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내길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