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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2기/대선정국, 외면당하는 낮은 목소리들

이십 대 남성이 바라보는 ‘이대남 현상’과 20대 대선, 그리고 기독교의 역할 / 이 준 봉

 

이 준 봉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먼저 한 가지만 일러두고 싶다. 본 글의 목적은 독자들이 하단에 링크한 발표문을 내려받고 읽도록 하는 데에 있다. 만약, 독자 여러분이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다면, 이 글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 글을 쓰는 의미와 정당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본 지면에는 아래에 첨부한 발제문을 서술하면서, 또 그것을 실시간 온라인 Zoom으로 발표하면서 느끼었던 소감들을 짤막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발표 제의를 받은 날은 행사 당일로부터 약 2주 전쯤이었다. 간단하게 20대 대선을 청년의 시각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야기하면 좋겠다는 말에, 큰 부담감 없이 수락했다. 그런데 발표 날짜가 점점 다가올수록 내심 염려가 되었다. 내가 기술한 발표문이 과연 20대 청년들을 대변할 수 있는가? 아니, 20대 남성만이라도 잘 나타낼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나 역시 청년이라고 하지만, 내가 살면서 걸어온 길은 청년을 대표한다기보다는, 단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와 분석이 필요했다. 그런 마음이 드니까, 닥치는 대로 청년 이슈를 조명하는 논문이나 단행본, 기사문들을 정독했다. 덕분에 발제문 제출 마감 기한을 훌쩍 넘겨, 발표 전날 저녁에 가까스로 원고를 보냈다.



최근에 자주 회자되는 ‘이대남 현상’이라는 사건을 마주하면서 이것이 단순히 20대 남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알았다. 대개 이대남이라는 용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왜 젊은 남성들이 그렇게 보수화(극우화)되었느냐는 냉소 섞인 물음이 이 단어에 담겨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그걸 몰라서 물어?” 오늘날의 이대남은 연령 효과가 아닌, 세대 효과로 인해 나타났다는 분석이 있지만(임명묵, 2021; 서지정보는 하단 링크에 첨부된 자료집 16쪽 9번 각주를 참조), 나는 어느 정도 세대를 초월하는 보편적 원인이 있다고 본다. 인간은 사익(私益)과 공익(公益)을 모두 추구하는 존재다. 386세대가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것처럼 현대의 (성별과 관계없이) 20대 청년들도 촛불집회에서 행진하였다. 반면, 보수 혹은 진보를 외치며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이대남(을 포함한 청년 전체)도 본인들의 파이를 가져가고 싶어 한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항간에는 20대 남성의 이기성을 지적하는 보도가 송출되기도 했지만[각주:1], 연구 방법론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서도[각주:2] , 이를 이십 대 남성들만의 문제로 일반화시킬 수 있는지는 재고(再考)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발표 당일에는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패널이 모두 발제를 마친 뒤에, 참여자들에게 논평하거나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그중에서 어떤 분(이름을 굳이 거론하지는 않겠다)께서는 내 발표의 어느 대목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혹평을 했다. 흡사 군대에서 상관이 후임을 꾸짖듯이 이야기를 하셨는데, 전역한 지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리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회자와 주변의 다른 청중들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지적했던 것 같다. 해당 발언의 골자는 ‘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나? NCCK가 주장하는 이념을 지지하고 동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로 요약된다. 이 말을 들으면서 조금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그간 한기총이나 전광훈을 비롯한 보수 개신교계가 보여준 태도와 다를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 끝내 진영 논리에 갇혀, 원하는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각주:3] 행사에 참석한 어느 참여자의 말대로, “다수의 논지에 상반된 주장도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는 평등하고 안전한 환경의 공론장”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꼈다.



발표에 사용할 PPT 자료를 만들면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진행한 발제 맨 마지막에는 짧은 인터뷰 두 편이 함께 첨부되었다. 두 명의 대학 후배에게 부탁해서 얻은 영상이다. 좀더 다양한 그리스도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기획하였다. 다행히 두 명 다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20대 대선 속에서, 이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교회를 향한 소망을 나 또한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한편, 발제문을 서술하면서 몇 가지 시각적인 자료가 있다면 더 설득력이 있을 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두 분의 연구자께 이메일을 보내어, 자료(표, 그림 등)를 복사하여 발제문에 인용해도 괜찮겠냐는(각주와 참고문헌에 표기한다는 전제하에) 문의를 드렸다. 감사하게도 두 분 모두 허락해주셨다. 마지막으로는, 본 NCCK 신학 세미나에 패널로 참가할 수 있는지 제의해주신 신학위원회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자리를 통해 발표하기까지 적지 않은 문헌 조사와 집필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덕분에 이번 겨울방학은 알차게 보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발표자로, 청중으로 참여하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여러 논의 가운데 많은 배움을 얻었다.



본 글을 쓰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제 대선이 2주 채도 남지 않았다. 아마, 이 글이 홈페이지에 게시될 즈음에는 일주일도 안 남았을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조금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이미 잘 사는 사람들만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 지금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더욱 생각해줄 수 있는 국가 말이다.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 또, 그러한 날이 도래하기까지 오늘도 어김없이 묵묵히 걸어가는 모든 분을 마음속으로 간절히 응원한다.

 

NCCK 에큐메니칼 신학 세미나 <20대 대선을 맞아 - 교회와 정치에 대하여 묻고 답하다> 자료집
'교회와 정치에 대하여 묻고 답하다'자료집.pdf
0.70MB

 

  1. 송형국, “KBS 세대인식 집중조사④ 세대가 아니라 세상이 문제다,” 「KBS NEWS」, 2021년 6월 25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8373. [본문으로]
  2.   김신영, “KBS ‘나쁜 이대남’ 그래프에 학자들이 분노하는 이유,” 「조선일보」, 2021년 6월 29일,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1/06/29/45QGN6LND5FAZDCFSG6LDBHLGI/.
    [본문으로]
  3.   구권효, “줄지은 개신교계 '무속 정치 비판 성명'이 불편한 이유,” 「뉴스앤조이」, 2022년 2월 17일, https://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403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