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06)
집단 불법 성착취 영상거래사건(n번방 사건)과 여성신학적 실천 / 최은영 최은영(한국여신학자협의회 사무총장) 코로나19 사태가 인간이 자연환경을 억압하고 차별한 결과임을 드러냈다면,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해왔음을 알려주었다. 일찍이 로즈마리 류터(R. Ruether)를 위시한 생태여성신학자들이 주장해 온 쌍둥이 차별이 떠오른다. 이는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자연과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이 매우 닮았다는데 연유한다. n번방으로 불리는 사건은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범죄로 주도자, 그들에게 동조한 가해자, 그로 인한 피해자가 존재한다. 여성 피해자와 남성 가해자라는 명확한 구분법으로 성소수자는 오히려 배제되어 있으며,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과 죽음에 못지않다.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지목을 억울해 하기보다, 잠재적 피해자인 여성..
비단 n번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 김민영 김민영(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 텔레그램은 러시아 태생의 두로프 형제가 2013년에 출시한 비영리 메신저다. 당초 텔레그램이 표방한 강력한 보안 정책은 반푸틴 세력을 감시하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나, 성착취물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이득을 벌어들이고자 목적하는 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안전한 플랫폼으로 기능하였다. 아르바이트 구인글을 거짓으로 올리거나 일탈 계정을 운영하는 여성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확보한 여성들의 개인 정보를 탈취한 뒤, 이를 토대로 협박하면서 점점 수위가 높은 촬영물을 요구하거나 성폭행을 일삼은 이들의 집단적 범죄행각은 주요 운영진과 26만명의 공모자들에 의해서 견고해졌다. 여성 대학생 2명이 잠입하여 n번방 속 잔인한 성착취 면면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그 ..
내 안의 n번방 / 이효성 이효성(춘천사는 기독청년, 진보정당활동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마주하면 마음이 많이 무겁다. 내가 소비했던 폭력적인 영상들과 여성들에게 잘못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래서 당장 공분해야 함에도 얼굴이 붉어지고 입이 잘 안떨어진다. 직간접적 가해의 기억들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묵직하게 내려앉은 느낌이다. 나는 n번방사건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대열에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아주 어렸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여자아이들과 어울려서 노는것이 점점 어색해졌다.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여자아이들과 놀 때 "좋아한대 좋아한대" 하면서 또래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나도 다른 남자아이를 놀려댔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폭력적인게 곧 남자다운거라는 간접적이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매일 마주했..
n개의 성착취, 가·피해자 조명을 넘어 우리의 시선이 가야 할 곳 / 이명화 이명화(한국YMCA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 청소년 인권과 섹슈얼리티 의제에 관련하여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입니다. 언젠가 성에 관한 이야기를, 저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욕구가 존재했습니다. 물론 혼자 기록하고 sns상에서 담론을 주고 받는 나날 역시 저에게 있어 아주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욕구를 속에 품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이 연설대전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세상이 조금은 변화를 따라 걷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청소년 당사자가 작지 않은 힘이 있는 자리에서 성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한 편으로는 울컥했습니다. 동시에 ‘이제서야 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또 하나의 ..
야만은 침묵을 먹고 자란다. / 김신애 김신애 목사( YWCA아카데미위원회 위원, 인천기독교신문사) 2019년 11월 28일 텔레그램 성착취를 기획보도한 한겨레 취재팀의 오연서 기자는 후기에서 후속보도를 간절히 기다렸지만 연말까지 단 한 건의 기사도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감당해야 했던 정신적 압박보다 이때 느낀 세상의 침묵에 훨씬 더 큰 무기력감과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침묵의 시간은 길었다. 트위터에서 ‘경찰사칭 성폭행 사건’으로 알려진 것은 2018년 8월 경, 당시 n번방 가담자의 경찰 신고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난 2019년 1월 서울신문, 4월 시사저널, 8월 전자신문에서 ‘텔레그램 불법촬영물 공유’와 n번방에 대해 보도했고 같은 해 7월 추적단 불꽃이 텔레그램 성착취에 대..
[취지문] 지구적 재난의 상황에서 예배와 교회를 생각한다 / 양권석 양권석(성공회대학교) 1. 재난 가운데서 서로를 지키는 길은? 코로나 19 대유행이 일상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는 상황이 두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의 대 유행이 한풀 꺾이면서 우리나라는 그런대로 통제가 되는 듯하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매일 매일 업데이트 되는 전세계의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보면 정말 당황스럽다. 변화의 폭이 몇 천 혹은 몇 만 정도가 아니다. 이틀에 10만 명 이상 확진자가 불어나고 있고, 사망자도 매일 수천씩 더해가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진단검사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통계표가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 실제 상황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전염병이 어떤 결과..
“네 이웃을 기억하라” ;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 / 한수현 한수현(NCCK 신학위원, 감리교신학대학교) * 본 글은 본인의 3월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참고로 다시 쓴 글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크고 작은 교회들이 일요일 11시 예배를 취소하거나 온라인예배로 전환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멈추기 위한 정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각종 집회나 종교예식을 몇 주간 중지해달라는 권고와 시민들의 불안 때문이다. 주일 성수를 열심히 강조했던 교회들에겐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뒤이어 예배에 대한 신학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예배 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예배 모임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다. 예배가 예배당에 제한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온라인 예배나 가정 예배의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모임에 대한 예배를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