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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과 신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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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주제 소개글] 출생신고조차 박탈당한 아이들 / 김한나 김한나 (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 우리는 그동안 사회로부터 소외당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리고 그들이 당하는 고통과 그들이 바라는 최소한의 권리에 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 속에는 소외된 자 중에서도 진정 소외된, 자신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그림자 아기들’이 존재한다. ‘그림자 아기’는 출생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아기를 뜻하는 용어다. 그 아이들은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부모의 학대와 유기, 심지어 죽음의 그림자 속에 방치되어 왔다. 수원 영아 시신 냉장고 유기 사건은 이러한 사회적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는 비극적이고 참혹한 사건이다. 자신의 아이를 둘이나 살해하여 냉장고에 보관하고도 의심과..
그림자 아기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 / 오세조 그림자 아기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선 -교회는 최후이자 최선의 사회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오세조 (NCCK 신학위원장, 팔복루터교회) 감사 배경과 조사 경위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의 위기 아동에 대한 정부의 관리 실태를 조사하는 정기감사 과정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병원 출산 기록은 있지만, 아직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영·유아가 무려 2,236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조사 결과 지역별로 경기 641명, 서울 470명, 인천 157명, 경남 122명, 전남 98명, 경북 98명 순 등이었다. 이에 감사원은 출생한 신생아가 출생신고 전이라도 예방 접종을 위해 7자리 ‘임시신생아번호’가 부여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계속 추적했다. 감사원은 이 가운데 이유 없이 연락을 거부하는 경우 ..
생명의 존엄성과 아동 인권을 위한 교회의 역할 / 조은하 조은하 교수 (목원대학교, 기독교교육)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금년 초, 여름 태백지방에서 지방 연합 교사 세미나를 하였다. 강의 중 최근 출생률 저하, 지방 소멸 등의 문제로 지방으로 갈수록 아동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교회 아동의 수도 적어지는 것을 설명하며 마을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교회뿐 아니라 마을의 아이들이 우리가 돌보고 보살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교사 세미나였지만 지방의 전 성도들이 모여서 함께 참여하였고, 강의가 끝난 후 세미나에 참여했던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내 손을 꼭 잡고 말씀하셨다. “내가 교회 아이들 줄어드는 것만을 걱정하였는데 이제는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너무 기쁩니다.” ..
[9월의 주제 소개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교권 붕괴 / 이진경 이진경(NCCK 신학위원, 협성대 교수) 피해자의 호소 수단이었던 ‘민원’이 언제부턴가 가해자의 압박 수단으로 변질되어버린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현상이 교육현장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인한 서이초 교사의 자살 소식이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직후 NCCK 신학위원회에서 심각하게 이 주제를 다루어야겠다고 논의했을 때만 해도 이와 비슷한 참담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유명인의 특수교사 고소 사건이 있었고, 다른 여러 도시에서 교사들의 사망 사건이 다수 일어났다. 수많은 교권침해 사건 또한 줄을 이었다. 거의 교권의 붕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와중에 일련의 참사를 교사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시도,..
‘나’부터 존엄의 세계로 나아가야만 비로소 살림의 교육이 가능하다 / 하태욱 하태욱 (신나는학교 교장, 건신대 겸임교수) 연이어 침통한 소식이 들리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2년차 새내기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뉴스가 시작이었다. 연이어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한 유명인이 특수교사를 고소하였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또한 학교에 옛 스승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사건으로 해당 교사가 중태에 빠져들었다고도 한다. 처음엔 우연에 우연이 겹쳤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세태를 탓하며 쯧쯧 하는 목소리들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첫 시작점이었던 교사의 49재를 훌쩍 지난 오늘까지도 계속해서 교사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이 소식을 듣는 교사들의 마음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페이스북에 울분을 토..
서이초교 여교사 죽음에 대한 교회의 애가(哀歌) / 박창현 예수의 여제자 막달라 마리아가 억울하게 죽은 예수의 무덤 앞에서 울어서 경험하게 된 예수의 부활에 대한 환희를 회복하라. 박창현 목사 (NCCK 신학위원, 감신대 선교학 교수) 0. 어떤 종교학자는 “세상 사람들은 하나님이 진짜 계신가?에 관심이 없고, 다만 교인들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살아 있는가 (보여지는가, 느껴지는가)? 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말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지는 성경 속의 예수님 말씀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주택(거주)문제: 왜 우리는 이 주제를 선택했는가? / 오세조 오세조 (NCCK 신학위원장, 팔복루터교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관심이 남다른 사회적 이슈가 있다면 바로 ‘부동산’이다. 사실 지난 정권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부동산’이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세 사기라는 큰 사회적 문제가 부상하였고, 피해자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구제를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있다. 이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시대가 바뀌어도 한국 사회에서 주택(거주)문제는 늘 뜨거우며, 국민의 관심과 공방의 배경에는 ‘주택(거주)문제’를 오로지 재산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관점만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관점은 인간 사회에 너무나도 당연한 또한 정당한 통념이며 상식인가? 요즈음 한국의 기후가 예사롭지 않다. 너무 덥다. 그런데 이런 기후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