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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1기/뉴노멀;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 사이

‘고립’이냐 ‘연대’냐 길목에서 선택하기 / 박흥순

 

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

 

코로나19가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가져 온 도전과 변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에 직면하면서 혼선과 시행착오가 계속 있었다. 이제는 이전에 정상이라고 여겼던 생활 습관이나 사고방식을 교정하거나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 모든 영역에 가득 찼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던지는 도전과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거나 분석하지 못한 채 이전에 습관처럼 진행했던 일들을 고집하며, 도전과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post-corona) 시대를 진단하기 이전에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대한 분석이 더 절실한 시기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와 교회는 어떤 모습을 상상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패턴과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틀’이 전환되는 구체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는 이와 같은 도전과 변화에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지난 3월에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두 가지 질문에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질문은 ‘전체주의 감시’와 ‘시민 역량 강화’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은 상당히 중요하다. 국가주도로 통제하고 감시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시민 스스로 방역에 힘쓰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있다는 말이다. 이 질문에 당연한 답변이 있는가? 시민 역량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택하며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 ‘시민 역량 강화’는 ‘성도 역량 강화’라는 말로 대신 사용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전체주의적 감시와 통제’ 대신 ‘성도 역량 강화’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성도 역량을 강화한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성도가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존재라 인정하는지 여부도 개별 교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물음은 코로나19를 경험한 성도가 체감하는 코로나 시대에 대한 의견과 평가다. 개인별 평가, 소그룹 토론과 평가, 전 성도 의견과 평가를 모아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진단, 평가와 분석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년과 진행했던 온라인 모임에서 코로나19 상황이 가져다 준 어려운 점과 좋은 점을 나눈 적이 있다. 의외로 코로나19 상황이 좋은 점을 제공했다고 말하는 청년이 많았다. 따라서 ‘전체주의적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시민 역량 강화’ 혹은 ‘성도 역량 강화’를 선택한다면 질문해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코로나19 상황을 살아가는 사람들, 시민들, 성도들이 체감하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 묻고, 의견과 평가를 듣는 것이 첫 출발이다. 그 의견을 모아서 정부와 시민이 함께, 목회자와 성도가 함께 대안을 찾고 함께 해결하는 것이 ‘시민 역량 강화’이며 ‘성도 역량 강화’다.


둘째 질문은 ‘민족주의적 고립’과 ‘글로벌 연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립’이냐 ‘연대’냐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연대’를 선택할 것 같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 개인이나 교회가 개별적으로 살아왔던 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립’을 선택하려고 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고립’에 서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던진 질문과 도전에 제대로 응답하는 일은 ‘연대’라는 말을 실질적이며 구체적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와 지역교회가 대립과 경쟁 대신에 협력과 연대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동반되어야 희망이 있다. 공간을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이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도가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개별 교회가 경쟁하며 사용했던 예산이나 비용이 중복 사용되거나 낭비되었던 선교 현장이나 복지지원을 협력과 연대로 다시 재정립하는 시도가 지역사회와 지역교회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길 기대한다. 이제 제대로 된 협력과 연대를 실천할 시간이다. 코로나19가 던진 질문과 도전에 적절하게 응답함으로써 새로운 정상(new normal)을 준비할 수 있길 바란다.

 

코로나19 상황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낯선 시간과 공간이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상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익숙하고 편안한 자리에서 일어나 낯설고 불편한 곳으로 한 발짝 움직이는 실천이 지금 여기에 필수적이다. 그와 같은 계속된 발걸음이 대안을 제시하며 불확실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