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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2기/청년: 2021년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일

그 부스러기는 누구의 것입니까? / 한수현

 

한수현(감리교신학대학교)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우리들의 노래와 우리들의 숨결이 나이 서른엔 어떤 뜻을 지닐까.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노래 마을)

 

 

필자가 20대의 대학생일 때, 가끔 위의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때의 노래를 부르던 마음은 아마도 나이가 서른이 될 때쯤엔 20대에 가지고 있었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은 사라지고, 나이 서른쯤엔 무엇이든 되어 있지 않을까, 가능하면 안정된 상황이라면 좋겠다던 마음이었다. 그러나 서른이 되어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20대 후반이면 결혼을 해야 한다던 여러 사회의 통념들이 무너지던 시대였고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한 상식들이 무너지면서 대학원은 기본, 나이 서른이 되어 특정한 직장이 없어도 그저 젊음의 불안감이 이어질 뿐, 이에 크게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따지고 보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중고등학교를 보낸 우리들을 사람들은 엑스세대라고 불렀고, 그 특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1997년의 IMF를 넘어서면서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라는 말이 유행되었고, 아웃소싱을 통한 계약직 직장들이 늘어나면서 1~2년 직장생활 하다가 그만두는 친구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의 친구들의 부모들은 나름 여러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흔히들 집만 잘 사면 어떻게든 집값이 오를 것으로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생겨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부모 세대인 70대들은 한국의 세대들 중 경제적으로 가장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세대였다. (물론 그들은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랐고, 독재와 군사정권의 암울한 시대를 지나와야 했다.)

 

구약성서의 레위기 19장 9~10절을 보면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농사를 짓고 곡식을 거둘 때에 밭 모퉁이에는 추수도 하지도 말고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라고 말씀한다. 이는 포도원도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남겨진 것들은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나그네, 외국인)을 위한 것이라고 말씀한다. 이후 랍비들의 미드라쉬를 보면 과연 그 모퉁이의 면적이 얼마냐는 것을 논쟁하기도 했지만, 그 의미만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이 노력해서 거두었다 하더라도 그중의 일부분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레위기를 읽어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에 제사를 통해 끊임없이 곡물과 동물들을 바치라고 하지만 많은 경우 남은 제물들은 이웃들과 나누어 먹도록 한다. 지금 자신이 소유한 것들 또한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마태복음 15장 21~27절에는 귀신 들린 딸을 위해 예수 앞에 선 가나안 여인이 등장한다. 간청하는 여인에게 예수는 말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서 개들에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새번역, 마 15:26) 이에 여인은 응대한다.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다.”(새번역, 마 15:27) 참으로 용감하고도 지혜로운 대답이다. 필자에게는 이 여인의 목소리가 다음과 같이 들렸다. “포도원의 모퉁이의 것은 나그네와 외국인의 것이 아닙니까! 저도 하나님의 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수는 여인의 말에 놀라 그 믿음을 칭찬하였다. 여인의 딸도 고침을 받았다.

 

이 시대 청년의 아픔은 앞으로도 계속 청년으로만 살아야 한다는 데에 있다. 현시대의 청년은 시간이 지나도 주거와 직업의 안정을 구하기 힘든 청년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40대의 청년, 50대의 청년이 된다. 여기서 청년이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를 함께 지닌 사람이 아니라 불안만을 지녀야 하는 사람들이다. 청년 소득, 기본 소득을 말하는 것도 자신의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세대들이 낳은 아픔을 해결해 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가나안 여인처럼 그 부스러기는 우리의 것이라 외칠 수 있고, 그것을 칭찬할 수 있는 시대가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