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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과 우정이 부재하는 대학에서 / 정혜진 정혜진(Somnium 간사) 나는 공부를 하며 때론 가슴이 뛰고 대체로는 고통에 시달리는 대학원생으로서, 대학(을 기반으로 하는 학술장)에 부재하는 것 두 가지를 이야기함으로써 대학의 불평등 문제와 청년의 삶을 단편적으로나마 스케치해보고자 한다. 거칠게 말하면 한국의 대학에는 시스템과 동료가 없다. 연구자를 키우고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은 거의 없고 그것은 동료 없음을 가리킨다. 누군가는 “대학에는 당연히 동료라는 것은 없고 경쟁 상대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동료’라는 명칭이 와 닿지 않는다면 ‘친구’라고 바꿔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혹자는 “왜 여기까지 와서 친구를 찾느냐”고 이야기한다. 동료든 친구든 동학이든 하여간 대학에서는 기대하지 않게 되는 관계의 유형이 있고, 그것..
빚 권하는 사회 / 백승훈 백승훈(데나리온BANK 실무조합원,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이 문장에 얼마나 동의하시는가? 이 문장으로 청년들과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 이 문장에 동의한다는 것과 공감한다는 것, 특히 청년과 공감한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이야기다. 본 문장에서 ‘돈’은 자산의 의미를 갖는다. 사람의 생애주기를 자산의 측면에서 본다면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다. 이는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믿음의 영역이지 꼭 그렇게 되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 청년의 현실이다. 청년이 이 문장에 동의한다는 것은 ‘통장잔고’의 의미가 더 크다. 청년에게 통장잔고란 그런 것이다. 자산은 없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통장 잔액이 0이 최저이기에 망정이지 엄밀히 ..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 오세요 오세요(한백교회/옥바라지선교센터) 청년이란 실제로는 없는 존재이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그러하다. 누군가 청년이란 세대가 있지 않냐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청년이 정말 특정 연령 세대를 뜻하는 말인지 확인을 해보기 위해 다른 세대 구분 호칭부터 살펴보자. 먼저 만 5세까지의 영유아가 있고 그 위의 아동은 일반적으로 만 5세에서 12세, 청소년은 어떤 법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 13세에서 청소년보호법상 19세, 청소년기본법상 24세, 노년은 65세 이상으로 별다른 이견 없이 인식되고 있다. 그에 반해 청년은 어떠한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의하면 15세 이상 29세 이하라고 한다. 음... 이 정의대로라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청년은 아닌 셈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
[취지문] <조국대전> : 의도 없는 사실은 없다. 양권석(성공회대학교) 식민주의와 정복은 성서적인가? 그렇다. 콜롬버스를 포함한 수많은 정복자와 식민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성서적 명령을 따라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전쟁을 일으키며 정복을 탐하는 자들 곁에는 항상 성서가 있었다. 식민주의와 억압에 대한 저항은 성서적인가? 그렇다. 참혹한 억압과 고통 속에서, 구원과 해방의 희망을 잃지 않고, 견디고 싸우며 새날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민중에게 힘을 불어넣었던 것이 성서였으니까. 정복도 성서적이고 해방도 성서적이다.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이것이 불편하다면, 사실과 텍스트의 속성을 잘 모르는 탓일 것이다. 사실을 날 것 그대로 보고 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실을 날 것 그대로 전할 가능성은 없다. 나무 한 그루에 대한 사실을 생각해보자...
권력 다툼 속의 악당 만들기 정준희(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언론이 왜 그랬을까?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을 둘러싸고 진행되었던, 아니 여전히 진행 중에 있는 언론의 공세에 대해 많은 이들이 품는 궁금증이다. 심지어 내 주변에 있는 언론학자들조차 내게, 그리고 우리들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 대체 언론은 왜 그런 걸까? 첫 번째 가설은 전적으로 조국 전 장관에게 책임을 돌린다. 실제로 그가 문제가 있어서, 혹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라는 거다. 한 계절을 통째로 털어 넣을 만큼 전례 없는 압박, 70 곳이 넘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펼치고 나서도 무엇이 결정적인 범죄의 증거인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그렇다는 거다. 적어도 그는, 그리고 그를 임명했던 청와대는 ‘과거 같았으면 지명을 포기하거..
조국사태를 둘러싼 언론 미디어와 한국사회 김상덕(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그것은 마치 오랜 세월 응집되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화산 폭발과 같았다. 한국사회라는 지면(地面) 아래 오랫동안 잠재되었던 욕망과 갈등의 구조들은 검붉은 마그마처럼 우리 사회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터져나오고야 말았구나 싶었다. ‘조국 사태’는 하나의 ‘사회 현상’(social phenomenon)이었다. 현상이란 하나의 사건으로서의 중요성 뿐 아니라 그 사건을 둘러싼 복잡한 층위의 상호작용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가진다. ‘조국 현상’은 한국사회 속 은밀하게 내재되었던 근본적인 문제들이 외부로 표출된 사건으로서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이익집단, 갈등의 구조, 권력 및 검찰개혁의 과제, 그리고 교육 및 계층간의 불평등 문제등이 한꺼번에 그 실..
조국 보도참사; 팩트 체크? 팩트 만들기! 권혁률(성공회대 연구교수) 조국 법무부 장관의 지명부터 임명과 사퇴에 이르기까지 몇 달간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뜨거운 논란에 휘말렸고, 심지어 사퇴 이후에도 그 여진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평생 기자로 언론계에 종사해온 필자는 남다른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흔히 ‘조국사태’ 혹은 ‘조국참사’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상황이 필자에게는 ‘조국 보도참사’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론의 기본기능으로 꼽는 것이 대표적으로 ‘게이트키핑’(Gate Keeping)과 ‘팩트 체크’(Fact Check)라고 할 수 있다. ‘게이트키핑’은 말 그대로 문을 지킨다는 뜻으로, 신문과 방송에서 뉴스 결정권자가 어떤 뉴스를 보도할지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쏟아지는 수많은 사건 가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