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건과 신학 3기

(34)
집은 무엇인가? / 이민희 이민희 목사 (옥바라지선교센터) 소유하는 집 한국 사회에서 주택은 주로 부동산 재산, 평당 가격으로 이해된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주택을 소유하기 위한 장기 계획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을 장만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이를 착실히 갚아 나가는 삶은 매우 이상적이고 정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추앙되며, 누구나 추구해야 할 정당하고 일반적인 비전처럼 제시된다. 정부마다 내세우는 주택 정책도 명시적이든, 암시적이든 주택 공급과 소유를 주된 내용으로 삼는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기와 하락기 모두, 주거 및 주택 시장의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안일한 대책이 반복적으로 제시되곤 한다. 현 정부 역시 주요 정책으로, 향후 5년간 27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2022.8.16). ..
한국사회와 전세사기 / 김판임 김판임 (NCCK신학위원회위원, 한신대학교 대우교수) 들어가는 말 2023년 우연한 기회에 난생처음으로 도봉구에 살아보았다. 공기가 확실히 좋다. 암환자에게 맑은 공기는 매우 중요하다. 암진단을 받은 2021년 이후 맑은 공기를 찾아 강원도나 제주도까지 가지는 못해도 서울에선 북한산 가까운 곳으로 자주 산책을 다녔다. 화계역 한신대학교도 좋고, 경전철로 두 정거장 더 가서 419민주 묘역 쪽에서 크리스찬 아카데미 옆 북한산길도 좋고, 두 정거장 더 가서 우이동 종점에 내려 걸으면 공기가 더 좋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아예 수유리나 우이동에 거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름방학을 맞이하며 전셋집을 알아보았다. 강남에 비해 강북은 집값이 오르는 일이 드물 뿐만 아니라 올라도 아주 더디 오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환경 주일 / 한석문 한석문 목사 (NCCK 신학위원회 부위원장, 해운대감리교회)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하고 있던 방사성물질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30만 톤 이상의 오염수를 30~40년에 걸쳐 바다로 내보낼 때, 인접 국가인 한국 수산업계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괴담이 아닌 현실임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 정부나 도쿄 전력에 항의하거나 방류라도 막아보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듯이 오염수의 바다 방류 말고도 현재 우리에게 닥쳐온 환경적 위협은 하나같이 우리와 자녀의 미래를 삼키고 있다. 공장에서는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되고, 농촌에서는 농약 사용이 매년 10~30% 증가하면서 농약에 중독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이 몰고 온 기후 위기와 생물 대멸종은 이미 ..
그런 오염수는 없다. / 신익상 신익상 (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 1. 오염수를 먹었다고? 지난 2023년 6월 30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국민의 힘 소속 국회의원 두 명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른바 해수 마시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땅에서 바다로 가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바닷물을 마시려면 서해든 동해든 남해든 찾아가도 됐었다.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폼나게 마시면 기자들이 멋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줬을 텐데, 왜 이들은 서울 한복판 수산시장에서 바닷물을 연신 말하며 수조의 물을 마셨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닷물을 마시는 게 중요했던 게 아니라, 바다에서 나는 먹거리들이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이 얘기가 가장 절실한 바다생물 거래 상인들 앞에서 해야 선전효과가 클 거라는 계..
기후위기 대응,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 / 임지희 임지희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나는 청년인 내 삶의 자리가 기후 위기 문제를 절박하게 받아들이게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들이 많은데, 어떤 미래를 상상하던 “기후위기”가 그 미래를 가로막았다. 직업을 선택할 때도,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고 할 때도, 아이를 낳는다고 할 때도,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기후위기는 피할 수 없는 낭떠러지같이 느껴졌다. ‘기후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를 바라보면서 겪는 무력감, 죄책감, 불안, 우울 등의 감정과 마음의 상태를 ‘기후우울’이라 부른다. 지난해 6월 세계보건기구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를 함께 살아..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 김한나 김한나(NCCK 신학위원, 성공회대)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행사를 빙자해 마약이 든 우유를 청소년들에게 나누어 준 충격적인 사건이 대한민국 강남 학원가에서 발생했다. 이미, 마약 청정국가라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린 요즘, 음지에서 거래되던 약물이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미쳤다는 사실은 실로 공포스럽다. 하지만, 이 사건은 더이상 교회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마약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학적 성찰과 실천이 절실하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신학’은 이 사건을 두 가지 관점에서 조명해보았다. 첫째는 인간의 마약 의존성과 중독 문제를 신학적으로 성찰해보는 것, 둘째는 아이들이 집중력 강화라는 덫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상황을 통찰하는 것..
강남 청소년 마약, 사건의 복기 / 송진순 송진순 (NCCK 신학위원, 이화여대 신약학) □ 복기(復棋/復碁): 대국이 종료되면 바둑의 판국을 평가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처음부터 다시 놓는 것을 '복기'라고 하지요. 기사들은 복기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관례이기에, 그 많은 돌을 어떻게 다 기억할까 생각하겠지만 모든 돌은 선후관계가 연결되어 있기에 주요 흐름을 알면 복기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대국을 재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검토하고 연구함으로써 나와 상대의 의도와 생각을 공유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사건의 기록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한 사건이 일어났다. 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 사건이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 사고가 쏟아지는 마당에 몇 달 전 사건이야 뇌리에서 깨끗하게 잊히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