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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드라마 속 여성들은 불쌍하거나 불행할까? / 오수경 오수경 (청어람ARMC 대표 · 저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tvN)에서 은희의 친구이자 마을에서 함께 자란 미란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란은 세 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서울에서 홀로 마사지 샵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유럽에서 살고 있는 첫 번째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과 약속한 여행이 좌절되자 제주행을 택한다. 유난히 마을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그가 오자 그의 동창부터 마을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그를 반겼다. 하지만 그를 반기는 이들의 진심은 어쩐지 텁텁하기만 하다. 남자 동창들은 그를 환영하며 추앙하는 듯 굴지만 사실은 잠깐 즐기려 할 뿐이지 그를 깊이 대하지 않는다. ‘결혼을 세 번 한 방탕한 여자’라는 평판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후려칠 뿐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않는..
우리들의 블루스: 옥동의 유산 / 이민형 이민형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노희경 작가의 세상 읽기가 모두 녹아들어간 듯한 드라마, . 누군가에게 벅찬 감동을 준만큼 누군가에게는 실망감을 주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큰 깨달음을 얻게 한 만큼,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마음이 들게도 한 작품이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이야기에는 호소력이 있었고 그만큼의 설득력도 있었다. 다루고 싶은 주제가 무척이나 많았지만, 이 글에서는 단 한 가지의 주제를 중심으로 단 한 명의 등장인물만을 살펴보려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흔히들 성서에 기록된 구절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 출처는 모호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쓴 구절이라고도 하고, 마하트마 간디가 인용한 명언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 출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작 이 구절을..
오래된 질문을 멈추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자. / 이혜영 이혜영 (미국장로교(PCUSA) 파송 선교동역자) 새로 이사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한 주민 분이 이미 타고 있던 나와 아들을 반갑게 바라보시며 “이사를 왔냐”, “어디서 왔냐” 등등의 질문을 이어 가신다. 새로운 환경에서 만나는 새 이웃이기 때문에 나도 상냥하게 대답을 했다. “아이는 하나예요?”라고 물으신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분은 시선을 우리 아이에게 돌리시면서 “엄마한테 얼른 동생 낳아달라고 말해”라고 이야기하신다. 마침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을 했고 그 분은 자신의 갈 길은 유유히 떠나셨다. 사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 아이가 하나라고 이야기 했을 때 늘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질문은 “둘째 얼른 낳아야지. 하나는 외로워”라는 말이었다. 이 짧은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가..
우리는 졸지에 ‘비정상 가족’이 되었다 / 박새롬 박새롬 (순천덕신교회) 1 “가족이 함께 살아야지 떨어져 사는 건 비정상 아닌가?” 내 삶에서 ‘비정상’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시부모님과 시누이 가족들 나와 아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우리 가족을 ‘비정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걱정하며, ‘언제 남편 있는 곳으로 이사 가느냐?’ ‘남편과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수백 번의 질문에도 내적 평화로움을 가지고 답할 수 있는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비정상’이라는 단어에 나의 평화로움은 깨어졌다. “요즘 세상에 정상, 비정상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감수성 없는 일이지 않나?” 나는 결코 평화롭지 못한 방식으로 ‘네가 한 말에 부끄러움을 주겠노라’는 마음으로 맞받아쳤다. 우리..
다양한 가족들이 존중받는 교회공동체 / 심경미 심경미 (우리고백교회, 「싱글 라이프」저자) 우리 사회와 문화가 변화되면서, 사람들의 의식, 생존 방식 그리고 생활 방식이 변화되었다. 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결혼해서 자식을 많이 낳고 사는 것이 생존과 풍요로운 삶에 유리하다 여겨졌다. 하지만,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낮아진 영아 사망률, 피임 기구와 기술 발달, 고도의 기술과 도시의 발달,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출산율도 낮아지고, 결혼도 필수에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울러,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중시하고, 아울러 자녀의 삶에 대한 책임감과 삶의 질도 고려하면서, 점차로 결혼해도 자녀를 적게 낳고, 싱글로 살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1.7%로 가장 큰 비..
결혼 의례에 대한 단상 / 이은주 이은주 (미국장로교 동아시아 담당자) 나는 성인 세명이 있는 가정에 맏딸로 태어났다. 그 세 사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조합이었는데 그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나의 가족이라고 했다. 그 집합체의 구성원은 나의 엄마,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어머니였다. 나의 엄마는 내 나이 또래의 어머니들과는 다르게 고등교육을 받은 의사였다. 엄마의 시어머니는 예수를 믿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서 교회를 다니시게 되었고, 덕분에 한글을 깨치게 된 분인데 실제로 교회를 다니시고 나서 일 년 안에 아들을 낳으셨다고 한다. 그 분에게 아버지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이 두 여인 사이에는 고부 갈등이 존재했고, 그것이 싫은 아버지는 거의 매일 아침나절에 나가셔서 밤 늦게 들어오셨다. 나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운명적으로 만난..
태초에 가족이 있었다? / 채송희 채송희 (교회여성 네트워크 움트다) 개신교 신앙에서 ‘가족’은 중요한 개념이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인식하는 ‘가족’은 우리에게 친밀감과 소속감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기제가 될 수도 있다. 가족은 결혼, 혈연, 입양 등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일반적으로 가족은 혼인을 통한 공동주거, 사회적으로 허용된 성관계, 입양을 포함한 재생산, 경제협력 등을 특징으로 한다.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 공동체 안에서 경제적 협력, 성별 분업, 상호 돌봄, 합법적인 성관계, 출산과 양육, 정서적 지지, 애정관계 유지 등을 기대하거나 요구받는다. 가족이라는 단위를 보는 두 가지의 관점이 있다. 하나는 생물학적인 관점인데 이는 가족이라는 제도가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기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