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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 희년법은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 최형묵 최형묵(NCCK 정의평화위원장ㆍ한국민중신학회장 / 기독교윤리학)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회자한지 오래이다. 긴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건물 하나라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신을 믿는 것보다 자신의 삶의 안전보장을 위해 훨씬 좋다는 뜻일 것이다. 무신론자들의 세계에서나 통용되는 말인 듯 보이지만, 교회 안에서도 그런 상식이 통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한 교우가 말한 적이 있다. 처음 교회에 나왔을 때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가운데 하나가 교우들의 일상대화에서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가 일체 없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값이 올랐느니 내렸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전에 다닌 교회에서는 그것이 일상대화의 중요 주제가 가운데 하나였다는 이야기일 터이다. 거참,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우리..
기생과 공생 사이 / 송진순 송진순(NCCK 신학위원, 이화여자대학교) 지난 12월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아보려는 정부의 초강수 대책이다. ‘분양가 상한제 보완, 대출규제 강화, 시장교란행위 조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나름의 묘안은 9억원 이상 고가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들의 대출 규제를 통한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 저지를 목표로 한다고 한다. 정부 발표 후 한 달,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끝나고 서로 다른 의견들이 팽팽하게 쏟아졌다. “한국감정원 올해 수도권 집값 7년 만에 하락 전망”, “엄포 통했다 강남 3구 집값 7개월 만에 하락”, “갭투자 막고 세부담 증가 보유세를 비롯한 종부세 부담 늘려... 고가주택 대출 규제, 집 투기 저지” vs “전셋값 급등 및 전세물량 부족, ..
당신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 생각을 달리하면. / 쌔미 쌔미(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건물주 A는 강남, 종로에 확인된 토지 5필지, 건물 10채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 토지와 건물들을 보유하기 위해 그는 꽤 많은 대출을 받았다. 어떤 건물은 48억 3천을 주고 사는 과정에서 45억 6천을 대출받았다. 약 94%의 금액을 대출을 받은 것. 다른 토지나 건물 역시 평균 7~80%의 금액을 대출받아 매입했다. 자신이 보유한 다른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아 다른 건물과 토지를 사는 일종의 ‘갭 투기’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부동산 자산을 증식하였다. 그가 매입한 건물 중 1필지 토지와 1개 건물을 제외하고는 전부 공실 또는 이용이 이루어지지 않는 토지이다. 현재 공실인 건물 중 하나의 경우는 공실 이전에 세입자와 지난한 갈등이 벌어지기도 했다. 터무니없는 차임 인상..
성서적 내집 마련 / 한수현 한수현(NCCK 신학위원, 감리교신학대학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건물주인이 하나님 보다 높다는 말이다. 좋은 길목에 있는 건물이나 아파트를 잘 사서 큰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는 이야기가 어디서나 들려온다. 그래서 빚을 내서라도 집이나 건물을 잘 사놓으면 그 빚을 갚고도 남는 돈을 벌 수 있다고들 말한다. 옛날엔 국토 개발 계획과 같은 큰 국가 계획을 미리 예측하거나 알아내어 땅을 사놓는 것이 유행이었다. 대규모 개발의 시대가 저물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권과 생활권이 집중되자 수도권의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건물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길 기대한 사람들은 빚에 빚을 물려서라도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를 방관한 정부와 기득권으로 인해 중산층 정도의 소득수준으로도 ..
<취지문> 성탄, 피난, 학살 양권석(성공회대학교) 마태복음서가 전하는 성탄 이야기 안에는, 성탄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이야기가 있다.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황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같은 시기에 태어난 모든 아이를 죽여서라도, 아기 예수를 없애야 한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탄의 밝은 빛 저편 어둠 속에 헤로데와 그를 둘러싼 예루살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은 성탄의 기쁨과 환희를 계속 허락할 수 없다. 기대에 가득 찬 성탄의 모습을 일순간에 무너뜨리고, 살아남기 위해 국경선을 넘어 도망쳐야 하는 아기 예수와 그의 가족의 참담한 모습을 전면에 등장시켜 놓는다. 그래서 성탄은 학살의 현장이 되고 난민 가족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되고 만다. 어떻게..
성탄, 무력한 자들의 고백 송진순(이화여자대학교)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마리아가 이르되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예수의 탄생은 비천하고 어린 소녀의 고백에서 시작된다. 천사 가브리엘은 소녀에게 은혜 입은 자라 칭하며 주의 말씀을 전했고, 친척이자 산모 동기인 엘리사벳은 믿음 있는 그대야말로 복된 여인이라 화답했다. 복중에 노는 아이를 쓰다듬으며 소녀는 비천하고 주린 자들을 돌보시고 권세있고 부한 자를 거꾸러뜨리는 자비와 정의의 하나님을 찬양했다. 붉은 볼의 앳된 엄마는 몸 풀 곳조차 없는 마구간에서 그렇게 첫아들을 낳았다. 소녀의 당찬 결단은 역사의 흐름..
‘이미’ 사람들 곁에 와 있는 예수 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예수께서 오기를 기다리지만 ‘이미’ 주변에 와 있다. 동일한 얼굴을 지니고 다양한 존재로 사람들 곁에 예수가 ‘이미’ 와 있다. 하지만 ‘이미’ 온 예수를 무시하거나 배제하고 ‘아직’ 오지 않은 예수를 기다린다. 지금 여기에(here and now) 예수께서 온다면 ‘그 예수’를 제대로 알아보고 환대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예수가 이 땅에 온다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회와 공동체에서 버림받고, 배제되고, 무시를 받은 사람들 속에 예수가 오리라는 것을 마태복음 저자가 거듭 외치는 목소리가 뇌리를 맴돈다. 너희는, 내가 주렸을 때에 내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않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