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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하는 그리스도인과 4월 혁명, 그리고 부활절 / 강성호 저항하는 그리스도인과 4월 혁명, 그리고 부활절 - 강성호('한국기독교 흑역사' 저자) 4월은 이상하리만치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을 이룬 사건들이 몰려 있는 달입니다. 분단체제를 반대하며 발생했던 제주4․3사건(1948)과 자유당 정권을 무너트리고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쓴 4월 혁명(1960),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4․16 세월호 참사(2014)까지. 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기간은 그야말로 한국 근현대사의 박람회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 4월은 가장 집약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역사 밖의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역사적 주체이다 보니 이 세 사건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제주4․3사건 때는 이북 지역에서 내려온 반공 청년들이 모여 만든 서북청년회가 무고한 민..
살아남은 자의 증거, 상처 / 한수현 살아남은 자의 증거, 상처 - 한수현(감리교신학대학교 강사) 상처란 말의 그리스어는 크게 세 개의 단어가 있다. 트라우마(τραῦμα), 몰로프스(μώλωψ), 그리고 플레게(πληγή)이다. 이 세 가지 단어의 의미가 잘 나타난 예를 들어본다면, 첫째는 사마리아인(눅 10:34)이 여리고에서 죽어가고 있던 이에게 다가가 기름과 포도주로 치료해준 상처(트라우마)이고, 두 번째는 고난 받는 초대교회 교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예수가 매를 맞아 상함(몰로프스)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나음을 얻었으며 이제 죄에는 죽고 의에는 살게 되었다는 본문(벧전 2:24)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옥에 갇힌 바울과 실라를 데리고 집으로 간 간수가 그들의 상처(플레게)를 씻겨 준 본문(행 16:33)에 나온다. 간수는 바울과 실라를..
부활, 또는 명랑이의 명랑한 하루에 부쳐 / 신익상 부활, 또는 명랑이의 명랑한 하루에 부쳐 - 신익상(성공회대학교) 우리 명랑이랑 둘이 광화문을 다 걸어 보네 살랑살랑 햇살이 겨울을 어루만져 잠재우고 이상하게 조용한 한낮 우리 명랑이가 은행에를 다 들르고 버스에 다 타 보네 저 인간이 맨날 어디 나가나 궁금했지? 뭐하고 다니나 궁금했지? 버스를 내려 비탈길을 걸어서 알지, 명랑아? 우리 집이지?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네 계단, 한 층, 두 층, 세 층, 네 층, 다 왔네! 상자에 담겨 나갔다가 단지에 담겨 돌아왔네 아, 우리 예쁜 명랑이 …… 황인숙, 「우리 명랑이랑 둘이」(《릿터》, 2017년 5월호) 이 시가 주는 반전은 평범한 일상생활 한가운데 언제든 훅 들어올 수 있는 죽음에 있다. 작가는 햇살을 느끼며 광화문을 걷고, 은행에도 들렸다..
수난의 4월, 침묵하는 신(神) / 정길화 수난의 4월, 침묵하는 신(神) - 정길화(MBC PD, CP 역임) 달력장에서 4월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괴롭다. 시작부터 끝까지 수난과 희생의 연속이다. 들머리에 위치한 역사적 사건은 제주4.3이다. 오랜 기간 제주4.3은 금기어였다. 제주4.3은 71년이 지났건만 아직 변변한 이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태', '항쟁', '학살', '사건', '반란'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면서 우리 사회의 길항과 대립이 드러났다. 지난 4월 3일 국방부는 71년 만에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실로 만시지탄이다. 4월 8일과 9일은 참담하다. 우선 1970년 4월 8일에 와우 아파트 붕괴 사건이 발생했다. ..
사월의 할렐루야 / 최영실 사월의 할렐루야 - 최영실(성공회대 명예교수) '할렐루야'를 부를 수 없는 사람들 사월, 개나리, 목련,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먼 산에 피는 진달래가 진홍빛으로 눈부시다. 시인 이영도 님은 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진달래’를 이승만 정권의 총칼에 의해 스러진 4. 19의 젊음 넋들로 노래하면서, ‘맺혔던 한이 터지듯 온 산하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고 피맺힌 울음을 울었다. 우리의 굴곡진 역사에서 억울하게 죽임당한 젊은 넋들이 어디 4.19의 ‘그들’만이었을까? 4.15 제암리 학살 사건, 제주 4.3 학살 사건, 4.9 인혁당 사법살인 사건, 그리고 바로 5년 전, 304명의 무고한 생명이 속절없이 죽임당한 4.16 세월호 참사!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픈 역사의 사월에 교회는 부활절을 맞는다. 이..
<스카이 캐슬>과 '하나님 나라' / 박흥순 과 ‘하나님 나라’- 박흥순(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JTBC 홈페이지 중 "스카이캐슬" 페이지 1. 시대를 반영한 드라마 사람들은 왜 드라마 에 열광하는가? 탄탄한 시나리오와 섬세한 연출과 감독 그리고 연기에 몰두하고 열연한 배우들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사회 민낯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질투 섞인 시선”도 한몫했다. 은 신분과 부를 독점하는 극소수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 본 학력, 직업, 신분, 계급, 가문, 혼인, 평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와중에 입시 강사가 입시 코디로 갈아탔다는 소문도 들린다. 입시 경쟁에서 새로운 정보를 취득한 학원과 학부모는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한때 한국사회..
'SKY캐슬'(하늘의 성)의 식탁과 예수의 식탁 / 한수현 ‘SKY캐슬’(하늘의 성)의 식탁과 예수의 식탁- 한수현(감리교신학대학교)JTBC 홈페이지 중 "스카이캐슬" 페이지 한국사회에 하늘의 성(SKY캐슬)이 나타났다. 아니 발견되었다. 한국사회를 뒤흔든 드라마 하나가 이를 고발했다.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특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하늘의 성은 고고히 한국사회의 상공을 날고 있었다. 이 하늘의 성에 대해 말한 드라마의 시작은 성대한 파티이다. SKY캐슬(하늘의 성)에 열리는 성대한 잔치 가장 윗자리에 앉을 사람들은 이미 정해져 있다. 최근 서울대 의대에 합격한 아들의 부모가 그들이다. 하늘의 성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명문 종합 병원의 교수가 되어야 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잔치에 모인 사람들은 한 시도 편안하게 즐길 수 없다. 자녀들이 서울의대를 졸업하..