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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2기/미얀마, 광주, 5월 그리고 민주주의; 의식과 무의식의 흐름

그날의 악몽 / 황인갑

 

황인갑(전남NCC)

 

E.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말한다. 역사는 삶의 스토리이고 시대의 산물이요, 우리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41년 전 5.18을 오늘 우리는 다시 소환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 518이라는 세 글자는 잊을 수 없는 숫자이다. 나는 그때 신학교 3학년이었고 학교 휴교령이 내려져서 고향인 목포에 내려와 있었다. 목포역에 모여 7일 동안 시위에 참여하여 지명수배 되었고 구속되었다. 학교는 제적당했고 후배는 광주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그동안 5.18은 많이 왜곡되어 왔다. 그 명칭부터 ‘광주사태’라고 하였다. 폭도, 빨갱이, 북한군 소행이라고 조작하였다. 그러나 지금 밝혀진 바로는 특별히 ‘광주’를 지목하여 계획된 살상 쿠데타였다. 하지만 신군부는 치안유지와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변명하였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국보위 조찬 기도회에서 전두환을 찬양하고 위대한 지도자로 복을 빌어 주었다.

 

그러나 이런 거짓은 오래 가지 못하고 그 진실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5.18의 본질은 군인들에 의한 정권 침탈을 위한 학살이었다. 지금은 ‘5.18 민주화운동’, ‘5.18 민중항쟁’으로 불린다. 그들의 숭고한 뜻을 헌법전문에 넣자는 의견이 있고, 5.18은 정당성을 찾았고,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사회 주류의 이슈가 되었다.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 그런데 그 생명이 불의한 방법으로 살상되었기 때문에 더욱 애석하기 짝이 없다. 창 4:8에는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에게 말하고 그들이 들에 있을 때에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죽이니라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이르시되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고 하였다. 이 땅에 억울한 한이 맺힌 사람들의 핏소리가 하나님께 호소하고 있다.

 

북한군이 잠입하여 시민군이 되었고 그들의 잘못으로 많은 희생자가 났다는 조작 보도를 보게 된다. 계엄군의 무력에 맞서는 시민군의 저항이 있었다. 거기에서 많은 희생자들이 났다. 시민군의 힘으로는 계엄군을 이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저항했고 목숨을 잃었다.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그들의 저항과 죽음이 있었기에 오늘의 5.18이 있게 된 것이다. 오늘의 민주화가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 앞에 머리를 숙이고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다. 안병하 도경국장과 박준규 목포서장, 정웅 장군을 비롯한 양심적인 군인과 경찰이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였기 때문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지 않았던 것을 볼 수가 있다. 요즘 양심을 가진 계엄군들이 더 이상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살아있을 때 진실을 말하고자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우방국가라고 믿었던 미국까지도 이미 5.18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들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우리는 남의 나라도 믿을 수 없게 되고 오직 민중의 힘만이 스스로 개혁하고 자신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가진 자와 권력자는 스스로 자유와 민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많은 개혁과 투쟁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투사회보를 등사기로 만들고 마이크를 들고 호소하고 차량에 탑승하여 시위를 하였다. 학생은 학교 교실에서 나오고 시민들도 생활 터전에서 나와서 주먹밥을 나누고 혼연일체가 되었던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들은 불의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연한 눈빛과 정의를 향한 갈망은 빛고을에서 빛을 발하였다. 아직까지도 5.18은 미완성이요 현재진행형이다. 용서에 앞서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있고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광주 상무대 영창에 있을 때 광주문화방송 방화범이라는 18세의 최훈을 만났다. 그리고 방위병으로 계부를 죽였다는 최철을 만났다. 내가 남한산성에 면회 갔을 때 위병은 이미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한다. 방화범으로 고문 조작하고 시민군이 폭도라고 누명을 씌우기 위해 벌인 조작일 가능성이 있다.

 

군인은 국가를 지키라고 준 자기 본분을 버리고 정권욕에 눈이 멀었다. 무고한 생명을 파리목숨처럼 죽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라 야수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불의함을 묵과하지 않고 거기에 저항한 항쟁이 5.18 민주운동이다. 그들은 생명을 불사하며 온몸으로 저항하였다.

 

미얀마도 한국의 5.18과 닮은꼴이다. 군부 쿠테타로 인한 무자비한 살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미얀마 시민들은 한국의 5.18이 승리하였듯이 그들도 민주화의 승리를 꿈꾸고 있다. 탱크 앞에 선 힘없는 사람들 그리고 무차별 살상으로 죽어가는 어린 소년들의 죽음을 보게 된다. 우리는 그들을 연대하고 기도하고 후원하고 있다.

 

다시는 이 땅에 쿠데타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고, 성공하면 영웅이요 실패하면 역적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정당한 수단과 방법과 목적이 아니면 그것은 정당화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세계에 평화가 강물같이 흘러야 한다. 어느 나라에서도 불의한 힘으로 억압하는 비인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것을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동학혁명, 3.1, 4.3, 4.16, 4.19, 5.18, 6.10, 8.15, 통일로 이어지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모든 민주 세력이 대동단결하여 불의한 세력이 틈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모스 5:24에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라고 말한다. 이제 41년이 된 5.18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윤상원 평전이 출간되고 그들의 죽음이 재조명되고 있다.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고 기념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5월의 정신은 연극, 영화, 시, 그림, 소설 등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깃발, 소년이 온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로 소설화되었다. 택시 운전사, 화려한 휴가, 26년으로 영화화되었다.

 

5월의 정신은 우리 마음에 부활되고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아름다운 유산이다. 이제 5.18은 광주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미래로 퍼져야 한다. 미얀마의 군부 통치가 종식되고 민주운동이 승리하는 그날이 오기를 기도하며 함께 연대하고 싸워야 할 것이다. 이것이 5.18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