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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지만 / 서정민갑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어렸을 때에는 선과 악이 명확했다. 세상은 나쁜 편 아니면 우리 편으로 선명하게 나눌 수 있었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쁜 사람은 생김새부터 달랐다. 착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착한 사람이고자 했으나, 자주 나쁜 사람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나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사람이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사람에 대해 단언하기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중적이며 모순덩어리였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고 자신의 모순..
‘사이버 학교폭력’으로 멍울진 아이들-‘사랑의 하느님을 통한 인격적 관계의 회복을 향하여’ / 김한나 김한나 (성공회대학교) “우리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 (창1:26) 성경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시고 크게 기뻐하셨음을 알 수 있다. 그분은 아브라함과 세운 언약을 통해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을 택하셨고 모세를 통해 그들을 이집트의 압제에서 해방하셨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구약의 율법 조항들은 강자로부터 약자를 보호하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반영한다. 결정적으로 그분의 사랑하시는 자녀들을 구속하시고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육신하셨다. 이처럼, 인간은 하느님의 과분한 사랑과 보호를 받는 존재로서 이는 우리의 자격이 충분해서가 아닌 그분의 지극한 사랑과 풍성한 은혜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사이버 따돌림은 온라인 공간에서 SNS..
성(性), 몸의 언어에 대한 예의 / 송진순 송진순(이화여자대학교) 지인인 여성학 교수님이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을 마치면서 퀴즈를 냈다고 한다. “이별에도 OO이 필요하다. 빈칸에 들어갈 말이 무엇일까요?” 대부분 중년 남성이었던 경찰들은 “눈물, 정산(현금), 낭만, 예의” 등 많은 답변을 내놨지만, 정답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반면, 여대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바로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정답은 안전이다. “안전 이별하세요!” 한동안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인사다. 다양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도 막상 남녀 관계에서 안전을 생각지 못했던 남성과 행복하고 즐거운 연애를 앞두고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여성의 현실 인식, 이같은 극명한 인식 차이는 우리 사회 깊숙이 스며있는 젠더 의식을 반영한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 정혜선 정혜선 변호사(법무법인 이산) “제 말을 믿어줄까요?”, “응? 왜? 왜 니 말을 안 믿어줄 것 같아?”, “음.. 누가 ○○(가족 구성원)이 어린 저를 성폭행했다고 생각이나 하겠어요?” “아닌데, 변호사님은 많이 봤는데. 수영(가명)이 같은 친구들 많이 있어. 많이 만났어” ‘많이 봤다’는 내 얘기에 처음으로 수영이는 푹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와 눈을 맞춰주었다.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센터에서 요청이 왔다. 중학생인데, 초등학교 때 가족으로부터 꽤 오랫동안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했다. 가해자로부터 분리되어 피해는 멈췄지만, 그 후 자살 시도를 몇 차례 했고, 학교 상담도중 상담교사가 알게 되어 신고한 사안인데, 피해자나 피해자의 보호자는 사건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
그가 고통당할 때, 우리는 어디 있었는가 / 채수지 채수지(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 소장) 나는 몇 년 전 남편의 외도와 폭력에 시달려 이혼을 고민하는 한 중년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그녀가 남편의 폭력적인 성향을 알고도 결혼을 감행하게 된 이유는 연애 시절 남편이 그녀의 나체 사진을 몰래 촬영해두었다가 자신과 결혼하지 않으면 사진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헤어진 남자 친구가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겠냐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그들은 이미 동영상이 유포된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고, 사람들이 동영상 속 자신을 알아볼 것만 같아 집밖에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여성의 몸이 상품으로 간주되고 ‘순결’ 여부가 여성의 가치를 좌우하는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텔레그램 성착취의 “공범”입니다. / 강은정 강은정(안양나눔여성회 디지털성폭력예방교육센터) 남자아이들은 다 야동 보면서 크는 거라고요? 아들이 야동 볼 때 휴지를 넣어주셨다고요? 한창 성장기 호기심을 막으면 엇나갈 수 있다고요? 일탈계 여성들이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성착취를 당한 것이라고요? 일부 비행 청소년들의 문제라고요? 그렇다면 당신이, 그래서 우리 모두가 바로 텔레그램 성착취의 “공범”입니다. 디지털성폭력은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대상화하고 소비・유통함으로써 돈을 벌어들이는 거대 성산업 구조와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엄격하며 가해자에게는 관대한 한국사회 문화구조 속에서 오늘까지 성장해 왔습니다. 1997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빨간마후라 비디오’를 기억하실 겁니다. 해당 비디오는 10대 남학생 두 명이 일방적으로 촬영하고 여학생의 동의 없이..
‘성착취’의 흥행 / 권경란 주연 : Off-line 업소 조연 : On-line 플랫폼 작품명 : ‘성착취’의 흥행 권경란(다시함께상담센터) 온라인을 통한 성착취가 연일 뜨거운 이슈이다. 그저 ‘야동사이트’로만 인식되던 소라넷을 기점으로 다크웹, 웹하드 카르텔 등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성착취 산업은 이제는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섰다. 디지털 공간 내의 성폭력을 보고 있자면 마치 중국의 전통 가면극 변검을 선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긴 소매로 얼굴을 한 번 가리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팔을 내리고 나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면이 등장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탄성과 달리 탄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유사한 형태로 본질을 가린채 무수한 이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온라인은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