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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답을 찾지 못한 두 개의 단상(斷想) / 강석훈 영화 기생충; 답을 찾지 못한 두 개의 단상(斷想) - 강석훈(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첫 번째 단상; 반지하의 잔혹한 추억 개봉을 기다렸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당일은 아니었지만 개봉 후 며칠이 되지 않아 기대를 가지고 영화관을 찾았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로 이어지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좋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역시 봉테일,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며 친절하게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봉준호의 솜씨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갈 즈음 의외의 지점에서 내 속의 불쾌감이 훅하고 올라왔다. 사람들의 발목 정도 밖에는 보이지 않기에 창문이라 부르기도 왠지 민망한 창문, 생리현상을 해결하기에도 불편한 생김새의 화장실을 보면서 '그래 저렇게 생겼었지?'하며 추억에 젖..
영화 <기생충>: 냄새의 아비투스와 감각적인 것의 나눔 / 최병학 영화 : 냄새의 아비투스와 감각적인 것의 나눔 - 최병학(부산 NCC) * 아비투스(Habitus)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만든 개념이다. '일정하게 구조화된 개인의 성향체계'를 뜻한다. 곧, 개인 안에 내면화된 사회구조라고 할 수 있다. 와 의 오마주 세상의 모든 차별을 영상 이미지로 창조하는 사회학과 출신 봉준호 감독의 영화 (2003)이 국가의 차별이라면, (2006)은 미국의 차별이고, (2009)가 모성의 차별이라면, (2017)는 동물에 대한 차별이다. 그리고 (2013)가 수평적인 차별이라면, (2019)은 수직적인 차별에 관한 영화이다. 거기에 ‘냄새라는 아비투스’를 사용하여, 전작들보다 좀 더 상징이 풍성해졌음을 볼 수 있다. 다만, 전작들에 나타나는..
<기생충>의 허무함 앞에서 / 이종건 의 허무함 앞에서 - 이종건(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 얼마 전 70년대 서울 청계천에서 빈민사목을 하고 빈곤현장의 사진을 담아 '노무라 리포트'를 출판했던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가 서울에 방문했다. 그가 빈민사목을 하던 시절, 서울의 빈곤은 집약적이고 노골적이었다. 청계천 일대는 판자촌이 즐비했고 그보다 못한 땅굴 수준의 거주공간인 개미집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2019년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청계천-을지로 일대를 방문한 노무라 목사는 서울의 발전된 모습에 짐짓 놀란 모습이었다. 과거 명백하게 드러났던 절대빈곤의 현장들에는 높은 빌딩과 세련된 건물이 들어서 예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는 빈곤, 한 동네에 집약적으로 모여 있어 집단행동이 용이하고 가시화되기 쉬웠던..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 / 박흥순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보이지 않는 사람들" - 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영화 이 소환한 영화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해에 봉준호 감독이 제작한 영화 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사회에 평범한 일상이 영화를 통해서 전 지구적 관객과 소통할 뿐만 아니라 깊은 공명을 준다는 것이 놀랍다. 자본주의가 만들어 놓은 빈익빈 부익부, 계급 갈등 등 다양한 주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영화 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1967년에 상영한 영화
<기생충>이 내게는 종교영화인 이유 / 이상철 이 내게는 종교영화인 이유 : 텍스트 읽기의 전복성과 '종교적인 것'에 관한 에세이 - 이상철(크리스챤아카데미) 프롤로그: 渡河法(물을 건너는 방법)에 관한 두 가지 오래 된 기억 출애굽과정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물을 두 번 건넌다. 하나는 출애굽의 시작을 알리는 홍해를 건너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출애굽의 마침표라 할 수 있는 요단강을 건너는 대목이다. 양자 사이 차이점은 뭘까? 전자는 모세의 기적으로 홍해가 갈라진 후에 물을 건넜다는 것이고, 후자는 아직 요단강이 마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본인들의 발을 물로 내밀었다는 점이다. 종교적 아이콘(Icon)들, 이미지(Image)들은 구도자와 절대자 사이 공간을 메우는 부피를 지닌 덩어리가 아닐까 싶다. 그런 표징들을 바라보면서 신앙인들은 자신..
종교인과 신학자들이 기생충 아닌가 / 김근수 종교인과 신학자들이 기생충 아닌가 - 김근수(해방신학연구소) 문화 소양이 빈약한 나는 영화 기생충을 평가할 능력이 없다. 영화 보고 떠오른 느낌을 신학적으로 생각할 뿐이다. 우선 몹시 불쾌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모욕당하고 있다는 비명이 먼저 다가왔다. 가난한 사람들을 발가벗겨 십자가에 매달아놓고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영화 기생충은 성서신학자 입장에서 보면 예수 메시지를 무시하는 것 같고, 해방신학자 입장에서 보면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난한 사람들보다 종교인과 신학자들의 모습이 내게 먼저 떠올랐다. 부자들의 더러운 모습을 애써 감추어주고 가난한 사람들의 부끄러운 장면을 온 세상에 까발리고 조롱하는 짓 말이다. 우리 그렇게 살면 안 되는데 말이다. 진짜 종교인과..
[취지문] 더불어 사는 새 길은 없는가? / 양권석 더불어 사는 새 길은 없는가? - 양권석(성공회대학교) 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어떤 사람은 반지하방을 살아 본 과거의 경험을 떠 올리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박사장(이선균)이 언급한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뒤섞인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선을 넘는 냄새에 관심을 갖기도 했고, 박사장의 어린 아들 다송(정현준)에게 등장하는 유령과 기이한 행동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고, 또 아무리 살기가 어렵다고 그렇게까지 참혹한 짓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기택(송강호)내 가족의 행태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영화이기에 보는 사람마다 각자 나름대로 즐길 필요가 있다. 공감이어도 좋고, 반감이나 거부감이라도 얼마든지 좋다. 그리고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수많은 은유적 기호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