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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 법; 버틀러에게 기대어 생각해 본 법 / 최순양 최순양(협성대학교 초빙교수)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했던 범죄자에게 내린 형량과 배고파서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구형된 형량이 같을 수 있는 곳, 이것이 대한민국의 법 현실이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평성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뇌물공여라는 심각한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법은 공정하다’라는 것을 ‘신화’처럼 믿고 살지만, 실상의 법은 “강약약강”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게 처벌하)고 약한 사람에게 오히려 강하기 때문이다. 예수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하는 계명은 기독교의 독특한 윤리임은 틀림이 없다. 예수가 실천한 삶 속에서 항상 주목과 배려의 대상이었던 것은 사회적 ..
법과 정의, 평등과 차별에 대한 고민 / 한수현 한수현(감리교신학대학교) “오후 다섯 시쯤에 주인이 또 나가 보니, 아직도 빈둥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에게 ‘왜 당신들은 온종일 이렇게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소?’ 하고 물었다. 그들이 그에게 대답하기를 ‘아무도 우리에게 일을 시켜주지 않아서, 이러고 있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그는 ‘당신들도 포도원에 가서 일을 하시오’ 하고 말하였다.” (마태복음 20:6-7, 새번역) 마태복음에는 한 포도원 주인에 대한 비유가 실려 있다. 하나님나라에 대한 예수의 비유중 하나이다. 비유가 흥미로워지는 것은 오후 다섯 시에도 일꾼을 모집하는 주인때문이다. 일꾼들이 일당을 받는 시간은 해질녁이다. 일당을 나누어 줄 시간 직전에 일꾼을 포도원에 들인 것이다. 왜 그랬을까? 결국 이 결정은 이후 일꾼들과 주..
봉건적 주종관계의 귀환과 성폭력 사건의 반복에 관하여 / 정용택 정용택(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Ⅰ.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서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통상 소속 근로자를 사용자나 다른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해 신체적‧정신적 침해를 주는 모든 언행”이 바로 직장 내 괴롭힘인 것이다. 한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에서는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
우리는 왜 약자를 증오하는가? / 한수현 한수현(감리교신학대학교)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차별, 배제, 그리고 폭력이란 말이 일상화 되고 있다. 끊임없이 일어나 우리를 놀라게 하는 여러 사건과 사고들은 누군가에 대한 폭력이 대부분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먼저 폭력의 피해자에게 관심을 둔다. 여성이라서, 노동자라서, 을이라서, 어린아이라서 누군가가 자행하는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고 슬퍼하곤 한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누가 폭력의 제일 하층에 자리하고 있는지 고민한다. 또한 누군가는 자신이야말로 가장 슬픈 을이라고 절망하기도 한다. 결국 떠오른 한가지 질문. “우리는 왜 약자를 증오하는가?” 약자는 보호의 대상이 아닌가? 그런데 왜 약자는 더더욱 폭력의 대상이 되는가? 작금의 상황에 보여지는 가족 내의 아동학대, 사이버 폭력, 학교 폭력, ..
「가학적 폭력의 사회」 - ‘왜 우리는 약자에게만 이토록 가혹한 것일까?’ / 김태형 김태형(사회심리학자, 심리연구소 ‘함께’) 오늘날 한국 사회는 약자들을 학대하는 사건들로 조용할 날이 없다.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 N번방 등의 디지털 성착취 사건, 동물학대, 노인학대, 장애인학대 등 그 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오늘날 한국이 약자를 사랑하고 감싸 안는 사회가 아니라 차별하고 무시하며 나아가 학대하는 사회가 된 데에는 여러 원인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지면 관계상 여기에서는 가장 중요한 몇 가지만 언급하기로 한다. 학대 사회의 객관적 조건 한국이 약자를 학대하는 사회로 전락한 분기점은 90년대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80년대에는 아예 왕따라는 말 자체가 없었지만, 2000년대가 되어서는 왕따가 일반화되..
학대를 막는 데도 한 마을이 필요하다 / 김유승 김유승 (이화여자대학교) 어느 시대에나 재난의 우선적 희생양은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이다. 질병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기반들을 재빠르게 찾아내었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이차적인 문제들, 즉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 불리는 고립감과 우울감, 무기력증 등의 심리적인 문제 및 소비 위축으로 인한 경영난, 휴직, 실업 등 근본적인 생존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의 삶을 겨냥했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가 구조적 불평등 가운데 정초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 발 가정폭력은 이러한 불평등한 구조 맨 밑바닥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를 적나라하게 비춰준다. 지난 4월 ..
아동학대범은 얼굴에 뿔난 사람이 아니다 / 김예원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코로나19로 인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강제되면서 불길한 예감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가정에만 있으라.’는 사회에서, ‘가정이 지옥보다 더 힘든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다치고 죽어갈까?’ 하는 걱정이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세계적 모범국가라고 들떠있을 때부터 그 예감은 슬슬 현실이 되었다. 여행 가방 안에 갇혀 모진 학대를 받다 병원에서 끝내 사망한 초등학생, 죽을 위험을 각오하고 지붕으로 탈출해 구사일생 살아남은 같은 나이의 초등학생... 이 유례없는 감염병 재난 속에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이 여럿 드러났지만, 아동학대 문제는 사실 속수무책 몇 개월간 방치되다시피 하였다. 학대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일, 학대 장소에 들어가 조사하는 일,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