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25) 썸네일형 리스트형 깨어져 열릴 이들을 바라며 / 송진순 송진순 (NCCK 신학위, 이화여자대학교) 정치란 권력을 사용하여 삶에 질서를 함께 부여하는 행위로서, 심층적으로는 하나의 인간적인 기획이다. 마음이 부서져 흩어진 게(broken apart) 아니라 깨어져 열린(broken open) 사람들이 정치의 주축을 이룬다면, 보다 평등하고 정의롭고 자비로운 세계를 위해 차이를 창조적으로 끌어안고 힘을 용기있게 사용할 수 있다. - 파커 J. 파머 11월 30일, 조동연은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발표가 나가고 세시간 뒤 유튜브 동영상과 페이스북을 통해 그녀의 사생활 의혹이 불거졌고, 12월 2일, 삼 일만에 그녀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글이 나올 즈음이면, 한 달이 지난 사건은 신속하게 묻힌 채, 촌각을 다투는 대선 후보들의 흥미진진한.. 상징적 폭력과 구경꾼의 이름으로 / 김민정 김민정 (성공회대학교 신학연구소) 무엇이 폭력인가? 대한민국 대선 정국에서 군인 출신의 대학 교수 한 사람이 선거대책위원회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가 사생활과 관련된 의혹으로 사퇴한 사건이 있었다. 위원장 위촉과 자진 사퇴, 그리고 사퇴에 대한 공식 수용이 이루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일 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한,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사회적이고 상징적인 폭력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 사건은 어떤 면에서 폭력적이었을까? 각종 범죄에서 시작해서 테러, 폭동, 국제분쟁에 이르는 폭력은 가시적인 폭력으로서 우리가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반면 ‘언어’라는 상징을 통해 특정인을 규정하고 단죄하는 폭력은 비가시적인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이를 ‘상.. 화살촉을 뚫고 화살표가 된 어떤 이를 생각하며 / 배영미 배영미 (기독여민회 홍보출판위원장)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돕기 위해 나섰다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자행된 무자비한 공격으로 사퇴해야 했던 조동연 교수를 생각하노라니 묵직한 아픔이 올라온다. 그녀에게 아낌없이 ‘화살촉’을 던진 일베(류) 강용석 일당의 거침없는 공격과 그것을 은근히 즐기며 확대 재생산한 언론 참칭 수구 기득권 신문지 회사들과, 난도질당하는 여성 인권과 가족들을 보면서도 대체로 침묵하는 주류 여성계의 비겁함은 현실판 의 도래를 실감케 하였다. 덴마크의 작가 쇠렌 스바이스트루프가 쓴 범죄 스릴러 소설 (The Chestnut man)에 나오는 일하느라 바쁜 엄마들은 자녀를 돌보는 데 소홀했다는 이유로 무참히 살해당한다. 가장 바쁜 엄마의 대표격인 사회복지부 장관 로사.. ‘언론이라는 것들’의 ‘의도적 폭력’일 뿐 -‘조동연 보도’를 보며 / 민성식 민성식 (「종교와평화」 편집장) 조동연 논란…. 그런데 이것을 ‘논란’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개인의 사적인 삶을 놓고 무자비하게 가해진 이른바 ‘언론이라는 것들’의 폭력을? 조금 거창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냥 ‘사태’라고 하자. 그나마 객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주체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한 단어를 보태 ‘조동연 보도 사태’라고 하자. 조동연 보도 사태…. 이 사태를 일으킨 주체는 셋이다. 하나는 강용석 변호사가 운영하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라는 유튜브 채널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모든 언론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앞의 두 주체가 생산한 컨텐츠를 마구 퍼나르고 악성 댓글을 달기까지 한 누리꾼들, 말하자면 소비자들의 일부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쫓겨나다” - 아파트라는 ‘지옥’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공전의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지옥에 열광하는 세태를 보며 생각이 깊어진다.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기 때문이다. ‘지옥’이 그리고 있는 세상과 세상이 그려내는 종교의 모습에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대착오적인 스토리에 이토록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 이 시대에 ‘지옥’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정말 지옥이 무서워 신(神)의 뜻을 찾고 그의 정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이가 있기나 할까? 백번 양보해서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것처럼 괴물이나 저승사자가 직접 찾아오기라도 한다면 몰라도, 이 시대에 지옥을 무기삼아 공포를 조장한다고 두려움에 싸여 종교를 신봉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그럼에도 실체를 알 .. 나와 그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 / 이혜영 이혜영 (미국장로교(PCUSA) 파송 선교동역자, 여신학자협의회)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건축된 지 4년정도 되는 신축 아파트인데 앞에 공원이 있다는 이유로 4년 전에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처음 이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는 주위가 개발이 되지 않은 황량한 곳이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은 주변에 높은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불과 4년만의 일이다. 최근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이름난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입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난 황당한 논쟁에 대해서 듣게 되었는데 그 내막은 이러하다. 그 아파트의 초등학생들이 들어갈 학교를 배정하는데 길을 건너면 바로 있는 초등학교에 배정하지 말고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아파트 촌에 사이에 있는 초.. 아파트를 넘어서는 신앙 / 황푸하 황푸하 (새민족교회, 옥바라지선교센터) “이 나라는 아파트에 미친 나라야.” 서대문 형무소 앞 옥바라지 골목이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 때 마지막 남은 구본장 여관 이길자 사장님의 외침이다. 정말로 대한민국은 아파트에 미친 나라가 되었다. 대학 강단에서 은퇴한 어느 교수님에게 그림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쉬는 시간에 그 교수님과 아파트 베란다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경치라고 할 것도 없이 다른 아파트 동들을 보고 있었다. “자네, 저기에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겠나?” 내가 말했다. “아니요. 회색 아파트들뿐인걸요.”, “아닐세. 저 회색 아파트에도 햇빛이 반사되어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지 않은가? 주님께서 주시는 빛으로 모든 것 안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네.” 그 말을 듣고 침묵 ..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