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건과 신학 2기

(108)
코로나19 시대에 코이노니아를 생각하며 : 정신장애인 교우 A와의 인터뷰 / 강세희 강세희 (한국기독교장로회 한백교회, 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석사과정) 코로나19, 3년차로 접어들며…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겨울, 나는 사건과 신학의 지면을 통해 코로나19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며 ‘주일 성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에클레시아의 지향성을 성찰해야한다는 논지의 글을 2차례 기고했었다. 방역지침이 종교시설과 대면예배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이래로, 예배당 중심의 ‘주일 성수’의 과정과 규모는 간소화되었다. 대신에 ‘삶의 자리’와 ‘가정’에서 드려지는 예배를 강조하고, 온라인/미디어 예배를 활성화하는 목회 패러다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한 듯하다. ‘새로운 목회 비전’으로서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예배의 확장성을 도모하는 교회가 있는 한편, 예배와 모임을 유..
“나는, 우리는, 당신들의 토큰이 아닙니다.” “나는, 우리는, 당신들의 토큰이 아닙니다.” 2021년의 마지막 사건과 신학을 위해 여러 시간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결국 조동연 그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일들을 다루기로 결정했을 때, 우리는 이것이 조동연 그 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만의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묻히고, 동시에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일어나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 정치의 한계이기도 하며 지독한 성차별의 문제이기도 한, 동시에 도덕주의로 치장한 우리 사회 뒷면의 관음증을 여실히 증명한 일이며 그것을 자양분 삼아 자라온 저속한 저널리즘의 문제이기도 한 이 문제를 한 개인에게 짊어지우고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그렇게 지나가버려서는 안된다고..
깨어져 열릴 이들을 바라며 / 송진순 송진순 (NCCK 신학위, 이화여자대학교) 정치란 권력을 사용하여 삶에 질서를 함께 부여하는 행위로서, 심층적으로는 하나의 인간적인 기획이다. 마음이 부서져 흩어진 게(broken apart) 아니라 깨어져 열린(broken open) 사람들이 정치의 주축을 이룬다면, 보다 평등하고 정의롭고 자비로운 세계를 위해 차이를 창조적으로 끌어안고 힘을 용기있게 사용할 수 있다. - 파커 J. 파머 11월 30일, 조동연은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발표가 나가고 세시간 뒤 유튜브 동영상과 페이스북을 통해 그녀의 사생활 의혹이 불거졌고, 12월 2일, 삼 일만에 그녀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글이 나올 즈음이면, 한 달이 지난 사건은 신속하게 묻힌 채, 촌각을 다투는 대선 후보들의 흥미진진한..
상징적 폭력과 구경꾼의 이름으로 / 김민정 김민정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소) 무엇이 폭력인가? 대한민국 대선 정국에서 군인 출신의 대학 교수 한 사람이 선거대책위원회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가 사생활과 관련된 의혹으로 사퇴한 사건이 있었다. 위원장 위촉과 자진 사퇴, 그리고 사퇴에 대한 공식 수용이 이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일 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한,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사회적이고 상징적인 폭력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 사건은 어떤 면에서 폭력적이었을까? 각종 범죄에서 시작해서 테러, 폭동, 국제분쟁에 이르는 폭력은 가시적인 폭력으로서 우리가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언어’라는 상징을 통해 특정인을 규정하고 단죄하는 폭력은 비가시적인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이를 ‘상..
화살촉을 뚫고 화살표가 된 어떤 이를 생각하며 / 배영미 배영미 (기독여민회 홍보출판위원장)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돕기 위해 나섰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자행된 무자비한 공격으로 사퇴해야 했던 조동연 교수를 생각하노라니 묵직한 아픔이 올라온다. 그녀에게 아낌없이 ‘화살촉’을 던진 일베(류) 강용석 일당의 거침없는 공격과 그것을 은근히 즐기며 확대 재생산한 언론 참칭 수구 기득권 신문지 회사들과, 난도질당하는 여성 인권과 가족들을 보면서도 대체로 침묵하는 주류 여성계의 비겁함은 현실판 의 도래를 실감케 하였다. 덴마크의 작가 쇠렌 스바이스트루프가 쓴 범죄 스릴러 소설 (The Chestnut man)에 나오는 일하느라 바쁜 엄마들은 자녀를 돌보는 데 소홀했다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당한다. 가장 바쁜 엄마의 대표격인 사회복지부 장관 로사..
‘언론이라는 것들’의 ‘의도적 폭력’일 뿐 -‘조동연 보도’를 보며 / 민성식 민성식 (「종교와평화」 편집장) 조동연 논란…. 그런데 이것을 ‘논란’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개인의 사적인 삶을 놓고 무자비하게 가해진 이른바 ‘언론이라는 것들’의 폭력을? 조금 거창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냥 ‘사태’라고 하자. 그나마 객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주체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한 단어를 보태 ‘조동연 보도 사태’라고 하자. 조동연 보도 사태…. 이 사태를 일으킨 주체는 셋이다. 하나는 강용석 변호사가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라는 유튜브 채널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모든 언론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앞의 두 주체가 생산한 컨텐츠를 마구 퍼나르고 악성 댓글을 달기까지 한 누리꾼들, 말하자면 소비자들의 일부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쫓겨나다” - 아파트라는 ‘지옥’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공전의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지옥에 열광하는 세태를 보며 생각이 깊어진다.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기 때문이다. ‘지옥’이 그리고 있는 세상과 세상이 그려내는 종교의 모습에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대착오적인 스토리에 이토록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이 시대에 ‘지옥’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말 지옥이 무서워 신(神)의 뜻을 찾고 그의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이가 있기나 할까? 백번 양보해서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것처럼 괴물이나 저승사자가 직접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몰라도, 이 시대에 지옥을 무기삼아 공포를 조장한다고 두려움에 싸여 종교를 신봉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럼에도 실체를 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