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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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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졸지에 ‘비정상 가족’이 되었다 / 박새롬 박새롬 (순천덕신교회) 1 “가족이 함께 살아야지 떨어져 사는 건 비정상 아닌가?” 내 삶에서 ‘비정상’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시부모님과 시누이 가족들 나와 아들이 모인 자리에서 남편과 떨어져 지내는 우리 가족을 ‘비정상’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걱정하며, ‘언제 남편 있는 곳으로 이사 가느냐?’ ‘남편과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수백 번의 질문에도 내적 평화로움을 가지고 답할 수 있는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비정상’이라는 단어에 나의 평화로움은 깨어졌다. “요즘 세상에 정상, 비정상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감수성 없는 일이지 않나?” 나는 결코 평화롭지 못한 방식으로 ‘네가 한 말에 부끄러움을 주겠노라’는 마음으로 맞받아쳤다. 우리..
다양한 가족들이 존중받는 교회공동체 / 심경미 심경미 (우리고백교회, 「싱글 라이프」저자) 우리 사회와 문화가 변화되면서, 사람들의 의식, 생존 방식 그리고 생활 방식이 변화되었다. 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결혼해서 자식을 많이 낳고 사는 것이 생존과 풍요로운 삶에 유리하다 여겨졌다. 하지만,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낮아진 영아 사망률, 피임 기구와 기술 발달, 고도의 기술과 도시의 발달,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출산율도 낮아지고, 결혼도 필수에서 선택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울러,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중시하고, 아울러 자녀의 삶에 대한 책임감과 삶의 질도 고려하면서, 점차로 결혼해도 자녀를 적게 낳고, 싱글로 살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202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1.7%로 가장 큰 비..
신천지, 주술, 그리고 에큐메니칼 / 고 성 휘 고 성 휘 (NCCK 교육위원) 오래전 일이다. 강원지역 세습무 연행을 연구하기 위해 강릉 단오제 굿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세습무의 굿 내용, 절차, 사용하는 장단, 선율, 세습무 가계도 등을 기록하는 중에 그들의 연행에 대한 지극한 정성을 보았다. 우리는 예배를 위해 이렇게 정성을 기울였던가 반성을 하게 된 대목이었다. 한참을 뛰면서 굿을 벌이는 중 꽃 하나가 방향이 잘못된 것을 본 그들은 연행을 멈췄다. 냉정했다. 사소한 꽃 하나 때문에. 그리고 다시 시작된 연행. 6시간이 넘게 번갈아 가며 굿을 행하던 그들이 서서히 지쳐갈 때쯤 뒤에서 허리 굽은 할머님이 나오셨다. 치마를 들쳐 올리고 그 안에 또 옷을 들쳐 올려 꼬깃꼬깃 만 원 한 장을 소중히 꺼내셨다. 헌금이다. 무당은 손가락 하나만큼 접혀있었던..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 박흥순 박흥순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 ‘마을’이나 ‘동네’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회상한다며 낭만적이라고 핀잔을 듣는다. 거의 무너져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 ‘공동체’라는 의미를 붙들고 목이 쉬도록 외친들 되돌릴 수 없다. 기후 위기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외쳐도 꼼짝하지 않는 사람들이 ‘마을’, ‘동네’, ‘공동체’, ‘공유’라는 단어에 반응하리라 기대함이 어리석다. 놀라운 것은 자기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에는 호의적이고 관대하다가도 이해관계로 얽히면 얼굴색이 바뀌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부실 공사로 거짓 위용을 자랑하던 삼풍백화점이 1995년 6월에 붕괴하고 502명 희생자가 있었던 그 자리에 고급 주상 복상 아파트 아크로비스타가 당당하게 자리 잡았..
소유가 아닌 존재의 의미 / 김한나 김한나 (성공회대학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던 대학 신입생 시절, 나는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거나 그저 상투적인 질문이라 여겼던 나는 어느 순간 어디에 사느냐가 나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역적 편차가 크지 않았던 지방에서는 어디에 사느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남과 강북이라는 기준이 명료한 서울에서는 강을 기준으로 나누어진 신분의 체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단순히 강을 기준으로 나누어지던 사회적 계급은 이제 아파트냐 빌라냐, 혹은 어느 브랜드의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어느덧, 우리는 인간의 가치가 그가 소유한 물질에 의해 평가받는 세상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
‘혼자’에 길들여진 청년의 불안 / 김한나 김한나(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학교)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지역 공동체가 해체되고 개인의 공적인 생활과 사적인 생활이 분리되기 시작하면서 개인주의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랜 시간 공동체를 통해 이어져 온 주요 가치와 윤리적 덕목들은 사회적 관계와 함께 점차 소멸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삶의 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개인주의는 소리 없이 강하게 개인 간의 연대를 약화시키며 인류의 공동체성을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최신 온라인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은 개인의 익명성을 토대로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확장시키고 ‘인스턴트 공동체 문화’(개인의 목적을 위해 쉽게 가입하고 쉽게 해지하는)를 양산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주의로 인한 공동체 이탈과 이로 인한 소속감의 결여..
학교폭력, 공동체 회복의 과정으로 : Changing Lenses / 황필규 황필규 (NCCK인권센터, 회복적정의협회) 여자프로 배구 팀 소속 쌍둥이 자매가 10여년 전 초·중·고등학교 시절 함께 운동한 동료에게 가한 학교폭력 사실이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알려졌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재확산되며 일파만파 되었다.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현재 무기한 출전 정지와 함께 퇴출 위기에 처해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돌 그룹 멤버를 비롯한 연예인들도 학창 시절에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한창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특히 예체능계에서 관행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당사자 주변인들 또한 학교 폭력에 그렇게 예민치 못했다고 할 수 도 있겠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은 10년 전부터 피해자들의 자살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