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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여름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 한상봉(가톨릭일꾼 편집장) 가톨릭일꾼운동을 시작하면서 ‘휴가 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짜여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니, 일 있을 때 일하고 없을 때는 쉬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니 박복한 셈이고, 대신에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 다복한 셈이다. 이 문이 닫히면 저 문이 열리고, 저 문이 닫히면 이 문이 열리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일하고, 요리조리 쉴 참을 만든다. 나야 그렇다 치고, 대부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여름이 임박하면 ‘어디로 갈까’ 늘 고민한다. 집안사정도 살피고 휴가일정을 잘 챙겨야 한다. 이런 문제만 넘어설 수 있다면 ‘휴가’는 그저 ‘한가롭게 쉬는 것’으로 충분하다. 굳이 어딜 가야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공간이동이 아니..
오늘과 내일 그리고 쉼 오늘과 내일 그리고 쉼 - 홍인식(순천중앙교회, 해방신학) 독일의 한인 철학자 한병철은 현대의 사회를 “피로사회”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 말의 뜻은 쉼이 없는 사회라는 뜻이다. 쉴 새 없이 일하고 성취하고 무엇인가를 쫓아다니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모두가 피로해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국 사회는 피로사회일까 따라서 쉼이 없는 곳일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휴가철이 되면 TV에는 관광여행에 대한 광고가 쏟아진다. 실지로 공항이나 역을 나가보면 휴가철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음을 쉽게 발견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길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는 피로하지 않는 사회이며 얼마든지 쉼을 즐길 수 있는 나라인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사회..
바캉스: 들숨과 날숨 그리고 쉼 바캉스: 들숨과 날숨 그리고 쉼 - 김조년(한남대 명예교수, 퀘이커) 바캉스(vacances)란 말을 내가 처음 들은 것은 1960년대였다. 물론 그 말을 그것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그 의미에 맞는 삶을 살았겠지만,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다니고 할 때 낯선 그 말을 들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은 여름철 바닷가로 휴가를 가는 것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고 기억된다. 그 때는 산업화한다고 하여 온갖 힘을 다 쏟아붓던 때다. 한 치의 땅도 놀려서는 안 된다고 개간을 강조하던 때요, 초과시간이란 말을 내놓을 수 없이 모든 힘을 쏟아 일을 할 때다. 주어진 휴가를 반납하고 일을 하면 굉장히 큰 자랑스런 일을 하는 것으로 인정되던 때다. 그러한 때 비키니나 수영팬티를 입고 바닷가를 거..
한 줄 평 한 줄 평 '사건과 신학'은 7월 첫주간 영화 '기생충'의 한줄평을 받아 정리하였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 대부분의 꿈인 타인에게 빌붙어 살지 않는 삶에 대한 희구와 그러한 이들의 빈곤하고도 잔인한 삶의 방식의 강한 대비" - ㅇㅅㅇ "신산한 삶에 대한 처절하다 못해 참담한 리얼리티" - 재이 "고정화된 계급의 반복되는 변주곡. 그 속에서 갈 길을 잃은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 재이 "마지막 아들의 편지는 결국 헛된 꿈이라는 사실... 어쩔 수 없는 하류인생" - 코코 "부의 양극단화... 실재하는 그리고 부인할 수 없는 현실" - 리얼뷰티 "사람에게는 사람 냄새가 나야한다. 사람이 거하는 곳의 냄새가 아닌..." - 시카고 "기생충이 아니다. 사회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 시카고 "자본으로 극명..
영화 기생충; 답을 찾지 못한 두 개의 단상(斷想) / 강석훈 영화 기생충; 답을 찾지 못한 두 개의 단상(斷想) - 강석훈(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첫 번째 단상; 반지하의 잔혹한 추억 개봉을 기다렸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당일은 아니었지만 개봉 후 며칠이 되지 않아 기대를 가지고 영화관을 찾았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로 이어지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좋았다. 영화가 시작되고 역시 봉테일,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며 친절하게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봉준호의 솜씨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갈 즈음 의외의 지점에서 내 속의 불쾌감이 훅하고 올라왔다. 사람들의 발목 정도 밖에는 보이지 않기에 창문이라 부르기도 왠지 민망한 창문, 생리현상을 해결하기에도 불편한 생김새의 화장실을 보면서 '그래 저렇게 생겼었지?'하며 추억에 젖..
영화 <기생충>: 냄새의 아비투스와 감각적인 것의 나눔 / 최병학 영화 : 냄새의 아비투스와 감각적인 것의 나눔 - 최병학(부산 NCC) * 아비투스(Habitus)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만든 개념이다. '일정하게 구조화된 개인의 성향체계'를 뜻한다. 곧, 개인 안에 내면화된 사회구조라고 할 수 있다. 와 의 오마주 세상의 모든 차별을 영상 이미지로 창조하는 사회학과 출신 봉준호 감독의 영화 (2003)이 국가의 차별이라면, (2006)은 미국의 차별이고, (2009)가 모성의 차별이라면, (2017)는 동물에 대한 차별이다. 그리고 (2013)가 수평적인 차별이라면, (2019)은 수직적인 차별에 관한 영화이다. 거기에 ‘냄새라는 아비투스’를 사용하여, 전작들보다 좀 더 상징이 풍성해졌음을 볼 수 있다. 다만, 전작들에 나타나는..
<기생충>의 허무함 앞에서 / 이종건 의 허무함 앞에서 - 이종건(옥바라지선교센터 사무국장) 얼마 전 70년대 서울 청계천에서 빈민사목을 하고 빈곤현장의 사진을 담아 '노무라 리포트'를 출판했던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가 서울에 방문했다. 그가 빈민사목을 하던 시절, 서울의 빈곤은 집약적이고 노골적이었다. 청계천 일대는 판자촌이 즐비했고 그보다 못한 땅굴 수준의 거주공간인 개미집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2019년 현재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청계천-을지로 일대를 방문한 노무라 목사는 서울의 발전된 모습에 짐짓 놀란 모습이었다. 과거 명백하게 드러났던 절대빈곤의 현장들에는 높은 빌딩과 세련된 건물이 들어서 예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는 빈곤, 한 동네에 집약적으로 모여 있어 집단행동이 용이하고 가시화되기 쉬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