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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2기/청년과 불안

청년의 불안, 주된 고민에서 찾기 / 김기헌

 

김기헌 선임연구위원(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요즘 청년들은 불안해한다. 무엇이 청년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 청년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사회조사에서는 20대 초반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있다. 가장 오래된 결과는 2002년에 나온 결과로 19세에서 24세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당시 가장 큰 20대 초반의 고민거리는 외모와 건강으로 31.9%였고 이어서 공부가 30.8%로 두 번째로 나타났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흐른 2020년 20세에서 24세 청년들의 고민거리는 크게 바뀌었다. 1순위가 직업으로 2002년 당시 8.6%였으나 2020년 40.3%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외모만큼 사회초년생의 관심사인 이성교제도 2002년 10.2%였으나 2020년 1.2%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청소년기의 입시 경쟁이라는 장벽이 존재했다면 이제 청년기에 취업 경쟁이라는 새로운 장벽이 눈앞을 깜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는 것은 관심이 많다는 것이고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대비하거나 준비하겠다는 마음자세의 표시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는 표현일 수 있고 그것을 회피하거나 도망가고 싶은 감정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 전자라면 다행이지만 후자라면 청년의 불행의 원인이 어디에서 출발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청년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불안의 실체는 다른 무엇보다도 청년실업과 불안정한 고용의 문제이다. 형이나 누나, 부모로부터 혹은 선배들로부터, 방송과 같은 매체를 통해 접하는 뉴스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사실을 고민거리를 통해 보여주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코로나19의 종식이 언제 이루어질지 끝없는 확진자 확대 소식에 기약 없어 흘러가면서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 일자리가 충분하게 늘어나는 것이 청년 불안에 대한 해법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반론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기술 환경 변화로 더 이상 일자리 확대가 어려운 시대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 혁명은 새로운 기술 개발로 인한 편리한 세상을 약속하는 듯 보이지만 첨단기술이 앗아갈지 모르는 일자리 문제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치 않다.

 

두 번째는 일자리가 늘어나도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아니라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질을 좋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청년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아 일자리 확대가 해법이 되기 어렵다. OECD 통계(202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4세 이하 청년 중 1년 미만 근속자의 비율은 69%로 OECD 평균보다 20%p나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본격적으로 취업이 이루어지는 25-29세도 38%로 28%인 OECD 평균보다 10%p나 높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1년이 안되어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은 물론 비정규직 비중이 한국보다 높은 미국도 57%로 한국보다 1년 미만 근속자 비중이 13%p나 낮게 나타난다.

 

그럼, 청년들이 원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올바른 진로교육을 통해 자기 설계를 거쳐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않는다면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도 인재 부족으로 헛수고가 될 수 있다.

 

청년의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여유와 성찰의 시간을 청년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의 청년은 너무나 바쁘게 살아간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더 빨리 달릴 것을 요구받으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청년들이 이제 달리기를 멈추고 스스로의 삶에서 무엇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결정하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을 때 진정한 해법의 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